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칼레의 난민캠프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난민들이 음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캠프 내 시설은 열악한데 난민 수는 급격히 늘어 밥을 먹기 위해서는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AP뉴시스
“여긴 전쟁은 없지만 마치 감옥에 있는 것 같아요.”
타리크 신나리(26)는 프랑스 항구도시 칼레의 난민캠프에서 사는 아프가니스탄 청년이다. 그는 6분이 채 안 되는 샤워를 위해 3시간을 기다리고, 밥을 먹을 때는 이보다 더 긴 줄을 서야 한다. 그는 “이 절망적인 곳을 떠나기 위해 프랑스에 망명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정글’로 불리는 이곳은 구호단체가 ‘세상 어디보다 비위생적인 난민캠프’로 꼽을 만큼 환경이 열악하다. AP통신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가 캠프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3월 이후 더욱 처참해진 실상을 보도했다. 정부는 당시 난민 3000명 중 1000명을 자립시키겠다며 캠프 내 거주시설 1000곳과 음식점과 가게 수십 곳을 철거했다.
하지만 난민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캠프에서의 생활만 참담해졌다. 주거 공간이 모자라 텐트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난민은 2500명에 이른다. 건축자재 반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는 늘어나는 난민을 따라잡지 못한다. 주방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 한 사람이 매일 1500명분의 식사를 책임진다. 극한 상황에 놓인 난민들은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 치안을 위협한다. 난민 간의 다툼으로 사망한 사람이 1개월 만에 2명이나 발생했다.
열악한 환경에도 난민들이 모이는 이유는 ‘희망의 땅’ 영국과 가까워서다.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온 이들은 실업률이 높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프랑스보다 일자리가 많은 영국을 선호한다. 아프가니스탄, 수단, 에리트레아, 시리아에서 난민들이 모이지만 정작 영국으로 가기는 쉽지 않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발만 동동 구른다.
현재 캠프에는 9000여명이 수용돼 있다. 난민들은 망명을 신청하고 칼레를 떠날 수 있지만 대부분 영국으로 가겠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감옥 같은 난민캠프 생활을 견딘다.
최근에는 난민들이 도버해협 해상터널을 지나는 트럭에 올라타기 위해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고속도로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올해에만 7명이 트럭을 잡다가 차에 치여 숨졌다. 도로 인근 밭을 짓밟아 농작물을 망치기 때문에 주민과의 갈등도 생겼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난민을 두고 핑퐁 게임 중이다. 양국은 2003년부터 영불해협 통행을 제한하는 ‘르 투케’ 조약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키로 하면서 상황은 변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이번 기회에 칼레 난민을 영국에 넘겨주려는 속셈이다. 마침 앰버 러드 영국 내무장관이 이날 프랑스 정부를 방문해 양국은 르 투케 조약의 내용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