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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얻어 산 집 값 계속 하락… 부동산발 ‘가계부채 대란’ 오나

[기타] | 발행시간: 2012.06.28일 22:47
부부가 모두 대기업에 다니며 연수입이 1억원에 가까운 김모씨(38)는 지금 영락없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집 가진 가난한 사람)’다.

김씨 부부가 지난해 초 서울 여의도의 37평형 오피스텔을 대출 3억원을 끼고 7억원에 구입한 게 화근이었다. 다니는 회사가 여의도, 광화문 지역이었던 김씨 부부는 직장도 가깝고 “부동산 경기가 바닥”이라는 판단과 나중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 ‘젊어서 고생’을 하기로 했다.

부부가 한 달에 내는 원리금은 500만여원이었다. 김씨 부부는 5년 안에 대출금을 모두 갚겠다는 욕심이었다. 생활비와 각종 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모두 원리금 상환에 썼다. 그러나 친지의 결혼이나 부고가 많을 때면 영락없이 마이너스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해야 했다. 조금씩 잔액이 줄어 이제는 마이너스 2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 데다 아내가 회사를 옮겨 수입이 준 김씨 부부는 하는 수 없이 최근 오피스텔을 팔기로 하고 내놨지만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 그 사이 소비를 줄여도 빚은 자꾸 늘어가고 있다.

김씨는 “매입가보다 낮은 6억5000만원에 내놨는데 하루라도 빨리 처분하려면 6억원까지 낮춰야 한다는 부동산중개업소의 말을 들을 때마다 속이 끓는다”면서 “자녀들과 단란한 가정을 꾸미기 위해 넓은 집을 샀는데 오히려 집 때문에 아이를 갖기도 겁난다”고 말했다.

① 내년 128조 대출 만기… 77%가 원금 못 갚고 이자만 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가계의 ‘시한폭탄’이 됐다. 곤두박질하는 집값에 세계 경기 불황까지 겹쳐 연체율은 이미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1분기 말 총 306조5000억원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대출은 76.8%, 액수로는 235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내년까지 거치기간이 끝나거나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이 128조원이다. 전체 주택대출자의 42%에게 원금상환 시기가 임박한 셈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분석한 결과로는 이자만 내다가 원금 상환에 들어가는 가구의 소득 중 원리금 상환비율은 평균 49.1%다. 주택대출자라면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빚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은행 분석을 보면 거치기간이 끝난 뒤 10개월 이내에 연체가 되는 비율은 45.6%에 달한다.

연체율은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지난 4월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89%, 주택대출은 0.79%로 집계됐다. 금융위기 여파로 연체율이 가장 높았던 2009년 2월(가계대출 0.88%, 주택대출 0.69%)보다 높다. 더구나 연체율 추이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선 지점마다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실물경기 침체, 원금 상환 시기의 도래, 집값 하락으로 인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② 3년 전 분양가보다 떨어진 ‘깡통 분양권’ 매물도 속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것은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가계부채 부담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 주택은 2007년 이후 큰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경기 과천시의 경우 2007년 3월 대비 지난 4월 말 현재, 21.3%나 하락했다. 경기 과천시 중앙동 주공1단지 전용면적 82㎡의 경우 5년 전만 해도 11억~12억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8억3000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다. 한때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역시 그사이 17.7%나 매매가격이 하락했다. 값이 큰폭으로 뛴 ‘버블 7 지역’이 상대적으로 값이 많이 내렸다.

최근에는 입주를 앞둔 김포 한강과 영종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 3년 전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의 ‘깡통 분양권’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집값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중도금 대출 상환에 부담을 느낀 매입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분양권을 버리는 것이다. 2009년 평균 분양가가 3.3㎡당 1134만원이었던 인천 청라지구의 이달 평균 매매가격은 991만원으로 3.3㎡당 143만원 떨어졌다. 전용면적 85㎡(32평) 아파트의 경우 평균 4500만원 하락한 셈이다.

이달 인천 영종지구의 전용 148㎡ 아파트는 경매에 나왔지만 이미 두 차례 유찰되면서 감정가 6억원의 절반 수준인 2억9400만원까지 입찰가가 하락했다. 경기 용인의 164㎡ 아파트는 채권금융기관이 4억9500만원의 채권최고액을 잡았지만 3차례 유찰되면서 입찰가가 3억2000만원대로 떨어졌다.

대출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아파트가 경매에 나오더라도 집값 하락으로 대출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은행들도 비상이 걸렸다.

한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연장 때 원금의 5~10%를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 LTV보다 대출이 많아지면 초과분만큼을 다른 대출로 갚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역시 대출자가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이면서 LTV가 80% 이상이 된 경우 담보를 재평가해 LTV 70%를 초과하는 부분은 상환받을 방침이다. 집값 하락으로 ‘원리금 상환 가계부담 증가→은행의 원리금 상환 독촉→가계 부담 증가’라는 악순환이 빚어지는 셈이다.

③ 신도시 아파트선 입주 안하고 중도금 연체 증가

실물 경기가 침체하면서 소득이 제자리인 것도 가계의 탈출구를 막고 있다. 통계청 분석을 보면 지난해 자기 집을 보유한 모든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연평균 3688만원으로 2010년(3373만원)보다 9.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부채총액은 5629만원에서 6353만원으로 12.9% 늘었다. 빚의 증가속도가 가처분소득보다 1.4배 빨랐다는 얘기다. 가처분소득이란 개인소득에서 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

집값 하락 여파는 중도금 대출 시장에도 휘몰아치고 있다. 집값이 분양가보다 떨어지자 입주를 거부한 채 중도금을 내지 않고 스스로 연체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에 중도금 대출을 해준 한 은행은 입주 예정자들에게 총 1200억원가량의 중도금 대출을 해줬지만 이들은 건설사를 상대로 계약 해제를 요구하며 중도금을 갚지 않고 있다. 이 은행의 집단대출 연체율은 지난달 1.16%로 치솟았다.

지난해 말 0.44%에 비해 3배가량 급등한 것이다. 김포 한강신도시, 인천 청라지구, 남양주 별내신도시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와 택지지구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강신도시의 한 입주 아파트는 전체가구의 절반가량인 500여가구가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은행 입장에서는 고율의 연체이자를 물릴 수밖에 없지만 주민들의 태도가 완강해 고민”이라면서 “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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