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서울역에서 내려 KTX를 타러 올라가는 길에 31m 길이의 2단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이 에스컬레이터가 서울에서 여성의 치마 속 몰카(몰래카메라)를 찍다 가장 많이 적발되는 장소로 집계됐다.
대학생 김모씨(23)는 지난해 8월 미니스커트를 입고 이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 20대 중반 여성의 뒤에 따라붙었다. 김씨의 태연한 행동에 피해 여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김씨의 반복된 몰카 행각은 지하철 수사대에 적발됐고, 김씨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김진숙 부장검사)는 지난해 8월 신설된 후 최근까지 관내에 접수된 성폭력, 성추행, 몰카 사건을 각각 100건씩 분석해 17일 <성폭력범죄 피해 예방을 위한 세미나> 자료로 내놨다. 몰카 사건은 80건이 전철역에서 발생했는데, 그 중 서울역 에스컬레이터가 37건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붙잡힌 이들은 “서울역은 낮에도 사람이 많고 번잡해서 들킬 염려가 적고, 에스컬레이터가 2단으로 길어서 찍을 시간이 길게 확보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진숙 부장검사는 “짧은 치마를 입고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비스듬히 서서 뒤편을 경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성추행은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발생한 것이 90%(90건)였다. 장소는 출퇴근 시간대에 번잡한 2호선 신림~강남역 구간이 43건으로 가장 많았고, 1호선(국철 포함)에서는 부천~신도림 구간이 19건으로 요주 구간으로 꼽혔다. 몰카와 성추행 모두 범인은 30대(연령), 회사원(직업)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성폭력 범죄는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심야시간에 발생한 것이 45건이었고, 장소는 범인의 집(27건), 모텔(15건) 순이었다.
경향신문 조미덥·곽희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