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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후폭풍 현실화...갈 길 잃은 선박, 중소기업 발동동

[기타] | 발행시간: 2016.09.02일 11:40
유동성 위기를 겪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예상대로 후폭풍이 불고 있다.

통행료 문제로 한진해운 선박의 외국항 입항이 잇따라 거부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협력업체들이 대금 체불을 이유로 작업을 거부해 선적·하역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 소속의 한 선박은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로의 진입까지 거부당했다. 갈 곳을 잃은 한진해운의 선박들이 망망대해에서 하염없이 머무르고 있다.



◆ ‘수에즈’가 막혔다... 외국 항구에서도 입항 거부 속출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바닷길이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와 함께 바닷길을 단축시킨 대표적인 운하다. 이집트가 192km 길이의 수에즈 운하를 관리한다. 현재 이집트는 한진해운 선박의 통항을 거부하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2일 “수에즈 운하 통항료 문제로 입항이 거부됐다”며 “운하 관리측에서 통항료를 못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박이 이 곳을 지나지 못하면 아프리카대륙 최남단 희망봉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야 한다. 인도 뭄바이에서 영국 런던까지 1만1600km였던 바닷길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1만9800km로 70% 이상 길어진다.



세계 주요 항구에서의 입항 거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일본 요코하마, 미국 롱비치,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독일 함부르크 등에서 한진해운 선박은 항만 작업을 거부당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배가 통항료나 항만이용료, 하역료 등을 낼 수 없다고 보고 입항을 거부한 것”이라며 “이미 입항을 했어도 비용을 현금 결제하지 않으면 공해상으로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하역을 하더라도 육상 물류 문제가 남아있다. 육상으로 실어나를 트럭이나 철도회사가 운송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그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일단은 그래도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일단 하역을 하면 화주측에서 다른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찬바람을 맞았다. 부산신항의 터미널운영사들이 한진해운의 대금 미납을 이유로 작업을 거부하며 입항과 출항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터미널운영사들이 한진해운으로부터 받아야 할 대금은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2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하던 컨테이너 고정·결박(래싱) 업체 3곳은 2일 오후부터 작업에 복귀하기로 했다. 래싱업체들은 그동안 받지 못한 16억여원 가운데 7일 지급해야 하는 항운 노조원 임금 5억5000만원이라도 달라며 1일 0시부터 작업을 거부했다. 항만공사는 항운노조원들의 8월분 임금을 노조에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다.



◆물류 차질에, 운송료도 오르고… 한숨 내쉬는 화주들

한진해운 선박의 운항이 사실상 정지하면서 한진해운 배에 짐을 실은 화주들은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진해운 채권단이 추가 유동성 지원 불가 방침을 밝힌 후부터 한진해운 사무실에는 다른 해운사로 옮기겠다는 화주들의 전화가 폭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류 차질 피해는 특히 중소기업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해운사를 다양화한 반면, 국제물류주선(포워딩) 업체에 운송을 전량 위탁하는 중소기업의 화물은 한진해운 선박에 상당수가 선적된 걸로 파악됐다.

한 중소기업인은 “정부가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업체를 죽일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유동성 지원을 할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물류 차질로 거래선과의 신뢰가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 기업을 신뢰하는 이유는 납기일과 공정기일을 칼같이 지키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물류 사태로 현지에서의 공정이 늦어져 신인도가 깎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이사는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선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쌓아두는 시점”이라며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을 앞두고 물건 확보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 수출기업들의 물건은 현재 바다 어딘가에서 미아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봉기 이사는 “물건 도착이 늦어진 것도 문제지만, 이런 상황이면 해외 유통업체에서 우리 수출업체에 주문하지 않는다.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인들은 오는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운임 상승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9월 들어 상승세를 타던 해상 운임은 한진해운 사태로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9월은 8월보다 물동량이 많아 운임이 상승한다”며 “직접적인 인상 수준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2일 저녁 발표될 상하이발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CFI는 상해발 컨테이너선 주요 15개 노선에 대한 운임정보를 지수화해 발표하는 수치다. 매주 금요일마다 발표하기 때문에 해운업계 상황에 따른 운임 변화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해운동맹에서 퇴출된 한진해운

해운동맹 ‘CKYHE’는 한진해운에 ‘선복 교환 중단’을 알려왔다. 퇴출 통보다. 회원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선박 압류 등으로 공동 운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에 따라 퇴출시킨 것이다. 동맹 해운사들의 앞글자를 따 이름을 붙인 CKYHE는 앞으론 ‘CKYE’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업계에선 동맹 퇴출은 파산 선언과 마찬가지라는 견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주나 구주 지역으로 해운사가 단독 운항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복을 교환하며 화물량을 유지해야만 가능하다”며 “해운동맹 퇴출은 곧 파산”이라고 말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해운동맹에서 퇴출되면 한진해운 혼자서 영업을 해야 한다. 지금 이 상황에 한진해운에 물건을 맡길 화주가 있겠느냐”고 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채권단의 결정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온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수천억원 때문에 매출 10조원짜리 회사를 죽이는 결정을 했는지 계속 의문”이라며 “산업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해운업 회생을 위해 40조원대의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프랑스 역시 세계 3위 해운사인 CMA CGM을 살리는 데 20조원을 투입했다. 해운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조처로 해석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결정하기 전 입이 닳도록 이야기 했는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며 “채권단이 ‘추가지원 없다’고 했는데, 이전에 어떤 지원을 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들어가더라도 사전에 준비를 잘했다면 지금처럼 입항 거부 사태까진 오지 않았다”며 “일단 선박이 정상 운항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선적·하역 업체나 정유사를 만나 대금 납부를 약속하고, 해외 항구에도 입항료를 보증한 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면 이런 혼란의 상당부분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훈 기자 yhh2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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