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에서 너구리 형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조상건'이 지난 4월 향년 7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29일 한겨레의 보도에 의하면 고인의 조카 최재형씨가 "지난 4월 21일 삼촌이 집에서 세상을 떠나셨다. 생전에 심장과 신장이 안좋아서 치료를 받고 계시긴 했지만 차기작 출연 검토를 하시는 등 큰 무제가 없었으나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가족끼리 장례를 치렀다"고 전했다.
1946년생인 그는 평안북도 정주 출생이다. 생후 5개월 한국 전쟁 때 가족들과 함께 피난 와 서울에서 성장했다. 서울 연극학교에서 전문학사를 취득하고 1966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손병호, 박희순, 임원희, 김병옥, 장영남, 유해진 등의 대배우들을 배출한 극단, 목화 레퍼터리컴퍼니의 창림 멤버로써 '춘풍의 처', '태', '자전거', '불 좀 꺼주세요' 등 수많은 연극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으며 1086년에는 대한민국 연극제에서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고인은 1982년 영화 '철인들'을 통해서 영화계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중후한 목소리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신라의 달밤', '그때 그 사람들', 타짜' 등에서 인상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왔다.
평생 한 눈 팔지않고 배우의 길만 걸으신 분
사진=영화 '타짜'
영화 '타짜'에서 조상건은 '너구리 형사' 역으로 '정마담'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와 남다른 연기호흡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혜수의 타짜 명대사인 "너구리는 머리 속에 마요네즈만 들었나"라는 말도 조상건과의 연기호흡으로 탄생한 장면이라고 한다.
너구리는 '타짜'에서 "누구한테든 돈만 받으면 돼", "됐어. 나도 평경장에게 빚이 있어"라는 대사를 남겨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읖 남겼다. 이후 이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며 수많은 이들이 그의 중후한 목소리와 연기를 성대모사했다.
고인은 영화 '신라의 달밤'에서도 형사 '박반장' 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촬영에 들어갈 것을 대비해서 운동을 하셨다. 평생 한눈 팔지 않고 배우의 길만 걸으신 분" 이라며 고인을 추억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고인의 인상깊었던 연기력을 회상하며 "타짜를 보면서 너구리에게 빚이 있다. 관객들을 너무 즐겁게 해 주셨던 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큰 별이 졌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다" 라며 추모의 댓글을 남기고있다.
한편 그가 출연했던 영화 '타짜'는 개봉 이후 2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도 영화의 한장면 한장면이 명장면이 되고 대사 하나하나가 명대사로 남을 정도로 극찬을 받고 있는 명작이다. '타짜'에서 고니 역을 맡았던 조승우 배우는 극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고인이 연기했던 '너구리'를 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