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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가 '특이점이 온다'면 온다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06.27일 08:38
도쿄 특파원 시절인 1997년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대표를 만났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인상적 이야기가 많았다.


질의 :재일동포 3세인데 진짜 조국은 한국인가, 일본인가.

응답 :“지금까지 내 조국은 컴퓨터였다. 앞으로 인터넷이 새 모국이 될 것이다(그는 소프트웨어 유통으로 성공했고 한 해 전인 96년 야후 지분 35%를 인수했다).”

질의 :슬하에 딸만 둘이다. 회사를 누구에게 물려주나.

응답 :“30대까지 돈을 모아 40대에 정면승부를 걸 생각이다. 50대에 비즈니스모델을 완성해 60세에 은퇴하겠다. 딸들에겐 20억~30억원만 물려줄 것이다(당시 그는 40세였다).”

질의 :투자원칙이 무엇인가.

응답 :“성공확률 50%에 투자하는 건 바보다. 90% 확률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다. 나는 70% 성공확률에 투자한다.”

손정의는 40대에 수많은 승부수를 던졌다. 초고속인터넷에 진출하고 미국의 스프린트도 인수했다. 하지만 진짜 대박은 43세(2000년) 때 2000만 달러를 투자한 중국 알리바바였다. 그는 마윈의 숨은 ‘스승’이었다. 야후 창업자인 제리 양이 만리장성을 찾았을 때 통역으로 알게 된 마윈을 손정의에게 소개해 줬다. 그는 딱 6분간 마윈을 만나본 뒤 영업 비결을 몽땅 가르쳐 주었다. “나의 야후재팬은 일본에서 이베이와 구글을 눌렀다. 알리바바도 중국식 플랫폼을 구축하라.” 그의 가르침에 따른 알리바바는 3년 만에 이베이를 중국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고,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로 등극했다. 손정의의 지분가치는 2000배나 올라 70조원에 달했다.

지난주 손정의가 다시 화제의 인물로 섰다. “아직 ‘특이점(Singularity)’과 관련해 내가 할 일이 남아 있다”며 “앞으로 10년 더 사장으로 일하고 싶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한 특이점의 도래를 앞두고 경영 욕심이 솟아났다”고 고백했다.

당초 60번째 생일인 내년 8월 11일 물러나는 게 그의 인생계획이었다. 이처럼 특이점은 손정의의 인생을 뒤바꿀 만큼, 컴퓨터와 인터넷을 뛰어넘는 혁명적 패러다임 전환인 것이다. 그의 은퇴 번복으로 후계자인 니케시 아로라(48) 전 구글 부사장이 물러났다.

‘특이점’은 원래 과학용어다. 수학에서 ‘0’에 한없이 가까워지면서 함수값이 갑자기 양과 음으로 바뀌는 지점을 그렇게 불렀다. 물리학에선 블랙홀의 부피가 ‘0’이고 밀도가 무한대에 이르는 순간을 말한다. 시간·공간 등 모든 물리법칙이 붕괴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지금의 특이점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유래한 보통명사다. 구글의 AI 책임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이 쓴 『특이점이 온다』(2005년)에 처음 등장하는 표현이다. 기술의 진보로 AI가 인간을 앞서는 시기, 즉 인간이 더 이상 AI를 못 따라잡게 되는 한계점을 일컫는 단어다. 당시 커즈와일은 그 시기를 2045년으로 예측했다. 이 책이 나온 뒤 구글·테슬라·아마존 등이 AI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손정의마저 가세하는 걸 보면 적어도 우리 세대 안에 특이점이 오기는 올 모양이다.

필자가 19년 전 기자 생활을 접고 ‘손정의 따라 하기’에 나섰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 손정의가 AI를 새 조국으로 삼기로 작정했다. ‘70% 성공확률’의 귀신인 손정의가 “특이점이 온다”면 그렇게 믿는 게 좋을 듯싶다.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도 비슷한 예언을 했다. 그는 “다시 대학에 다닌다면 스탠퍼드·MIT·하버드가 아니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특이점 대학’에 가겠다”고 했다. 그곳에는 인간의 사고로 예상하기 어려운 온갖 과학기술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모든 혁신적인 기술은 당대에는 마술과 같았다’가 이 대학의 모토다.

당장 브렉시트도 중요하고 내년 한국 대선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번쯤 지수함수(갈수록 증가율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함수)적 발전을 거듭하는 AI와, 코앞에 닥쳐온 ‘특이점’에도 눈을 돌렸으면 한다. 필자처럼 손정의를 믿지 않아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철호 논설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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