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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는 아침, 보이차는 황혼의 향

[기타] | 발행시간: 2012.10.24일 17:15

[한겨레] [매거진 esc] 요리

따끈한 차가 그리워지는 계절에 즐기는 중국차와 홍차의 세계

찬 가을바람이 소매 안으로 성큼 다가왔다. 따끈한 차 한잔이 그리운 계절이다. 지난 18일 서울 신라호텔을 찾은 중국 차 전문가 웨이레이(魏磊·35) 씨와 한국의 홍차 전문가 공은숙(56)씨를 만나 맛있는 차 이야기를 들었다. 웨이레이 씨는 ‘왐포아 클럽’(Whampoa Club·黃浦會·상하이의 고급 중식당)의 티 소믈리에란 직함을 가지고 있다.

티 소믈리에는 식당을 찾은 이들에게 차를 추천하고 우려주는 차 전문가다. 차문화가 발달한 중국의 고급식당에는 티 소믈리에가 상주한다. 국가 인증 전문자격증이 있을 정도로 주목받는 직업이다. 그는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에서 왐포아 클럽의 음식과 차를 선보이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 18일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 웨이레이 씨가 정성스럽게 찻잎을 넣고 우린다. 소림사 수도승이 따로 없다. 처음 우린 물로는 잔을 씻고 데운다. “차를 가공하거나 보존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나 먼지가 들어갈 수도 있어요.” 중국인들은 향이 좋은 차를 즐긴다고 한다. 녹차, 우롱차, 보이차 순으로 인기란다. 그가 천천히 차를 우려 내민다. 흙냄새가 코끝에 닿는다. 같은 차를 여러 번 우릴 때마다 맛은 달라진다. 찻잔에는 산수화가 그려져 있다. 아른아른 물 아래로 한 폭의 동양화가 보인다. “녹차는 마치 아침을 보는 것 같아요. 보이차는 황혼 같은 느낌이죠.”

그가 70도 뜨거운 물에 녹차 잎을 뿌린다. 물의 표면을 거의 덮을 정도의 양이다. 틈이 보이지 않는다. “100도 정도의 고온은 안 됩니다. 향이 사라져요. 70도는 천천히 찻잎이 흩어지면서 향을 내뿜지요.” 잔에 따를 때도 원칙이 있다. 우린 물의 4분의 1은 주전자에 남긴다. 2~3번 우릴 때 대비해 향을 남기는 것이다. 녹차는 2~3번 우려 마시는 게 가장 적당. “많이 우려낼수록 찻잎이 물을 받아들이는 힘이 약해집니다. 향과 풍미가 떨어져요.”

녹차는 70도가 적절

2~3번 우려먹는 게

가장 맛 좋아

그는 식사 중에는 차를 마시지 말라고 권한다. “차에는 타닌, 카페인 등이 있어 위를 자극할 수 있어요. 식사 전후에 마시는 게 좋아요.” 식전에는 입안을 깨끗하게 해서 맛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식전 차로 녹차나 화차를 권한다. 식후에 마시는 차는 소화를 돕는다.

그는 왐포아 클럽에서 손님들의 체질이나 먹은 음식의 종류에 따라 차를 권한다. “고기류 등의 기름진 음식을 먹은 이들에게는 보이차를 추천하고요, 담백한 음식이나 샐러드류를 먹은 이들은 어떤 차를 마셔도 좋아요.”

그가 여자처럼 곱고 흰 손으로 따라주는 녹차는 우리에게도 친근한 차다. 중국 여행길의 단골 구입품목이다. 그가 질 좋은 녹차를 구입하는 법을 알려준다. “녹차는 감별하기 힘든 차죠. 우려봐야 압니다. 먼저 향을 맡아보세요. 완두콩 같은 콩 향이 나야 해요. 좋은 녹차일수록 마시고 난 다음 향과 맛이 오래 입안에 남아요.” 찻잎의 색도 고르는 기준이 된다. 골고루 같아야 한다. 붉은색이나 노란색이 보이면 질이 좋지 않은 찻잎이다. 다시 우렸을 때 찻잎의 모양새가 원상태로 돌아가는지도 판단의 근거가 된다. “좋은 차는 잎의 길이가 약 1.5㎝예요. 녹차는 1년 안에 다 마시는 게 좋습니다. 보이차는 오래 둘수록 맛있지요.”

그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두툼한 책 한 권 부피다. 2007년 윈난(운남)성을 여행하다가 1500여년 된 숲에서 발견한 찻잎으로 만든 보이차라고 한다. 마치 심마니가 1000년 산삼을 발견한 것처럼 기뻤으리라! 발견한 곳의 위치는 친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몇 년이 지나면 아마도 국보급 차가 될 겁니다.” 방긋 웃는다.

녹차보다 홍차에 관심이 있는 이들도 요즘은 많다. 불발효차의 대명사가 녹차라면, 홍차는 완전발효차의 대표선수다. 홍차 특유의 떫은맛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홍차 전문가 공은숙씨가 나섰다. “홍차는 딱 한번 우려 마시는 차입니다.” 여러 번 우리면 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홍차는 100도에서

3분 동안

딱 한번 우려내는 게 제맛

“식기 전에 다 마셔야 해요. 식으면 제대로 된 떫은맛을 즐길 수 없고 식을수록 떫은맛이 강해지기만 합니다.” 홍차는 아삼, 다르질링, 실론 등 홍차 산지의 이름을 딴 ‘스트레이트 티’와 여러 가지 홍차를 섞은 ‘블렌드 티’, 과일이나 꽃 향을 입혀 만든 ‘플레이버리 티’로 나뉜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로열 블렌드 등은 블렌드 티, 얼그레이, 재스민 등은 플레이버리 티다. 공씨는 이른 아침에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나른한 오후에는 밀크티를 추천한다. 달콤한 케이크나 쿠키를 곁들이면 더 좋다. 피곤함이 싹 사라진다.



cooking tip

발효라고 다 같은 발효가 아냐

차는 차나무에서 채취한 어린 새싹을 가공해서 만든다. 발효 정도나 색상에 따라 그 종류가 많다. 차의 발효는 미생물 발효가 아니다. 찻잎에 함유된 폴리페놀이 산화되는 과정이다.

불발효차는 잎을 찌거나 덖어서 찻잎에 함유된 산화효소의 활동을 정지시키거나 5%만 진행시킨 차다. 녹차가 여기에 속한다. 반발효차는 폴리페놀 성분을 10~65% 발효시킨 차다. 백차, 청차, 우롱차 등이 반발효차다. 완전발효차는 홍차다. 발효 정도가 85% 이상이다. 후발효차에는 보이차가 있다. 녹차처럼 산화효소 활동을 멈추게 한 뒤 공기 중에 미생물의 번식을 유도해 다시 발효시킨 차다. 색에 따라서는 백차, 녹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 등이 있다.



그가 홍차를 맛있게 우리는 법을 알려준다. 250~300㏄ 물에 3g의 홍차 잎을 넣는다. 물의 온도는 100도다. 우리는 시간은 정확히 3분. 한 사람이 마실 양이다.

공씨가 예쁜 찻잔과 주전자, 곁들여 먹을 과자를 꺼내 한 상 차린다. 홍차잔은 여느 커피잔과는 모양이 다르다. 주둥이가 넓은 대신 높이는 낮다. 정성스럽게 차려내는 모양새가 중세 유럽의 수도승 같다. 과정이 여유를 만든다. “빨리빨리 마셔버리는 것과는 다르지요. 정성스럽게 우리고 상을 차리다 보면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줍니다. 차의 근본은 치유예요.”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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