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역서 30대 남성 체포, 단순 불법체류 가능성도 … 이 대통령, 경찰청 전격방문

경찰이 전남 나주 초등학생 납치·성폭행 사건의 범인을 전방위로 추적하고 있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 한 명이 붙잡힘에 따라 수사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8년 조두순 사건 이후 정부가 내놓은 아동 대상 성범죄 예방 대책들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일 전망이다.

31일 전남 나주경찰서는 중국 국적의 남성 B씨를 붙잡아 초등학생 납치·성폭행 사건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날 오전 나주역에서 달아나는 이 남성을 붙잡았다. B씨는 경찰의 탐문 수사 중 행방을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를 상대로 달아난 이유 등을 조사 중이지만 단순 불법체류자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중국인인지 중국 교포인지 신원을 확인하는 한편 사건 발생 시간대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30일 전남 나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0분쯤 나주의 한 집안 거실에서 나주 모 초교 1학년 A(7)양이 이불과 함께 실종됐다는 A양 어머니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경력 160여명을 투입해 주변 수색을 시작한 지 1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1시쯤 나주 영산강 강변도로에서 이불을 안고 앉아있는 A양을 발견했다.

A양은 알몸 상태로 성폭행을 당한 채 발견됐다.

진단 결과 A양은 대장이 파열되고 중요 부위에 5cm가량 손상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A양은 "모르는 아저씨가 데리고 갔다. 들쳐 메고 가다 깨어나니 '괜찮다 삼촌이다'라며 이불을 뒤집어 씌워 영산강 다리 아래로 데려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양의 몸에서 체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이와 함께 A양이 정신적인 충격을 크게 받았을 것으로 보고 일단 응급조치를 하게 한 뒤 어머니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A양의 집은 1층 상가 건물로 유리문을 열면 바로 거실로 연결되는 구조여서 밖에서 보면 안을 볼 수 있는 형태다.

태풍 '덴빈'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불었지만, 사건 당일에는 문을 잠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어머니는 경찰에 "오후 11시쯤 PC방에 들렀다가 새벽 2시30분쯤 돌아왔으며 3시쯤 화장실에 갈 때 딸이 없어 안방에서 아빠랑 함께 자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집 주변 폐쇄회로(CC)TV를 입수해 분석했으나 악천후로 화면상태가 좋지 않아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으나 20여명의 경찰이 주변 탐문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B씨를 붙잡게 됐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찰청을 전격 방문, 빠른 시간 내 범인검거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경찰청 방문은 예정에 없던 일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나주까지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경찰청을 직접 방문해 범인검거 현황을 보고 받고, 최대한 빠른 검거를 지시했다. 그만큼 지금 상황을 무겁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잇따른 강력 성범죄와 '묻지마 범죄' 등에 이어 또다시 '제2의 조두순 사건'이 발생하면서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재철 기자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