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청소하다 사고로 중태
에어컨 청소를 하다 감전된 아버지와 아버지를 구하려던 아들이 함께 중태에 빠졌다.
에어컨 정비기사 박아무개(52)씨는 28일 오전 서울 금천구 지하철 1호선 독산역 부근의 한 금형공장에서 에어컨을 청소하다 감전돼 의식을 잃었다. 공장 안 대형 에어컨엔 380볼트의 고압 전류가 흐르고 있었고, 박씨는 에어컨 안팎을 물로 닦던 중이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버지의 일을 도우려고 함께 작업을 하던 아들 박아무개(24)씨는 아버지가 쓰러지자 공장 직원들에게 “119에 신고해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아들 박씨는 119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고, 말리는 직원들을 뿌리치고 아버지를 구하려다 자신마저 감전돼 쓰러졌다. 사고 원인을 조사중인 서울 금천경찰서 관계자는 “감전돼 쓰러진 아버지를 어떻게든 끌어내려고 아들 박씨가 손을 뻗치다가 함께 감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씨 부자는 사고 이튿날인 29일 오후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고려대 구로병원 중환자실에서, 아들 박씨는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들 박씨의 외삼촌 최아무개씨는 이날 “지난해 전역한 조카는 올해 초 복학한 뒤에도 틈날 때마다 아버지 일을 도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에어컨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박씨 부자가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겨례뉴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