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할빈) 밖은 아직 꽃샘추위이고 코로나19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아직 잔뜩 웅크리고 지내고 있다. 목마를 때 물 한방울의 값짐은 겪지 않고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국적을 떠나 가깝게는 이웃끼리, 좀 더 멀게는 지역끼리, 국가끼리 환난을 함께하며 '병'을 이겨가는 '정'이야말로 '대란'중에 '희망의 씨앗'이자 '희망의 백신'이다.

　　어깨 겯고 '싸우는' 중국인과 한국인

　　코로나19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아직도 고전 중이고 앞길이 험하다. 환난의 관두에 중국 현지인과 재중 한국인들은 어깨 겯고 '싸우는' 모습을 보였다.

　　재중 한국인들 속에는 현지 중국인들과 함께 위기극복을 차분하게 대처하면서 '도대체 뭘 해야 도움이 될수 있을지” 애간장을 태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최철호 사장(왼쪽 2). 심천 한국인상회의 동료들과 함께 재심천한국인 가정과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 직원들에게 방역물자를 전달했다.

　　심천 동해화원 근처에 있는 한식점 벙커원의 최철호 사장(55, 한국인) 이 이중 한사람이다. 심천에서 20여년을 보낸 최 사장은 심천을 고향 한국 전주만큼 중하게 여겼다.

　　"무엇으로 중국을 돕고 나의 심천을 도울 수 있을가?" 외출하기 불편한 상황에서 혈액관리소에서는 헌혈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텐데......

　　최씨는 이와 같은 생각을 거의 같은 해에 심천에 와서 창업하며 정착한 한국인 정씨와 상의하며 뜻을 함께 하기로 하고 소매를 걷어올렸다.

최사장은 세장의 증명카드를 들고 다닌다고 한다. 한국 려권, 홍콩 신분증, 심천의 사회보험카드이다. 심천의 이 의료보험카드를 들고 있으니 집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최씨는 혈압이 높은 수준으로 판정돼 헌혈 신청이 사절되고 말았다. “가능한 많이 쉬고 등산도 자주 하면서 소원을 꼭 이룰것이다”는 그는 “'동병상련'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 같이 힘내야 한다”며 파이팅을 웨친다.

　　심천한국료식업협회장과 재심천 한국인산악대장을 겸하고 있는 최사장은 심천한국인상회의 골간성원이기도 하다. 상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무한시적십자회와 심천제3인민병원에 도합 10만여원을 모금하는 등 지원에 앞장섰었다.

최사장의 친구인 한국인 정도철, 배례순씨 부부는 심천에서 헌혈한뒤 '무상 헌혈 사랑의 카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지원과 성원이 잇따르고 있는가하면 일부 중국인들 역시 어려움을 겪는 한국 현지 거주민들에게 고통을 함께 나누자며 의리의 손길을 내밀었다.

　　지난 3일 한국에서 돌아온 입국자를 대상으로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하는 심천의 한 아파트, 이곳에 거주하는 한국인 격리 대상자들에게 식빵과 우유가 담긴 선물 꾸러미가 도착했다. 선물을 보낸 사람은 아파트 린근 상가의 주인으로 자가격리 중인 가정마다 선물 꾸러미를 배달했던 것이다.

　　선물 꾸러미와 함께 보낸 편지에는 "힘든 일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련락하세요. 작은 선물과 작은 온정을 드립니다. 이 세상이 아름다운 건 당신과 나가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심천의 또 다른 아파트에서는 코로나19 검사를 마친 뒤 너무 과도한 조치를 하게 돼 미안하다며 방역 요원이 과일 상자를 전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심천시위와 심천시정부에서는 자가격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한국 거주민들을 상대로 감사와 위문을 표하는 '편지'와 함께 체온계와 과일 박스를 배달해 온정을 전하고 있다.

　　심천에서 '라이프매거진'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한국인 김대순 사장은 심천시위와 시정부에서는 자가격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한국 거주민들을 상대로 감사와 위문을 표하는 공지문과 함께 과일 박스를 배달해 온정을 전하고 있다며 심천시 복전구 샹미후가두판사처(福田区香蜜湖街道办)에서는 관할 구역의 한국인들을 위해 코로나19 예방 홍보영상을 한국어로 특별히 제작해 인기를 끌었다고 소개했다.

지난 3일 심천의 한 아파트에 자가격리 중인 한국인 거주민을 위한 선물 꾸러미가 배달됐다. 이 선물은 린근 상가의 한 중국인 주인이 보낸 것으로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련락을 달라'는 메시지도 함께 배달됐다.

　　“샹미후와 함께 이겨내요”라는 제목으로 된 이 영상은 한국의 '귀요미송'을 개사해 예방수칙과 한국인에 대한 응원의 메세지를 담아 한국 어린이가 자원봉사로 참여하여 중한간의 우호를 증진해 주고 있었다. 현재 이 영상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 급속히 퍼져 나가고 있다.

　　김사장은 "모두 힘든 시기에 서로 잘 협조해서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심천외에 북경, 상해 등 도시에서도 재중 한국인의 어려움을 헤아리면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북경의 한 집주인은 한국 거주민에게 집세 한달분인 1만6천원을 감면해주며 "돈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신이 자신감과 힘을 얻어서 쉽지 않은 중국 생활을 잘 헤쳐나가야 한다", "이번 사태도 대단한 일은 아니고, 단지 인생에서 겪는 경험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의리를 보여줬다.

한국 거주민들에게 배달된 선물.

　　상해 한인타운의 대형 부동산 기업인 징팅(井亭)실업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상인들의 처지를 고려해 2월과 3월분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알려와 큰 힘으로 작용했다. 임대료 면제를 받게 되는 크고 작은 한인 운영사업체는 최소 3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병마 앞의 긍정 메시지

　　중국이 코로나 19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재중국 한국인을 포함한 한국인, 한국정부의 지원과 성원의 손길이 잇따랐다.

　　한국이 코로나19로 총력전을 가하고 있는 현재 이번에는 중국이 팔을 걷었다.

　　중국 여러 도시들이 기증한 마스크가 속속 한국에 도착하고 있다. 상해시가 기증한 마스크가 한국 대구·경북과 부산 등지로 전달됐으며 위해시에서 기증한 마스크도 한국 인천시에 전달되고 있다. 이 또한 코로나 비상사태에 중국에 구호품을 전달하며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준 한국 자매·우호 도시에 대한 화답과 지원이기도 했다.

　　지난 5일 중국 외교부 마조욱 부부장은 “한국에 의료물자를 지원할 것이며 한국과 합동 방역 기제를 건립하기 위해 론의 중”이라며 “중국 정부는 한국이 급하게 필요한 의료 물품을 신속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버리고…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의 한 소절이다. 따뜻한 노래가사와목소리에 가슴이 뭉클해난다. 코로나 19를 무찌르기 위해 매 하루를 힘들게 버텨가는 모든 이들의 위로곡이라도 되는 듯 싶다.

　　국적을 뛰여넘어 함께 동고동락하며 마음을 서로 어루어만져주는 이 우정……전례없는 병마와의 싸움에서의 진한 키워드 중 하나는 환난을 함께하는 '친구' 두글자가 틀림없다.

　　/특별취재팀 리수봉 남석 김련옥 류설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