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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 그 위대한 탄생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11.24일 07:57
인물이름 : 김봉호

색 바래지 않는 예술인생---저명한 음악가 김봉호선생님의 50년 창작인생을 더듬어 들어가며

누군가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수 있는 힘이라고 했다. 또 누군가는 음악은 유일한 합법적 마약이라고 했다. 조금은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그만큼 음악은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우리의 삶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것도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족한것이 많고 단조롭던 시대에는 더 그러했을것이다.

1960년대에 창작된 “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 “붉은 태양 변강 비추네”, “나는 혁명을 위해 떼목 모네” 등 노래와 개혁개방초기에 창작된 “아름다운 마음”, “금실북과 은실북”, “쫭족아가씨”…등 노래들은 그야말로 한 시대를 대표하고 그 시대를 풍미하며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주었다. 이런 곡들이 우리민족 음악가에 의해 탄생되였다는게 우리 후대들에겐 더없이 자랑스러운 일이다.

김봉호선생님과는 4년전 연변조선족자치주창립 60주년 프로그램 특별제작때문에 인연을 맺게 되였다. 다짜고짜 전화를 해 인터뷰를 요청했고, 생각밖에 선생님은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다. 쟁쟁한 곡들을 많이 창작하신 이름난 분인것만큼 상대하기 어려울거라는 상상과는 달리 선생님이 주는 첫인상은 푸근하고 친절하기만 했다. 그리고 칠순을 넘기셨다는게 전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젊은 모습이였다. 늘 마음속에 고운 선률을 담고 사셔서 그럴가.

(1) “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 - 위대한 탄생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자택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이는것은 피아노였다. 딱딱한 대화를 어떻게 열어갈가 고민중이였는데 피아노가 눈에 들어오자 선생님께 먼저 연주를 부탁했다. 너무나도 귀에 익은 아름다운 선률이 피아노 건반을 타고 온 집안에 기분좋게 울려퍼졌다.

우리 맘속에 붉은 태양,

조국변강 비춰주네,

장백천리 해란강반 붉은 기발 물결치네



“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 차분한 목소리로 노래까지 하면서 연주를 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였다.

피아노 선률과 함께 선생님의 이야기는 시작되였다.

1964년 6월말, 연변에서는 전 주 전문단체 문예합동공연이 있었다. 선생님이 소속돼 있던 화룡현 문공단도 공연에 참가했고 마지막 날 총화대회가 있었다고 한다. 연변가무단 정진옥단장은 총화대회에서 자신의 창작경험담을 소개하고 끝으로 대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이 선생님의 인생을 바꿔놓을줄 누가 알았으랴.

정진옥단장은 “연변은 로해방지구이고 모택동동지의 올바른 지도아래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당의 령도와 모주석을 노래한 노래가 적고, 있다고 해도 질 높은 노래가 없다”며 누가 이와 관련해 우수한 노래를 창작할지 기대해보겠다고 말했다.

보고를 듣고 있던 선생님은 곁에 앉은 한윤호선생님의 옆구리를 쳤다. 직접적인 대화는 없었지만 한윤호선생님은 그 뜻을 곧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위대한 노래는 이렇게 무언의 약속과 함께 잉태되였다.

문예합동공연이 끝나 다들 화룡으로 돌아갔고, 그 해가 지나도록 한윤호선생님은 가사를 내놓지 못했다. 선생님은 가사가 애타게 기다려졌지만 조르기도 무안한 일, 속으로 끙끙 앓기만 했다.

그렇게 한해가 가고 1965년 가을 어느 하루, 선생님이 악대실에서 한창 반주곡을 정리하며 옮기고 있는데 한윤호선생님이 찾아왔다. 한선생님은 옆구리를 찌르면서 할말이 있다고 선생님을 악대실밖의 울바자 옆에 불러냈다.

“내가 모주석을 노래하는 가사를 썼는데 한번 보오!”

그 말을 듣자 선생님은 흠칫했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해 도저히 마음을 다잡을수 없었다.

“지금은 머리가 복잡하니 집에 가 조용히 보겠다”고 말하고나서 선생님은 가사를 조심스럽게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다. 머리속에는 온통 작곡에 대한 생각뿐이였다. 선생님은 이번 곡은 꼭 민족성을 살려 정성껏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두분은 모두 창작에서는 햇내기였다고 한다. 전공이 손풍금이였던 선생님은 문공단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민족악기, 양악기도 다루는 다면수이긴했지만 창작은 거의 해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문공단도 창작조라는게 따로 없이 모두 군중창작으로 나갔다.

(우리 같은 햇내기가 어찌 연변인민을 대표할수 있겠는가, 단지 우리의 소박한 “계급” 감정으로 모주석을 노래해야겠다, 어떻게 하면 우리 민족의 특색을 살릴수 있을가...)

이런저런 생각을 굴리며 어렵게 퇴근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선생님은 장구와 가야금을 특별히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다.

선생님의 창작시절

장백산 봉이마다 보배많아 보배산

기름진 공사벌엔 풍년들어 황금산

보배산, 황금산은 그 누가 주었나

경애하는 우리네 령수, 모주석이 주셨지

아, 좋구나 우리네 연변은 살기도 좋아서

사람마다 한 마음으로 모주석을 노래하네



조용한 곳을 찾아 가사를 보면서 선생님은 가야금을 뜯었다. 가야금을 익숙하게 다루지는 못했지만 우리 민족의 특색이 짙은 안딴 절주로 열심히 곡을 맞춰보았다. 창작을 끝내고 나니 흥분돼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아침 일찍 한윤호선생님을 찾아갔다. 한창 아침식사중인 한윤호선생님을 무작정 밖으로 불러냈다.

“내가 곡을 다 썼으니 한번 들어보오!” 격앙된 목소리로 선생님은 밤에 쓴 곡을 부쳐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노래를 다 부르고도 한참이 지났는데 한윤호선생님은 가타부타 말이 없고 오히려 표정이 엄숙하게 굳어졌다.

(내가 쓴 곡이 별로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구나...)

선생님은 저으기 걱정되였다.

“다시 한번 불러보오!” 한윤호선생님은 노래를 다시 부탁했다. 풀이 죽긴 했지만 선생님은 다시 정서를 살려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다 듣고 난 한윤호선생님은 주먹으로 선생님의 어깨를 툭 내리치면서 “아주 좋소!”라고 한마디를 힘있게 내뱉었다.

그때를 회억하며 선생님은 마치 가슴을 억누르던 바위덩이가 쿵하고 내려앉는 소리를 듣는듯 했다고 하셨다.

며칠뒤, 문공단 당지부서기가 농민업외문예합동공연이 곧 열릴텐데 새 노래가 없어 걱정이라며 선생님에게 그 곡을 베껴줄것을 부탁했다. 그렇게 노래는 당시 화룡현 서성대대 18살 나는 김순자사원에 의해 처음 불려졌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때 사전예고도 없이 농민들은 공연 가는 길에 직접 손풍금을 치면서 김순자사원에게 노래를 배워줘 공연에서 부르게 했다고 한다. 그렇게 짧은 시간내에 배워 부른 노래지만 대회에서 절찬을 받고 금방 전반 사원들에게 보급되였다. 이 같이 노래는 애초부터 강한 생명력을 과시하였다.

노래가 점차 보급되면서 선생님은 신심을 얻게 되고 “우리의 태양-모주석”으로 돼 있던 노래 제목을 “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로 수정할것을 한윤호선생님에게 제안했다. 그리고 가사도 당시 정세에 맞게 부분적으로 수정했다.

그해 겨울 길림성 문화실무회의가 장춘에서 열렸다. 화룡현 문공단은 길림성에서 하향공연 2등상을 받아 연변대표단과 동행하게 되고 회의 축하공연무대에까지 오르게 되였다. 그때 공연종목의 하나로 “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가 선정되였다. 노래는 가야금 병창으로 편곡돼 공연에서 불려졌고 회의에 참가한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노래를 높이 평가하였다. 그렇게 노래는 또 연변을 벗어나 전 길림성에까지 보급되였다.

그 회의에 참가하고 돌아와 선생님은 문공단을 따라 변방 순회공연을 다녔다. 그러던중 이 노래가 연변잡지의 뒤표면에 실린것을 우연히 보았다. 직접 투고한것이 아니였지만 노래가 잡지에 실린것을 보고 선생님은 하늘을 그대로 얻은듯 무등 기뻤다. 잡지에는 “장백산 봉이마다 보배많아 보배산”이 “우리네 연변은 산마다 보배산”으로 가사가 바뀌였다. “연변”을 한결 더 각인시켜줄수 있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뒤 선생님은 잡지사로부터 원고료 5원을 받았다.

한창 순회공연에, 창작에 바삐 돌아치던 1966년 여름 문화대혁명이 터졌다. 거리마다 대자보가 나붙고 사람들의 마음은 싱숭생숭했다. 선생님도 시국을 피해갈수 없었다. “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에 대해 부정적인 립장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잇달아 “전주가 계급성이 없다, 노래가 모주석의 형상을 모독했다, 표절했다” 등등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일로 선생님은 많은 고민을 하였다.

그해 8월 1일 건군절, 룡정 연길현 공연팀이 226군병원에서 공연을 하게 되였다. 공연팀은 손풍금수가 없어 화룡현 문공단에 부탁을 하였고 그 부탁에 선생님이 따라나서게 되였다.

무대에서 공연준비를 다그치고 있는데 부대가 잇따라 들어오면서 노래도 부르고 구호도 웨치면서 열기를 돋구었다. 그러던중 공연을 앞두고 한 부대가 한어로 선생님의 “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를 구성지게 불러제꼈다.

선생님은 깜짝 놀라 일손을 멈췄다.

(해방군이 내 노래를 부른다는건 나를 인정하고 내 노래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선생님은 너무 기쁘고 감격스러워 저절로 눈물이 두볼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이제야 살았구나…) 선생님은 대뜸 깊은 수렁속에서 빠져나와 해볕을 본듯 눈앞이 훤하게 밝아졌다. 그때로부터 선생님의 명성은 날개 돋친듯이 전국에 알려졌다.

1972년 길림성 작곡 학습반에서 가곡 “당의 빛발 연변을 비추네”를 창작하며

그후 선생님은 연변조선족자치주 관계부문으로부터 곡은 그대로 두고 가사를 다시 쓴뒤 찾아오라는 전갈을 받았다. 선생님은 한윤호선생님과 의논한뒤 “우리 마음속의 붉은 태양, 조국변강 비춰주네”로 가사를 고쳐 쓰고 연변인민방송국 회의실에 찾아갔다. 문을 떼고 들어서니 당시 작사분야에서 꽤 이름있는 선생님 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의 끝에 부분적 가사를 재수정하고 화룡현 문공단의 황인순가수가 레코트에 노래를 록음했다.

“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 공연 현장, 노래에 황인순가수, 손풍금반주(왼쪽)에 김봉호선생님

그해 길림성 혁명위원회가 설립되는 날, 중앙인민방송국에서 인민일보 사설을 발표하였다. 사설은 밤 8시 뉴스로 방송되고 사설 앞뒤에는 황인순이 부른 “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가 두번 방송되였다.

그렇게 “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는 전파를 타고 전국에 울려퍼졌다.

선생님은 중앙인민방송국 관계자로부터 모든 노래가 금지되였던 그 시절, 유일하게 이 노래가 방송을 타게 된 경위를 전해들었다. 바로 주은래동지가 특별히 이 노래를 점찍어 주었고 그 관련 자료는 지금까지 방송국에 보관되여 있다.

이렇게 선생님의 대표작 “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는 파란만장한 세파를 겪고도 전국 인민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불려지고 있다.

문화대혁명의 극좌로선으로 하여 가사가 지금에 와서는 비난을 받을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선률만은 여전히 격정으로 차넘치던 그 시절 추억을 생생하게 재현시켜주면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준다.

중앙인민방송국 조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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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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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대의 젊은이들은 가끔 아직도 이 노래를 그렇게 즐기냐고?
시대를 떠나 아름다운 선률은 아직도 머리속에서 감돌고 있네요!
가끔씩 휴대폰으로 Repeat로 하루종일 들어도 감미로운 노래!!!단순히 노래가 아니고 그년대의 마음이 통하는 정신.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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