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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지갑 배터리 갖다 대니 물건값 즉시 결제!

[기타] | 발행시간: 2016.03.27일 00:29

“모든 사물이 배터리로 구동되는 BoT(Battery of Things) 시대가 열린다. 배터리를 활용하면 시간·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에너지를 쓸 수 있다.” 『에너지 혁명 2030』의 저자인 미국 스탠퍼드대 토니 세바 교수가 그린 미래상이다. 석탄·석유·원자력에서 풍력·태양광으로 에너지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건 바로 ‘배터리’다. 간헐적으로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전기 저장 기술로 보완할 수 있어서다. IT(정보통신) 제품이나 전기자동차·드론 같은 움직이는 기기도 배터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배터리 기능이 확대되면서 미래에는 화폐를 대신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배터리가 기능·형태·소재 면에서 무한 진화를 거듭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배터리가 미래 기술의 중심에 섰다. 보조부품 취급을 받던 배터리는 휴대용·이동용 IT기기가 나오면서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가장 널리 쓰이는 건 2차 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다. 2차 전지는 충전해 반영구적으로 반복해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다. 작고 가볍지만 에너지 용량이 크고 전압과 출력도 높다. 소형 IT기기는 물론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 같은 중대형용까지 배터리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전기는 그동안 한번 만들어지면 바로 소비돼 사라졌다. 하지만 충·방전할 수 있는 배터리에 전력을 저장하자 에너지 사용의 패러다임이 확 바뀌었다.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능동적인 소비가 가능해졌다. 대표 사례가 에너지저장장치(ESS)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에너지저장장치 전력의 시장 거래를 허용하고, 전용 요금제를 마련했다. 에너지저장장치는 남는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 뒀다 나중에 공급하는 기술이다. 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을 가정이나 공장에 바로 전달하지 않고 전력이 가장 필요한 때나 장소에 보낸다. 전력 수급의 위기 상황에서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남는 에너지는 담아뒀다 팔고 에너지저장장치는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을 확대하는 촉매제 역할도 한다. 기상여건에 따라 전기 생산량과 품질이 불규칙해지는 문제를 해결한다. 21세기 에너지산업의 화두인 신재생에너지 활용도가 커질수록 에너지를 담는 배터리의 값어치는 올라간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융합연구단 조원일 박사는 “전지를 단순히 전자기기의 전원으로 보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전기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에너지은행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크기는 작고 용량이 큰 배터리가 개발되면 화폐로서의 기능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충전한 교통카드로 결제하는 것처럼 에너지가 담긴 배터리로 물건값을 계산하는 일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전기자동차가 이런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기차는 전력을 소비하면서 이동하는 동시에 필요한 시기와 장소에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이동형 배터리다. V2G(Vehicle to Grid) 기술 덕분이다. 전력망과 배터리의 전원을 연계해 전력을 양방향으로 전송·역송하는 시스템이다.

운전자는 전기요금이 싼 심야시간대에 배터리를 가득 충전해 놓는다. 사용 후 배터리에 남아 있는 전력을 피크시간대에 전력회사에 재판매하는 형태다. LG경제연구원 김경연 연구위원은 “전기차는 스마트폰처럼 각각 아이디를 부여할 수 있다. 충전소에서 얼마만큼의 전기를 가져갔고 공급했는지 기록된다”며 “전력 거래 내역을 체크할 수 있어 관리 체계만 정비되면 돈으로 환산해 정산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트 모양, 사물 일체형 등장 원통형이나 네모 등으로 정형화된 배터리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제품 디자인에도 제약이 많았다. 배터리 형태가 진화하면서 제품 디자인도 더욱 세련돼지고 있다. 기업들이 앞다퉈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를 선보이는 이유다. 삼성 SDI의 두께 0.3㎜ 스트라이프 배터리, 위아래로 완벽하게 접을 수 있는 LG화학의 손목 밴드형 와이어 배터리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SDI는 독자 개발한 플렉시블 구조 설계 기술을 적용했다. 수만 번의 굽힘 테스트를 거쳐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LG화학 역시 계단형, 휘어지는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공급·출시했다. 조 박사는 “소형 배터리는 가능한 한 부피를 줄이고 에너지는 더 많이 담는 것이 과제”라며 “유연성과 안전성을 모두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근 원하는 사물 위에 직접 전지를 제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프린팅’ 공정을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을 서로 포개어 모은 후 정해진 규격의 포장재 케이스에 넣고 액체 전해질을 주입해 제조한다. 신기술은 전통적인 제조법을 따르지 않는다. 먼저 양극, 음극 및 전해질 물질을 마치 조청과 같은 점성을 갖도록 새롭게 만든다. 그 다음 원하는 사물 위에 음극, 전해질, 양극의 순서로 직접 프린팅한다. 그때마다 1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자외선에 노출시켜 고체 형태로 굳힌다. 전자기기 어디에나 원하는 모양으로 얇게 딱 달라붙어 있는 사물 일체형 배터리인 셈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울산과학기술대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상영 교수는 “유리컵, 안경 같은 원하는 사물 위에 하트, 글자 모양처럼 다양한 형태의 충·방전이 가능한 전지를 개발했다”며 “지름 5㎜ 막대에 반복적으로 감았을 때 폭발 없이 성능이 그대로 유지될 만큼 유연성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1990년대 초 상용화된 이후 꾸준히 성능이 향상됐다. 성장 속도가 더뎌 신소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더욱이 수요가 크게 늘면서 리튬 고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사용하는 액체 전해질은 고온에서 쉽게 기화되고 불에 잘 탄다. 전해액이 충격에 노출되면 전지가 부풀고 심할 때는 폭발할 수 있다.

불에 강한 알루미늄 제품 개발 대안으로 떠오른 게 고체로 이뤄진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다. 전해질이 흐르지 않고 총알이 관통해도 터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에 강하다.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조우석 책임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의 위험성이 적어 기존의 배터리보다 안전하다”며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가 연구되고 있지만 전고체 배터리가 가장 빨리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튬이 아닌 아예 다른 자원을 활용하기도 한다. 알루미늄은 싸고 불에 잘 타지 않으며 전기 저장 용량이 크다. 미국 스탠퍼드대 홍제 다이 교수 연구팀은 고성능 알루미늄 배터리를 개발해 지난해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지는 배터리에 구멍을 뚫어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 충전을 7500번이나 해도 전원 용량이 손실되지 않는 게 장점이다. 모바일 기기는 1분 안에 완전 충전이 가능하고 작은 공간에도 구겨넣을 수 있을 만큼 유연하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동력원인 배터리 가치는 더욱 커진다. 에너지업계에서는 2020년이 되면 시장 규모가 소형 배터리 220억 달러, 중대형 배터리 559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본다. 조우석 책임연구원은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라 불릴 만큼 미래의 신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했다”며 “기존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점하는 나라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 관련 학계가 힘을 모아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중앙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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