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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殷)나라 유적지와 태행산(太行山) 대협곡 여행기

[온바오] | 발행시간: 2017.04.10일 16:26

2017년 3월 31일, 3박4일의 여행을 떠났다.

봄은 3월부터 시작하지만, 왠지 봄다운 봄은 4월부터라는 묘한 충동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4월 하면 우선 떠오른 것은 봄바람에 휘날리는 연분홍 치마와 진달래, 짚 울타리 기슭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노란 병아리 떼와 어울리는 샛노란 개나리, 그리고 얼굴마저 화사하게 붉어질 것 같은 복사 꽃 연정 아니겠는가? 그래서 봄 처녀는 봄바람 타고 도회지로 떠났나 보다...

홀로 배낭을 짊어지고 예전과 마찬가지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좀 남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부터 몰아 닥친 사드 풍파로 중국에 있는 한국 교민들은 졸지에 미움 받는 콩쥐 신세가 되었다. 소문으로는 별별 풍문들이 나돌아 흉흉할 뿐이다. 과연 혼자서 내륙 지역 어느 곳으로 여행을 떠나도 별일은 없는 것일까? 떠나는 본인보다 마누라를 포함해서 주변에서 더욱 걱정이다. 참, 무슨 별 일 있겠는가?

중국 생활 20년도 훌쩍 넘겨 생긴 것은 더욱 중국 사람을 닮았다는 것이다. 중국어야 조금 더듬더듬 하지만 가능한 말을 적게 하면 될 것이다.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숙박 장소 등기 시 한국 여권으로 퇴짜 맞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야 해 보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하루 전날 불현듯 지도를 보고 떠오른 장소' 태행산 대협곡', 안양의 '은나라 유적지'로 정했다. 태행산 자락에 있는 운대산은 지난 4년 전에 이미 가 봤지만, 나머지는 처음이라 가슴이 설렌다.

3월 31일 금요일, 아침 9시 30분 무한행 고속철을 타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중국 교통 사정 참 좋아졌다. 베이징 왕징에서 베이징 서역까지 움직이는 데 지하철 두 번 갈아타고 단 70분 소요된다. 예전 같으면 서너 번 갈아타고 2시간 이상 걸리던 그곳이 지하철로 사통 팔달하여 참으로 편리 해졌다. 어디 지하철뿐이겠는가?

베이징 서역에서 출발하여 허난성 안양시까지 약 800킬로미터의 거리는 고속철로 2시간 반 정도면 도착한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하룻밤을 꼬박 새워야 하던 거리를, 참... 소요시간이 짧아지고 일찍 도착한다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그래도 여행의 참 맛은 어기적거리면서 겨우 도착하고 몸으로 때우는 다소 원시적인 맛이 몸 속의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겠는가?

오후 2시경에 허난 성 안양시에 도착하고, 안양 버스 정류장에서 린저우(林州)로 가는 시외버스를 갈아탄다. 사실 여행 중 가장 도움을 받아야 하면서도 피해야 할 대상이 택시 기사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선 외지인들에게 유리한 교통 정보보다는 본인들 영업 이익에 도움 되는 편향된 정보로 여행자의 눈을 가리게 된다. 그래서 현지에서의 가능한 목표 지점의 접근 방법은 현지 교통경찰이나, 선량해 보이는 가게 주인으로부터 우선 들어야 하며, 현지 공공버스 활용이 최고의 덕목이다.

린저우시(林州市)에서 태행산(太行山)대협곡으로 가는 버스는 귀하다. 참으로 묘한 것이 린저우시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대협곡임에도 불구하고 공공버스 지원은 빈약하다. 아마도 개인택시 기사들의 먹거리 보장이 아닌가 생각든다. 해지기 전에 대협곡에 도착하려면 택시 타는 큰 지출은 감수해야 한다. 거리는 40킬로 정도인데 인민폐 100위안, 썩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닌 듯하다.

해질 무렵에 대협곡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택시 기사의 최종 하차 목표는 본인의 단골 농가 여관이다. 선택을 거부하고 앙탈부려 봐야 사실 별거 없다. 다 같은 농가 여관인데 뭘... 친절한 여관 주인은 연휴 시작 전 텅 빈 관광지에 찾아온 고객을 무척 반겨주고 있다. 하루 숙박비 인민폐 100위안, 썩 괜찮은 가격이다. 드디어 숙박 등기의 순간이 다가왔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중국 곳곳을 다녔지만 이번처럼 등기의 순간이 떨려 오긴 처음이다. 그런데 등기를 하자던 주인의 표정이 한국 여권을 보더니 슬그머니 바뀐다. " 뭐 이런 시골에서 자기는 읽지도 못하는 여권을 보고 꼭 등기할 필요가 있겠는가? " 하고 되묻는다. 불감청이면 고소원이라고 "보증금 조금 더 내면 되죠.."라고 화답하였다. 그래서 숙박 등기는 건너뛰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주변을 산책하려 하니, 웬걸 종업원이 시비다. "한국은 왜 중국을 기만하느냐?"라고 직접적으로 대든다. 거참, 피할 수 없다면 정면 승부다. 이렇고 저렇고... 결국 그들은 별말이 없었고, 아침에 감옥으로 향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 갑론을박이다. 씁쓸하기 짝이 없다. 오는 길에 보니 베이징 서역 서점에는 아직도 '박근혜 평전'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던데, 좀 잘해서 완주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4월 1일, 아침 일찍 태행산 대협곡 도화곡으로 향했다.

어제 도착 시에는 베이징 황사 매연의 연장선상으로 가슴이 답답하였는데, 아침 날씨는 쾌청하고 공기는 청량하며,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나들이하기에 최적의 날씨다. 입장료는 160위안, 연휴 시작 전이라 관광객은 한산한 편이다. 그런데 태행산대협곡 관광 안내 구성은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특별 배려가 뚜렷하다. 모든 명소 안내판은 한국어를 병기하였고, 관광지 곳곳마다 한국인을 위한 배려가 역력하다. 이런 관광지에 한국인은 달랑 나 혼자뿐이다. 이런 경우 처음이다. 이전에 티베트 라사의 어느 고원에 가도 한국인 몇 명은 보였었는데, 하루 종일 움직이는 동안 한국인은 유일하게 혼자뿐이라니 서글프기 한량없다. 관광지 내 판매인들은 한국인 식별이 귀신 같다. 유일한 한국인인 나를 향해 막걸리와 맥심 커피, 신라면 등 한국 상품 호객 행위에 여념 없지만, 강조는 하지 않는다.

태행산은 허베이성, 허난성, 산시성에 걸쳐 쭉 뻗어있는 대산맥으로서 남북으로 400킬로미터 이어져 있다. 최고봉은 허베이성 장자커우에 위치한 소오대산으로 2882미터다. 태행산은 산의 형세가 험준해서 역사적으로 춘추전국시대부터 명, 청 시대까지 많은 군사작전에 이용되어 왔다. 근대사에서는 중국 혁명군, 팔로군이 태행산에서 일본군과 유격전을 벌이거나, 국민당과의 전투에서는 홍기를 앞세우고 대행군을 벌인 곳으로 유명하다.

태행산 협곡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매화꽃, 도화 꽃, 개나리가 만발하였으며, 한산한 관광객 사이로 여유롭게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맛은 여행의 백미다. 협곡은 깊게 파여 있으며, 깊은 협곡 속에는 오밀조밀하게 부각된 토굴의 묘미, 쏟아지는 폭포수, 석회암과 퇴적층으로 형성된 기이한 형상의 조각물 등으로 무궁무진한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그래도, 역시 산행 최대의 즐거움은 8부 능선을 따라 멀고 가까운 곳, 산 정상과 협곡 밑바닥, 만개한 봄 꽃을 감상하며 정처 없이 홀로 걷는 나그네의 기웃거림일 것이다.

태행산 대협곡 일주는 순회 열람 차를 타거나, 혼자 걷기도 하면서 오후 3시 정도면 마무리 할 수 있다.

다음 장소는 약 40킬로미터 정도를 택시로 이동하여 '훙치취(紅旗渠)풍경구'로 향했다.

역시 택시 아줌마가 안내하는 조촐한 농가 여관에서 1박 했다. 웬걸 주인 아저씨 역시 "불과 80위안에 웬 숙박 등기냐? 하룻밤 묵고 나서 아침에 숙박비 정산하자"라고 말도 꺼내기 전에 마무리한다. 참 훌륭한(?) 주인 아저씨다. 사실 농가 여관에서 외국인 등기는 시골 파출소까지 신고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번거로움(?)을 피한 것이다.

4월 2일, 일요일 아침에 풍경구로 향했다.

입장료는 100위안, 여관집 기사가 풍경구까지 안내하면서 입장권 싼 거 (20위안) 주겠다고 유혹한다.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 단연코 국가정책에 따라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하면 머쓱하게 철회한다.

'훙치취풍경구'는 태행산에서 벌어진 팔로군의 붉은기 행군 역사를 기념하기 위한 장소다. 역사의 의미야 각자 느낌대로 소화하면 되는 것 같고, 이곳 풍경구의 특징은 해발 1500미터 고지에 수십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곳의 느낌은 현실 세계와 격리된 마치 세상 밖의 또 다른 세상, 天外天인 셈이다. 이 봄날에 백화는 만발하였는데, 하늘 아래 우뚝 솟은 그곳은 속세와는 격리된 신선들의 고향 같은 아늑함 마저 들었다. 종합적으로 이곳 풍경 구는 주어진 자연 모습에 더하여 인민 정신 고양을 위해 개발한 프로젝트 느낌이다.

오후에 버스를 타고 안양시(安陽市)로 향했다.

안양에서는 '은허(殷墟) 유적지'를 구경하고 베이징으로 돌아갈 심산이다.안양에 도착하여서 개인이 운영하는 모터 마차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기사에게 괜찮은 숙소를 안내해 달라고 하니 공원 옆 대중 사우나 집으로 안내한다. 숙박비 120위안, 등기도 필요없다. 참, 내 본의는 아니었는데 3번의 숙박 시설에서 숙박 등기는 모두 없는 셈이다. 참으로 공교롭다. 90년도에 처음 중국 왔을 때 누군가 설파한 "위에서 정책이 있으면, 밑에는 대책이 있다"라는 말이 괜히 실감 난다.

안양에서의 하룻밤은 행복했다. 밤 8시에 공원에서 벌어지는 각종 무용 경연은 고전 춤에서부터 현대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댄스까지 끼리끼리 그룹을 이뤄서 정신 없이 즐기고 있다. 그냥 돌아가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모습이다.

4월 3일, 가뿐하게 사우나까지 마치고 은나라 유적지를 찾아 나섰다.

1800년도 후반기 우연히 발견한 갑골문자가 신화 속에 묻혀 있던 '은나라'의 실체를 불러일으켰다. 유적지에는 은나라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유물로서 보여 주고 있다. 거북이 등판에 새겨 진 수많은 갑골문자, 청동기 문명을 대변하는 식기, 칼, 농기구 등 실제 지하에서 출토한 유적들은 3천 오백 년 전의 은나라가 결코 신화 속의 상상 물이 아니란 것을 증명해 보였다. 어느 공동묘지까지 파헤쳐서, 몇 천 년 전의 유골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는데, 글쎄 감동은 별 무다. 누구라도 죽고 나서 3년 정도 지나면 유골만 남지 않겠는가? 인간의 뼛조각이 몇 천년 흘렀다고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유적지를 보고 나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은나라의 정치는 완전한 '신정일치(神政一致)' 였다. 건이 생길 때 마다 거북이 등에 무언가를 쓰고, 신관에게 뜻을 묻고 나서야 행동하는.. 그래서 하늘의 뜻을 빙자한 신관의 뜻은 있었지만 민의는 없었다.

자, 이제 여행을 마무리할 때다.

시내에서 안양동역으로 출발하는 인민폐 1위안 짜리 시내 버스를 타고 출발한다. 그리고 오후 3시 30분, 베이징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여행의 키워드는 은나라의 신정 정치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지도자가 너무나도 개인적인 욕심이나 실수로 국가의 위신을 잃어버린다면, 백성은 한 순간에 갈 곳 없는 부평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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