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장학회(AHA)와 심장병학회(ACC)가 고혈압의 기준을 수축기(최고) 혈압 140에서 130으로 대폭 낮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14일 뉴욕타임스(NYT)는 고혈압 기준이 낮아짐에 따라 향후 고혈압으로 진단받는 사람들이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을 기준으로 120 이하는 정상혈압, 120~129는 직전 고혈압, 130~139는 1단계 고혈압, 140 이상은 2단계 고혈압으로 분류된다. 2003년 개정된 1단계 고혈압 기준(140)에 비하면 대폭 완화된 셈이다. 버지니아대 의대 로버트 케리 교수는 “새 기준에 따라 45세 이하 남성 중 고혈압 환자는 현재보다 약 3배, 여성은 2배로 늘 것”이라며 “무시무시한 증가”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혈압 기준이 낮아진 이유는 수축기 혈압 130~139가 그 이하인 경우에 비해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등 혈압문제로 파생되는 각종 질병의 발병위험이 2배 높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21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2017 혈압지침 위원회’의 폴 휄턴 위원장은 “지금까지 발표된 900여 건의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새 가이드라인은 1단계 고혈압에 해당하더라도 현재 심장병이 있거나 향후 10년 안에 심장병 발병 위험이 큰 사람에 한해 혈압약을 처방하도록 했다. 그 외엔 체중조절이나 염분 섭취 제한 등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혈압을 낮출 것을 권고했다.
보건당국은 이번 미국의 조치로 국내 고혈압 기준(140/90㎜Hg 이상)도 향후 강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좀더 적극적으로 혈압치료를 하기 위해 고혈압 기준을 낮추자는 지적이 많다”며 “아직 미국처럼 130/80㎜Hg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에 확정적인 입장은 없지만 향후 조정에 대해 관련 학계와 기관과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