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문화/생활 > 공연/행사
  • 작게
  • 원본
  • 크게

도심형 페스티벌, 풍성했지만 일탈의 즐거움이 아쉬웠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8.18일 16:04
[서정민갑의 뮤직코드]

[미디어오늘서정민갑·대중음악 의견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슈퍼!소닉이 끝났다. 올 여름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다 끝난 것이다. 올해 갑자기 십여개로 늘어난 페스티벌들을 쫓아다니느라 돈도 많이 들고 주말도 온전히 페스티벌에 쏟아 부어야 했던 시간들도 이젠 추억이 되었다. 덕분에 까맣게 탄 얼굴은 아직 그대로지만 수많은 이들이 쏟아지는 음악 속에서 열광했던 공간들은 이제 언제 그랬냐는 듯 텅 비어 있다. 그 곳의 잔디가, 그 곳의 바람이, 그 곳의 하늘이 기억하는 열정의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제 마른 땀방울과 지워진 함성의 여백과 침묵이 그 공간을 지배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몇 장의 사진과 짧은 영상으로 2012년의 대중음악 페스티벌을 기억하다가 다시 일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처음처럼 다시 음악 속에 뛰어들 것이다.

사실 올해 여름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라디오헤드(Radiohead)의 등장 덕분에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에도 많은 이들이 몰리면서 록 페스티벌과 일렉트로닉 페스티벌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8월 초중순에 열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슈퍼!소닉이 얼마만큼 선전하고 얼마만큼 자기 자리를 잡을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펜타포트는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 생긴 후에는 자본과 공간의 열세 때문에 한동안 고전해야 했다. 그럼에도 펜타포트의 역사성을 사랑하고 특유의 거친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펜타포트 역시 2010년부터 출연진과 부대 시설을 업그레이드 하며 펜타포트만의 매력을 만들어나갔다. 올해 정서진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로 자리를 옮긴 펜타포트에는 장점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교통이 편리했다. 공항철도를 이용해 금세 오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시에서 주최하는 페스티벌이다보니 심야 지하철이 증편되는 것도 편리했다. 또한 아스팔트와 자갈이 깔린 펜타포트는 더 이상 비가 와도 질퍽거리지 않았다. 진흙탕과 장화, 악취의 악명이 높았던 펜타포트의 과거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쓰레기통은 많지 않았지만 규칙적으로 비워지면서 공간도 쾌적했다. 그늘이 없는 점을 감안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리프레쉬 존을 만들고, 여성전용 화장실을 별도로 3동 배치한 점, 현금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점, 물품보관소를 만들고, 다양한 음식 부스를 입점시킨 점도 괜찮았다.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지는 않았고, 셔틀버스가 한 때 밀리기도 했지만 페스티벌의 부대 시설로서는 세심하게 준비된 편이었다.



하지만 자본의 열세 때문에 출연진의 명성은 확실히 지산에 비해 떨어졌다. 티켓 판매 역시 지산에 비해 적었다. 첫날 메인 스테이지의 저녁 공연을 탑밴드 8강 녹화로 채웠을 때 펜타포트를 찾은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예산 규모가 출연진의 지명도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펜타포트의 출연진들이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신 펜타포트의 라인업이 얼마나 충실하고 개성있게 짜여져 있는지를 보아야 했다. 펜타포트 라인업에서 돋보였던 것은 계속해서 아시아 뮤지션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올해에도 펜타포트는 티-본 스카(T-Bone Ska), 가차릭 스핀(Gacharic Spin), 모카(Mocca)등의 개성 있는 아시아 뮤지션들을 소개하며 차별성을 부여했다. 티 본 스카의 무대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태국 레게 스카 음악의 진수를 보여준 무대였다. 그리고 스노우 패트롤(Snow Patrol)과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의 무대는 헤드라이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훌륭한 무대였다. 특히 스노우 패트롤의 감성적인 음악과 안정된 연주는 올해 펜타포트의 정점이었다. 국내 뮤지션들 중에서는 오랜만에 신곡을 들고 돌아온 바세린(Vassline)의 무대와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현악과 클라리넷의 협연을 꿋꿋히 펼친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의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그 중 가장 돋보였던 뮤지션은 단보우 연주를 섞어 매우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연출한 이승열의 무대였다. 매번 새로운 편곡과 선곡을 선보이는 이승열의 무대는 그의 음악적 고집과 저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 훌륭한 무대였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레이크 사이드 스테이지의 공연들은 펜타포트의 개성을 갉아먹었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함께 하는 편안한 휴식 시간이 되었다. 페스티벌 공간 한 쪽에 백사장을 만들고 레게 밴드 라이브를 들려준 것도 개성 넘치고 참신한 시도였다.



한편 일본의 섬머 소닉과 연계해 올해 처음 등장한 슈퍼!소닉은 과연 얼마나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었다. 이젠 포화상태가 된 여름 대중음악 페스티벌 시장에서 가장 늦게 열리는 슈퍼!소닉이 얼마만큼 흥행하는지 여부는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뿐 아니라 내년에도 슈퍼!소닉을 볼 수 있는지를 예상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었다. 지난 8월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페스티벌을 치루고 주최측에서는 연인원 2만명의 관객이 찾았다고 밝혔다. 가장 늦게 열린 페스티벌이고 이틀 내내 폭우가 쏟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관객이 온 셈이었지만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숫자였다.

하지만 지하철과 대중교통으로 쉽게 올 수 있다는 점과 실내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올림픽 공원의 잔디밭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둘째날의 경우 '포스터 더 피플(Foster the People),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 고티에(Gotye)는 각자의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손색없는 공연을 펼쳐보였다. 특히 1980년대스러운 뿅뿅거리는 신스 팝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뉴 오더(New Order)의 공연은 명불허전의 가치를 증명한 훌륭한 공연이었다. 나이가 무색했고 거장이 왜 거장인지 알 수 있는 공연이었으며 동시에 지금 들어도 마냥 신나고 흥겨운 공연이었다.

그럼에도 체육관 공간을 사용하다보니 어떤 공연에서도 음향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점, 그리고 국내 출연진에서 특별한 차이를 느낄 수 없고, 슈퍼!소닉만의 개성을 찾기 어려웠던 점은 아쉬운 지점이다. 또한 '도심형 페스티벌'로서의 접근성은 좋았지만 공연을 앉아서 본다는 것 말고는 페스티벌 공간에 기대하는 일상 외적인 공간으로 뛰어드는 일탈과 변화의 즐거움을 맛볼 수 없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지산이나 펜타포트,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열광하는 관객들이 단지 음악에만 열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연 이외의 프로그램이 부실했다는 점도 앞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올 여름 음악 팬들은 풍성한 대중음악 페스티벌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하지만 페스티벌이 많아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페스티벌과 새로 생긴 페스티벌이 서로 다른 정체성과 지향을 가지고 다양한 대중음악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문화를 접하는 소통과 감동의 공간으로서 교감하고 집중하며 확장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꾸준히 발전시켜 음악과 예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중음악 산업이 성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제 막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한국의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올 가을에는 또 어떻게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함께 즐기면서, 그리고 이젠 좀 더 냉정하게 짚어가면서.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100%
10대 0%
20대 10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자신의 가정사를 언급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시즌3' 에서는 2000년대를 강타한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출연했다. 이날 선예는 자신의 가정사를 언급하며 할머니의 손에 자랐다고 해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남자친구 완전 애교쟁이" 이미주♥송범근 얘기에 '잇몸 만개'

"남자친구 완전 애교쟁이" 이미주♥송범근 얘기에 '잇몸 만개'

축구선수 송범근과 공개 열애중인 미주가 방송 중 '남자친구'에 대해 직접 언급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4일 방송된 MBC '놀면뭐하니?' 에서는 멤버들과 함께 봄소풍을 떠나는 모습이 전해졌다. 이날 유재석과 하하, 주우재, 이이경, 박진주는 미주를 향해 축하인사

"이정도면 공개열애" 블랙핑크 리사♥재벌2세, 공식석상 함께 등장?

"이정도면 공개열애" 블랙핑크 리사♥재벌2세, 공식석상 함께 등장?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그간 열애설 상대였던 프레데릭 아르노가 CEO로 있는 명품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 행사에 참석해 화제다. 이날 리사와 프레데릭 아르노는 행사 내내 서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프레데릭 아르노는 세계 최

[우리의 명절과 기념일] 5.4 청년절의 유래와 의의

[우리의 명절과 기념일] 5.4 청년절의 유래와 의의

◇ 신기덕 5.4 청년절은 1919년 중국 반제국주의의 5.4운동에서 유래한 것으로 5.4 애국운동은 제국주의와 봉건주의를 철저히 반대하는 애국운동이자 중국 신민주주의 혁명의 시작이기도 하다. 1939년 섬감녕변구 서북청년구국련합회에서는 5월 4일을 중국 청년절로 규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