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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성 옌당산에서 '여자의 눈물'에 홀리다

[온바오] | 발행시간: 2016.04.29일 02:01

중국 남동지역의 제일명산, 저장성 옌당산 여행기

봄의 색채가 짙어가는 4월 중순, 배낭을 짊어지고 혼자 여행을 떠났다. 지난 3월 중순에 홀로 남은 부친께서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신 후,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에는 여행만큼 좋은 게 없다.

이번엔 어디로 가볼까? 책상 위에 놓인 중국 지도를 뒤적이다, 저장성 항저우 밑에 자리 잡은 옌당산(雁蕩山, 안탕산)이 불쑥 눈에 들어온다. 무협지나 중국 역사나 고사에 신비스런 모습으로 종종 등장하는 '옌당산'을 이제야 찾아봐야겠다.

4월 11일,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가는 고속철을 탑승했다. 기차여행을 하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중국여행 참 좋아졌다. 중국 주요 지역을 관통하는 고속철도를 완성해 예전 같으면 하루 종일 가고도 부족해 이튿날 아침까지 달려야했던 그곳들이 평균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려서 단 몇 시간이면 도착한다. 즉 베이징에서 광저우까지 2400킬로미터의 거리는 8시간 30분, 베이징에서 하얼빈까지는 약 6시간이면 충분하다. 예전 같으면 2박3일 걸리던 시간을 하루 생활권으로 단축시켰다.

오전 10시 근방에 출발한 상하이행 고속철이 오후 3시경에 장쑤성(江蘇省) 우시(無錫)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지난 90년 중반에 근무했던 현지법인의 운전 기사였던 중국인 장 사장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약 20년 전 장자강(張家港) 현지법인 시절 운전기사였지만, 꾸준히 자신을 연마하여 현재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이 안정되자 여러번에 걸쳐 베이징도 다녀갔고 현지로 초대도 했던, 그래서 이제는 고향처럼 그리운 그곳에 잠시 들러갈 요량이었다.

장쑤성 장자강시와의 인연은 어언 20년이 다되어 간다. 1997년 7월에 포스코가 현지에 철강단지를 투자하면서 약 3년간 근무했었다. 초기 단계에는 주변이 온통 농촌 일색으로 시내의 호텔에서 현장까지 출퇴근 시, 아침 저녁으로 지나치는 주변 자연은 봄이면 노란 유채와 개나리, 복사꽃, 살구꽃 등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여름이면 주변 밭에는 목화 꽃이 지천으로 피었고, 가을이면 코스모스, 국화, 사루비아, 하얀 목화송이가 너무나도 정겨운 내고향 시골의 전형이었다. 그랬던 그곳은 포스코 파트너였던 사강그룹의 무서운 성장과 포스코의 적극적인 추가 투자 덕분에 중국에서 철강 메카로 급부상하면서 한적했던 옛모습은 간 곳 없고 문명의 흔적만 난 분분하다. 장사장의 후대는 인상 깊었다. 멋진 호텔에 훌륭한 만찬, 현재의 성공을 왕년의 상사에게 자랑하고 싶어하는데, 맘껏 칭찬하고 격려해주고픈 자리였다.

4월 12일, 장자강에서 상하이로 이동해서 상하이 훙차오(虹橋)기차역에서 옌당산으로 출발하는 고속열차에 올랐다.

상하이에서 저장성 원저우시(溫州市) 옌당산까지는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편안한 열차에 기대어 중국 남부 지역의 전형적인 봄날의 경치를 감상하고 졸리면 졸면서 그렇게 편안하게 다가서면 된다. 저녁 7시경에 옌당산 기차역에 도착했다.

중국에서 기차 여행 중에 매 번 겪는 일이지만, 기차역에 내리는 순간, 이런저런 현지 상인들의 호객 행위가 극성이다. 택시가 어떻고, 객실이 어떻고… 하지만, 그들의 과잉 친절이 불안하다. 결국 하던 방식대로 나를 찾는 사람은 다 물리치고, 내 스스로 필요한 사람을 찾아 나선다. 5위안짜리 인력거 편에 원저우시 러칭현 시내에 도착했다. 선량해 보이는 인력거꾼 소개대로 여관에 들러, 인민폐100위안에 하룻밤을 묵었다.



4월 13일, 그렇고 그런 단서를 알 수 없는 간밤의 긴 꿈자리를 물리치고 일어선 아침, 봄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

옌당산의 아침은 창문 넘어 울창하게 뻗은 연녹색 봉우리에 얹힌 뿌연 안개와 아스팔트 바닥에 처연히 부딪히는 봄비 소리다.

봄비는 사람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주룩주룩 내리는 봄비에 청승 맞게 우산을 쓰고, 옌당산을 구경해야 할 지, 아니면 여관방에서 이런 저런 일로 뒹굴어야 할지… 그래도 이곳에 왔으니 온몸이 봄비에 흠씬 젖더라도 움직여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과감하게 짐을 챙기고, 우산을 받혀 쓰고 옌당산으로 가는 경내 시내버스에 올랐다.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 안내원에게 중언부언 설명했더니, 옌당산 구경거리 중 가장 먼 곳 부터 시작하라고 표를 끊어준다. 참, 똑똑하다…

옌당산(雁蕩山)은 저장성 원저우시 러칭현에 소재하는 산이다. 산중의 호수에 기러기(雁)가 날고, 달빛에 비치는 갈대의 후들거리는 모습이 아름다워 '옌당산'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중국에서는 동남지역의 제일명산, 중국의 10대 명산 중의 하나로 꼽히는 산이다.

옛 시인들은 "산과 호수를 꼽자면 항저우의 서호(西湖)에 있고, 산과 강의 조화를 꼽자면 구이린(桂林)에 있으며, 산과 폭포의 아름다움은 옌당(雁蕩)에 있다"라고 노래했다. 옌당산의 묘미는 그리 높지 않은 (최고봉: 1077미터) 산이지만 기기 절묘한 각양각색의 산봉우리와 기암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의 비경에 있다. 옌당산은 눈물 많은 여자와 같다. 눈물이 많은 아름다운 그 여인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눈물 주머니를 내 보이니, 세상의 장부들은 그녀의 가냘프고 앳된 눈물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 형국이다. 즉, 옌당산에는 폭포가 많다. 왠 산에 그렇게 많은 폭포가 있는지…

옌당산은 1억년 전에 화산이 폭발하여 형성된 전형적인 백악기 유문질 화산으로서 화산의 영향으로 돌기한 기기묘묘한 절벽과 암각, 그 속에 품은 호수의 절묘함이 가히 천하 절경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조물주의 작품이다. 옌당산에는 기기절묘한 기암 절봉과 호수를 바탕으로 8개의 경관지가 있으며, 특히 그 중에서도 영봉의 야경, 영암의 비도, 용추의 날리는 폭포는 '옌당산의 3절'로 불리우는 명소다.



옌당산에서의 관광은 봄비와 함께 시작됐다. 추적 추적 내리는 봄비 속에서 맞이하는 170미터 고공으로부터 쏟아지는 대용추 폭포수 흩날림은 빗물의 왜소함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명장면이다. 쏟아지는 폭포수의 한 자락을 맞고나니, 가냘픈 봄비에도 우산으로 피해보려 움츠렸던 내자신의 연약함이 부끄러워 진다. 아무튼 옌당산 이곳저곳에는 폭포가 참 많다. 어떤 곳은 천지를 가를 듯이 내려치는 힘이 느껴지고, 또 어떤 곳은 봄에 내리는 보슬비처럼 눈가를 촉촉히 적셔주는 단아한 곳도 있다.

대용추 폭포수를 구경하고 정명곡을 둘러보고, 산중턱에 터널을 뚫고 산보 길을 마련한 방동곡을 구경하고, 기암 기석 속에 마련된 영암(靈巖)의 절경을 구경하며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사이 봄비는 그치고 봄 햇살이 찬연하다. 그리고 어느덧 오후 5시. 옌당산 자락에 군락을 이룬 산장에 하룻밤을 청할까 했는데, 시내버스 기사가 본인의 지인 숙소로 안내한다. 친절한 건지 욕심이 있는 건지… 그래도 소개해 준 숙소는 그럴싸하여 하룻밤 잘 잤다.

산중에 속한 여관 주위에는 볼거리가 많다. 밤이 되자 산촌에도 휘황찬란한 불빛 속에서 이런저런 먹을 거리와 구경거리를 찾는 부산한 관광객의 발걸음, 그리고 어두운 산 그림자의 음영이 고요함과 화려함에 대한 인간의 양면성을 드러내 보인 듯하다.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시원한 맥주와 백주 한 잔, 양꼬치 몇 개, 닭튀김으로 저녁 요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산 공기는 차고 맑으니 술은 마셔도 취하지 않고 정신은 더욱 묘연해져 온다.

4월 14일, 아침은 시장 거리의 좌판에서 따끈한 두유 한잔, 큰 식빵 1개, 쌀죽 한 사발, 조그만 백주 한잔으로 때우고 배낭을 챙겼다.

벌써 오늘이 여행 4일째다. 한 일도 없는데 시간은 금방 지나치곤 한다. 오늘은 옌당산의 마지막 코스 영봉(靈峰)을 둘러보고 내일 기차를 타야 할 타이저우(台州)시로 이동해야 한다. 옌당산에는 물과 폭포, 기암괴석 봉우리, 그리고 신비한 자연 절경 속에 수행자의 암자가 많다. 특히 절과 도관은 셀 수가 없을 만큼이다. 신령스러운 기운이 넘치는 산이라서 수행자가 많겠지만 어떤 절과 도관은 청정하여 가히 고개 숙여 절 할만 하고, 그 어떤 곳은 방문하는 손님을 돈으로 재단하는 그 모습에 발길을 돌리고 싶은 곳도 한 두 곳이 아니다. 주인님은 그들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알고 계시겠지…

오후 1시에 옌당산 여행을 마치고 타이저우시로 향했다. 타이조우는 최첨단 현대문명과 20년 전의 추억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즉 아직도 시내의 일부 여관은 외국인 투숙을 거부하나, 100위안이면 하룻밤 투숙이 충분하고, 생활 물가는 적당하다. 특히 발 안마, 전신 안마 등이 시간당 40위안으로 저렴하여 90년대 중반의 중국 분위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 달간이라도 폭 쉬고 싶은 곳이다.

4월 15일, 아침 9시 20분에 타이조우에서 베이징행 고속철에 몸을 실었다. 거리는 약 2천 킬로미터, 평균 시속 250킬로미터로 달리면 베이징까지 약 8시간이 소요된다. 길어 보이는 기차 여행의 묘미는 승차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있다.

우선 백주 한 병은 필수이며, 10위안짜리 중국 잡지나 소설류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먼 길이라지만 차창 밖의 경치를 멍하니 보다가 심심하면 백주 한잔에 주간지로 세상 돌아 가는 잡다한 얘기에 집중하거나, 아니면 준비한 추리 소설류에 정신을 놓고있다 보면, 점심때요, 기차 안에서 판매하는 멋진 도시락 까먹고 졸리면 한숨 자고, 그리고 못다 읽은 줄거리 파악하다 보면, 아 글쎄 오후 6시, 베이징 남역이라는 아나운서 멘트가 장내를 메운다.

2016년, 깊어 가는 봄날의 남방여행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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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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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묘사두 생동하구 마치 내가 여행다녀온 기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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