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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일자리’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

[기타] | 발행시간: 2017.04.11일 09:42
<유진평의 IT Story>

[사진 출처 : 매경DB]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Monte Carlo simulation). 우리에게 인공지능 쇼크를 안겨준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바둑에서 다음 수를 계산할 때 썼던 기법 가운데 하나다. 과거 이 시뮬레이션을 일부 활용해 과제를 제출하느라 무진 고생을 해 본 필자는 지금도 이 단어가 여전히 무시무시하게 느껴진다. 당시 시험문제는, 기억컨대, 한 기업이 보스턴인가 어느 도시에 기지국을 깔려고 하는데 금리, 유가, 가로수 형태 등 수십가지 변수가 있으니 시뮬레이션을 1만번 정도 돌려 R(리스크) 수치를 찾은 뒤 투자를 할 지 말지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고수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턱걸이 했던 기억이 난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미국 수학자 존 폰 노이만과 폴란드계 미국 수학자 스타니스와프 마르친 울람이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물질 속의 중성자 움직임을 알기위해 최초로 사용한 프로젝트 이름이다. 좀 어려운데, 불확실한 상황에서 원인이 되는 현상을 직접 실험할 수 없을 때, 시뮬레이션을 반복함으로써 그 현상을 확률적으로 발생시켜 평균적인 성질이나 경향을 파악하는 기법이다. 난수(random number)를 이용해 표본을 추출하고 확률을 구해 의사결정을 위한 지표로 활용하는 절차라 할 수 있다.

바둑은 모든 경우의 수가 10의 575승에 달해 현존 컴퓨팅 파워로는 모두 계산할 수 없어 알파고는 이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축소판 게임 트리를 만든 뒤 매 수 마다 가장 확률이 높은 수를 찾아냈다.(보상값의 합이 가장 큰 수를 선택했다.) 승리할 가능성이 불투명한 수는 다 버리는 식이었다. 어찌 보면 알파고가 사람 보다 월등한 지적능력을 가진 존재여서가 아니라 사람의 연산 능력 보다는 월등한 계산기여서 바둑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을 '강(强) 인공지능'과 '약(弱) 인공지능'으로 나누는 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는 "영화 '터미네이터'나 '아이 로봇'에 나오는 로봇처럼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는 강 인공지능은 아직 없다"며 "지금은 뛰어난 연산능력으로 사람 업무를 돕는 약 인공지능 시대"라고 설명한다. 약 인공지능 시대엔 기계학습(머신러닝)과 빅데이터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기계학습(지도학습, 비지도학습, 강화학습) 중에서도 지도학습이 주목받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두려워할만한 인공지능이 나오려면 시일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인공지능 또는 기계는 지금은 자아성찰이 불가능하고 독립적인 개체로서 열망이나 욕구가 없고, 흔히 말하는 정신(minds)이 없다.

알파고를 설명하고 있는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 [사진 출처 : 매경DB]

하지만 알파고가 이미 강화학습이라는 알고리즘을 일부 사용했고, 사람이 지도하지 않아도 스스로 추론하고 학습할 수 있는 머신러닝이 곧 확산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인간의 감성마저도 흉내 내는 인공지능도 머지않아 등장할 것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은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인공지능·로봇기술·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5년 내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판매직, 사무직, 행정직 등에 근무하는 많은 여성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으로 봤다.

스탠퍼드대학교 법정보학센터 교수이자 인공지능학자인 제리 카플란은 'humans need not apply(인간은 필요 없다)'라는 책에서 "인공지능은 우리 자신에 대해 각자의 부모보다도 더 잘 알고, 우리가 취할 행동을 우리 자신보다 더 잘 예측하며, 우리 스스로가 깨닫지 못하는 위험을 미리 알고 경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오늘날 사무직과 생산직 근로자들은 머지않아 인조노동자(forged laborer)와 인조지능(synthetic intellect)에게 일자리를 뺏길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칼 마르크스는 산업자동화로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리라고 예견했지만, 인조노동자들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인간 대 인간의 갈등만 봤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진짜 문제는 앞으로 상위 1% 부자들이 고용할 노동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며, 미래는 자산 대 사람의 투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AI는 엄청난 부를 가져오지만 극히 일부에게만 부를 안겨주고, 지속적인 높은 실업률과 경제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 될 것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2011년 3월 기준으로 재산이 320억달러였으며 그 재산에서 나오는 수익이 연 35억달러 정도다. 주말을 포함해 매일 960만달러를 버는 셈이다. 그에 비해 미국인 대졸자가 평생 버는 돈은 평균 230만달러이며, 고졸자는 130만달러다. 베조스는 우주여행 사업을 위해 블루 오리진을 운영한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엑스를 운영하듯. 21세기 과학마저 국가적 우선순위나 공동심의에 따르기 보다는 거대 자본을 소유한 개인들의 선호에 따라 형성되고 있다.

실업에 대한 대책으로 카플란 교수는 주택대출을 받을 때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듯 미래의 노동(근로소득)을 담보로 내놓는 새 금융제도인 '직업 대출(job mortgage)'을 제안한다. 고용주들은 예비 근로자가 특별한 기술을 체득할 경우 고용하겠다는 동의서를 작성하고 근로자는 대출을 받기위해 시장에서 가치 있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일자리를 잃으면 다른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대출 상환금 납부가 일시적으로 유예된다. 소득불균형 해소법으로 그는 '공익지수(public benefit index)'를 제안했다. 사업이익을 얼마나 많은 수의 주주들이 나눠 갖는지를 기준으로 법인세를 매긴다는 게 골자다.

아무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노동자들이 적응하는 속도 보다 훨씬 빠르므로 교육방식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지 않는 한 실업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카플란 교수의 주장이다.

이에 비해 인간이 가진 고유 특성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포춘 편집장 제프 콜빈은 'Humans are underrated(인간은 과소평가 되었다)’라는 책에서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을 찾기 보다는 인간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 편이 훨씬 유용하다”며 “인공지능 시대에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을 노동자들은 바로 ‘관계 노동자들’”이라고 내다봤다. 우리의 두뇌는 사회적 상호관계를 위해 존재하며, 개인적인 상호관계에 기초한 산업 일자리(교육 의료 비즈니스 레저 여행 등)는 꾸준히 증가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콜빈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모든 영역을 대체할 것이지만 개인이 책임지고 중요한 이슈를 결정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 때문에 CEO 장군 지도자 같이 책임이 따르는 역할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맡겨질 것이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서 가장 많이 얻고자 하는 것을 제공하는 능력이 앞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현대인은 공감에 굶주려 있는데 공감은 컴퓨터의 본성이 아니기 때문에 컴퓨터에게선 얻을 수 없다. 전화통화 보다는 직접 만나 미세한 표정을 읽고 감정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인공지능이 당분간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다.

가치 높은 창작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게 될 것이다. 로버트 갤브레이스가 '쿠쿠스 콜링'이라는 탐정 소설을 썼을 때 몇몇 출판사들이 출판을 거절했고 첫 세달 동안 고작 1500권이 팔렸는데, 로버트 갤브레이스가 사실은 '해리포터' 저자인 J.K.롤링 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쿠쿠스 콜링'은 날개 돋친 듯 팔려 금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인간은 창작물에 인간적인 요소를 가미하기를 원한다. 기계가 최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그 요리 보다는 유명 셰프가 만든 요리를 먹고 싶어 할 것이다.

어쨌든 이 두 가지 시선 모두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상당부분 빼앗아 갈 것이라는 점에서 전망이 일치한다.

다 뺏길 것인가, 일부 고유영역은 남아 있을 것인가의 차이 뿐이다.

기계와 인공지능을 능숙하게 조련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할 것인가, 아니면 인공지능이 당분간 따라올 수 없는 공감과 상호작용이 필요한 분야에 종사할 것인가.

[유진평 벤처지원부 부장]

<참조 : 인공지능이란>

인공지능이란 말은 1956년 존 매카시 다트머스대 교수가 컨퍼런스에서 처음 사용했다. 매카시 교수는 다트머스대학에서 MIT로 옮긴 후 LSIP라는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입문’(저자 김의중 아이덴티파이 대표)에 따르면, 인공지능에 대한 정의는 크게 4가지인데 인간처럼 생각하는 시스템, 인간처럼 행동하는 시스템,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시스템,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구분하면 인공신경망 기반의 딥러닝과 로보틱스로 나눌 수 있다.

딥러닝은 크게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 각 데이터가 가지는 의미를 미리 알려주면 인공지능이 새롭게 입력된 데이터의 의미를 알아냄),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 아무런 예시 없이 입력 데이터만 가지고 인공지능이 스스로 결과를 도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입력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추측하면 사람 또는 정해진 룰이 평가해 피드백을 주고 이를 통해 기계가 다시 학습) 세 가지로 구분된다.

딥러닝과 함께 쓰이는 머신러닝이란 용어는 IBM 인공지능 연구원이었던 아서 사무엘이 자신의 논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데이터마이닝과 혼용되기도 하는데, 데이터마이닝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에서 현상과 특성을 발견하는 게 목적인 반면, 머신러닝은 기존 데이터를 통해 학습을 시킨 후 새 데이터에 대한 예측 값을 알아내는 게 목적이다. 머신러닝의 3가지 접근법(신경 모형 패러다임, 심볼 개념의 학습 패러다임, 현대 지식의 집약적 패러다임) 중에 신경 모형 패러다임이 딥러닝이라 할 수 있다. 단순 이미지 처리용으로 쓰이던 GPU(Graphic Processing Unit)가 숫자 연산을 위한 범용 프로세서로 재탄생하면서 딥러닝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전문 서비스 로봇(재난용 물류운송용 군사용), 개인용 서비스 로봇(장애인 도우미 로봇, 가정용 로봇 청소기나 개인 비서, 완구류 로봇)으로 나뉜다.

김의중 대표는 “컴퓨터가 스스로 알고리즘을 개선할 수 있다면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웨일은 인공지능 기술이 완만하게 발전하다가 급속도로 팽창하듯 발전하는 시점(특이점, singularity point)을 2045년 정도로 예측했다.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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