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인 선교사이자 의사였던 제임스 매켄지(한국 이름 매견지)와 그의 가족. 사진 왼쪽에서부터 매견지 큰 딸 매혜경, 막내 매혜란, 그리고 부인 매리 켈리.
[Korea.net] 1910년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 수원, 속초 등 전국 25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60년간 의료봉사를 펼친 호주 선교사 가족이 당시 한국의 모습을 담은 9천여 장의 사진을 남겼다.
선교사로 1910년 한국 땅을 밟은 제임스 매켄지(James Mackenzie, 1865~1956)는 간호사였던 부인 메리 캘리(Mary Kelly, 1880~1964)와 함께 26년간 한센병 환자 병원인 '상애원'을 운영했다. 사진이 취미였던 그들은 틈틈이 한국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부부의 취미는 자녀들에게까지 이어졌다.
▲ 1950년 대의 부산 자갈치시장의 수상가옥.
매혜란(Helen P. Mackenzie, 1913~2009)과 매혜영(Catherine Mackenzie, 1915~2005) 자매는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평양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호주로 돌아가 의학을 공부했고 의사와 간호사가 됐다. 한반도가 전쟁의 포화 속에 묻혀있던 1952년, 두 자매는 부산으로 돌아왔다.
부산 동구 좌천동에 일신기독병원을 세우고 그들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환자와 고아들을 보살폈다.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을 돕고 아기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일에 그들은 더 매진했다.
자매는 1970년대 말 호주로 돌아가기 전까지 그들이 살았던 부산의 한센인 환자촌, 동구 매축지, 광안리, 해운대구에 있던 수영비행장, 금정산성 동문과 부산 피란 시절을 사진으로 남겼다. 자매는 가난 속에서 가족을 돌보는 한국 여성과 아이들의 모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 1952년 9월 부산일신기독병원 개원을 기념해 매혜영(왼쪽에서 두 번째)과 매혜란(왼쪽에서 세 번째) 자매가 직원들과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
호주 선교사 가족이 2대에 걸쳐 남긴 수 많은 사진들 가운데 2천여 장이 지난 1일 '호주 매씨 가족의 한국 소풍 이야기’란 제목으로 경기대학교박물관에서 공개됐다.
제임스 매켄지 가족 사진을 비롯해, 자매가 부산에 세운 일신기독병원 개원 당시 모습, 1950년대 부산 자갈치 시장의 옛 수상가옥, 한국전쟁 폐허 속에서 가족을 돌보는 한국 여성과 아이들의 모습, 이불에 쌓여 곤히 잠든 네 쌍둥이, 툇마루에 앉아 담배 피는 어머니와 자식들 등 당시 한국의 생활상을 담은 사진들이 포함됐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은 지난 2001년 매혜란이 세상을 떠난 뒤, 유족들이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된 슬라이드필름이다. 유족들은 슬라이드필름을 일신기독병원을 통해 경기대학교박물관에 기증했다.
전시는 내년 6월 16일까지 계속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http://museum.kyonggi.ac.kr/index.html
이하나 코리아넷 기자
사진 경기대학교박물관
hlee10@korea.kr
▲ 1970년대 호주로 귀국할 무렵의 매혜란(왼쪽), 매혜영씨 자매.
▲ 이불에 쌓여 곤히 잠든 네 쌍둥이.
▲ 가을 한 해 농사를 수확하는 농부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