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새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정현(22·한국체대)의 준결승 상대가 정해졌다.
정현은 24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정현이 준결승에 선착한 가운데 정현의 상대를 가리는 또 다른 8강전이 이어졌다. 토마스 베르디흐(20위·체코)와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의 대결. 결과는 페더러의 3-0 완승이었다.
이로써 정현과 페더러는 오는 26일 오후 5시30분 결승행 티켓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됐다. 정현과 페더러의 역대 첫 맞대결이다.
정현에게는 승패를 떠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영광스러운 경기다. 페더러는 ‘황제’라 불리는 현존 최강 플레이어다. 역대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19회) 기록을 보유 중이며 지난해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하다.
현재 페더러의 세계랭킹은 라파엘 나달(스페인)에 이은 2위. 그러나 지금까지 쌓아온 기록은 나달이 페더러에 미치지 못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나달이 8강에서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페더러가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 8강까지 5경기를 치르며 단 한 세트도 상대에게 내주지 않았다.
분명히 한 수 배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야 하는 정현이지만 승리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정현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먼저 정현은 3회전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에 3-2 역전승을 거두며 데뷔 처음으로 세계랭킹 톱10 선수를 꺾었다. 이어 16강에서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에 3-0 완승을 거둔 뒤 이날 샌드그렌과 언더독 대결에서도 이겼다.
정현은 빠른발과 강력한 스트로크를 앞세워 상대를 좌우로 흔드는 베이스라인 플레이어다. 기존 강점이던 백핸드에 포핸드 스트로크도 크게 발전했다는 평가. 정현이 장기인 스트로크 플레이를 살린다면 페더러와 대결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체력에서는 1996년생인 정현이 1981년생 페더러보다 앞선다. 정현은 조코비치와 16강에서 3-0으로 승리한 뒤 3세트 위기 상황을 떠올리며 “내가 나이가 어리니까 2세트를 내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체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정현에게 패한 즈베레프, 조코비치, 샌드그렌 모두 긴 랠리를 유도하는 정현의 끈질긴 플레이 스타일에 지쳐가는 모습을 보였다. 페더러와 준결승에서도 정현이 자신의 장점을 유지한다면 멋진 승부를 기대할 수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