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국정 농단]
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나타났다. 전날 밤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긴급체포돼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검찰 조사 첫날밤을 보내고 이틀째 조사를 받으러 나온 것이다. 그는 양복 차림에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여 있었다. 얼굴은 흰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다. 나흘 전까지만 해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국가 정책을 기획·총괄하던 청와대 '왕(王)수석'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의 공범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됐다.
'王수석'에서 포승줄 죄인으로 - 검찰에 긴급 체포돼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던 안종범(가운데)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3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포승줄에 묶인 채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들어가고 있다. /문화일보
안 전 수석은 이틀간의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고 한다. 대기업들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사실상 강제 모금한 혐의에 대해 "기금 조성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과 기업들이 주도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옷깃 하나 스친 적이 없다.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했고, 서울 강남의 최씨 소유 빌딩에 있는 타이 마사지숍 고객이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나는 마사지를 해본 적도 없고 최씨 빌딩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은 원래 성균관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교수 출신이다. 박 대통령과는 2005년 그의 공부 모임에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공천을 주도한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이 됐고 그해 말 치러진 대선에서 당 국민행복추진위 실무추진단장을 맡아 기초연금을 포함한 핵심 공약을 만들었다.
박 대통령 집권 2년차인 2014년 6월 대통령 경제수석에 발탁돼 의원직을 내놓고 청와대로 들어갔고, 지난 5월엔 선임 수석인 정책조정수석이 됐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안 전 수석은 우직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스타일"이라며 "그의 이런 점을 박 대통령이 높이 산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