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보호할 신소재들
먼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선은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우주 입자들은 엄청난 방사능으로 우주인을 공격한다. 우주 공간에 가만히 떠 있는 원자들도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에는 마치 적진에서 쏟아지는 총알과도 같다. 국내외 과학자들이 다른 행성과 태양을 찾아 떠나는 우주선을 위해 소행성 진흙, 그래핀과 같은 새로운 보호 장치들을 제안했다.
미국 센트럴 플로리다대의 리오스 폴 교수 연구진은 15일 국제 학술지 '어드밴시스 인 스페이스 리서치'에 "소행성에서 채취한 진흙이 강력한 우주 입자들로부터 우주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의 우주선이 목성을 지나는 모습의 상상도. 장거리 여행을 하는 우주선이 소행성의 진흙으로 고에너지 우주입자를 차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스페이스X
미국의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2022년부터 화성에 사람을 보내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 연구에 따르면 화성을 한 번 다녀오면 지구에서 평생 맞는 정도의 방사선을 받는다.
연구진은 "소행성의 진흙에는 고에너지 우주 입자를 차단하는 수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며 "우주 방사선 차폐 효과가 현재 우주선에 차폐제로 쓰는 알루미늄보다 10% 뛰어나다"고 밝혔다. 미래에 우주 식민지나 전초 기지에서 우주선용 차폐제를 만들 때 소행성의 진흙으로 재료를 현지 조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태양계를 넘어 다른 별까지 날아가는 우주선은 차폐제로 탄소 구조물이 적합하다. 한국천문연구원 티엠 황 박사는 15일 "초고속 우주선은 벌집 모양의 탄소 구조물인 그래핀으로 원자와의 충돌을 막을 이중 차폐막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핀은 강철보다 200배 강한 신소재이다.
지난해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은 4.3광년 떨어진 별인 알파 센타우리로 우표만 한 크기의 우주선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지구에서 우주선에 달린 돛에 레이저를 쏘면 바람을 탄 배처럼 우주선이 레이저의 에너지로 광속(光束)의 20%까지 가속돼 날아간다는 계획이다.
티엠 황 박사는 "알파 센타우리로 날아가는 우주선은 워낙 속도가 빨라 무거운 원자가 부딪치면 0.1㎜ 깊이까지 손상된다"며 "우주선 모양도 긴 원통이나 직육면체 모양으로 만들어 진행 방향의 단면을 가능한 한 작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 실렸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