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춤 곁들인 새 버라이어티 개그
- 지난달 28일 첫방송 동시에 '개그콘서트' 코너 시청률 1위(TNmS기준)
- 직접 만든 노래 저작권 등록까지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KBS2 ‘개그콘서트’ 코너 ‘핑크레이디’의 조승희와 김장군 그리고 세 명의 핑크레이디(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 순)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헉, 뭐지?” 여자 세 명이 분홍색 전신 ‘쫄쫄이’를 입고 나타났다. 같은 색 헬멧도 썼다. “악당들아 꼼짝 말아라, 우리는 핑크레이디~” ‘파워레인저’와 ‘후레쉬맨’를 연상케 하면서도 어설픈 의상과 안무가 흥미롭다. 98%가 부족한 세 명의 여자 영웅. 위기 대처도 ‘속수무책’ 수준이다. 바다에 빠져 의식 없는 남자 인공호흡을 하기 위해 립스틱을 먼저 칠하는 식이다. 발칙(?)하기까지 하다. KBS2 ‘개그콘서트’ 코너 ‘핑크레이디’ 얘기다. “지구 끝까지 유치할 겁니다.” 핑크레이디를 만든 괴짜 박사 역의 개그맨 김장군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가 자다 일어나 노래 맞춰 춤도”
-시작부터 화제다. 극과 극이지만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김장군(이하 김):한 네티즌이 핑크레이디 관련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을 봤다. 아이가 자려고 누웠다가 TV에서 핑크레이디 노래 나오니 일어나서 춤을 따라 추는 내용이었다. 신기했다.
▲조승희(이하 조):반응이 좀 의외의 곳에서 오더라. 30대 이상과 어머니들이 되레 핑크레이디를 좋아하는 거 같더라. 아마 ‘후레쉬맨’에 대한 추억이 있는 세대라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노래가 재미있다는 평이다. 직접 만들었나
▲김: 친구에게 작곡을 부탁했다. 가사는 핑크레이디팀 모두 같이 썼다. 황당한 설정에 오글거리는 노래를 만들면 진짜 유치해지겠더라. 사람들이 “이게 뭐야”하며 웃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노래 만드는 데 욕심냈다. 노래 저작권 등록도 했다.(웃음)
‘개그콘서트’ 코너 ‘핑크레이디’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김: ‘후레쉬맨 ’같은 영웅물을 꼭 하고 싶었다. 비디오 가게 아들로 자라 ‘후레쉬맨’같은 영웅물은 거의 다 봤다. 처음에는 뚱뚱한 영웅, 늙은 영웅 등을 생각하다 여자 영웅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못된 남자 혼내주려다 잘생긴 외모에 반해 벌을 못 주는 식으로 생각했다. 여자 하면 ‘레이디’고 핑크색이 떠올랐다. 언젠가 길을 지나가다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넷이 핑크색 가방에 모자에 장화까지 똑같이 신고 가더라. 그때 ‘핑크레이디’가 딱 떠올랐다. 이왕이면 동글동글한 체형의 사람이 해야 캐릭터가 살 것 같아서 그런 여자 개그우먼 셋을 뽑았다.
▲조: 지난해 ‘어제 온 관객 오늘 또 왔네’하면서 핑크레이디를 짰다. 그런데 1년을 묵혔다. 그때만 해도 ‘감사합니다’가 인기라 묻힐 거 같았다.(웃음) 시기를 봤다. 그러다 버라이어티한 코너가 좀 시들하다는 생각에 제작진에게 선보였고 그게 통했다.(웃음)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KBS2 ‘개그콘서트’ 코너 ‘핑크레이디’의 조승희와 김장군 그리고 세 명의 핑크레이디(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 순)
-안무가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있다. 누가 짰나
▲김: 안소미 선배가 춤꾼이다. 안 선배 주도로 다 같이 모여 짰다. 그런데 세 명의 핑크레이디가 몸치다. 그래서 고생 좀 했다.(웃음)
“핑크레이디 얼굴 공개는 코너 끝나는 날”
-핑크레이디는 언제 얼굴을 공개하나
▲김:얼굴이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핑크레이디란 새로운 캐릭터를 위해서다. 세 여자 개그우먼의 얼굴 등 신상이 공개되면 아무래도 핑크레이디 이미지가 흐트러지니까. 그래서 회의하다 방송 자막에도 이름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대본에도 이름이 없다. 핑크1 핑크2 핑크3 이런 식으로 돼 있다. 배트맨 등 영웅들은 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잖나. 그런 놀이로 봐 달라.
▲조:공개하는 날이 코너 막 내리는 날이다.(웃음)
-헬멧을 한 번도 벗지 않는다. 핑크레이디도 힘들 것 같다
▲조:연습할 때도 계속 헬멧 쓰고 있다. 벗고 하면 아무래도 동선이 실제 무대에서랑 달라서 불편해도 세 친구가 헬멧을 쓰고 연습힌다. 세 친구 보면 목에 파스를 붙이고 있다. 짠하다.(웃음)
핑크레이디 패션·무기 백서
-의상:‘메이드 인 KBS 의상실’. 핑크색 쫄쫄이 의상이나 벨트 모두 자체 제작이다. “블록버스터 개그다.”(김장군) 고탄력이 특징. 헬멧은 개인 소장용이다. 각자 구해 분홍색 스프레이 락카를 뿌렸다.
-무기:핑크 밧줄. 핑크 회오리. 핑크커튼 등이 있다. 대부분 수동이다. 물론 화력은 약하다. 불을 끄기 위해 핑크 회오리를 쓰지만 바람 일으키기 위해 돌다가 지쳐 먼저 쓰러진다. 셋이 합체하면 공격력은 세진다. 합체 시간이 ‘백만 년’이라는 게 숙제다. 핑크대포, 핑크타이머 등 신무기도 개발 중이다.
‘핑크레이디’
핑크레이디 직격 인터뷰 ‘그것이 알고 싶다’
-헬멧 계속 쓰고 연습하고 무대 서는 데 갑갑하지 않나
▲핑크1: 죽을 것 같다. 앞도 보이지 않고 내 숨소리만 들린다.
▲핑크2: 사실 잘 안 보이는 게 더 문제다. 하다 보면 숨쉬기도 힘들다. 헬멧에 습기 차서 방청객도 뿌옇게 보일 때가 있다. 종종 애먹는다.
-방송에 얼굴 나오지 않는 데 서운하지 않나
▲핑크1: 오히려 재미있다. 얼굴 나오지 않아 누군지 궁금해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을 이중으로 속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핑크2:헬멧을 썼으니 쫄쫄이도 입기 편하다. 더 자유로워 진다랄까.
-가족은 아나? 그리고 어떻게 알아보나, 힌트를 준다면
▲핑크1: 가족은 안다. 입단속을 단단히 시켜 내 정보 유출을 막았다. 동료 개그맨들은 배와 가슴으로 우리 셋을 구분한다. 한번 해봐라.
▲핑크2: 가족들도 셋 중에 내가 누군지는 모른다. 그래서 서운하다.
(핑크레이디팀의 ‘개그’ 도발은 현실에서도 이어졌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황당한 단서가 붙었다.“핑크레이디는 말 못하는 데 괜찮으신가요?” 방송에서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실명도 공개하지 않는 만큼 콘셉트를 당분간 유지하고 싶단다. 신비주의로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고 싶다는 소리다. 장기하와 얼굴들로 활동했던 미미시스터즈가 무대 밖에서는 단 한마디도 안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세 명의 핑크레이디 사진 촬영은 오케이(O.K.) 잠시 고민하다 ‘핑크레이디’의 ‘개그’를 받기로 했다. 그랬더니 사진 촬영장은 바로 ‘개그콘서트’가 됐다. 세 명의 핑크레이디는 사진 촬영 내내 헬멧을 벗지 않았다. 이들은 사진 자세를 맞추는 것도 몸짓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얼굴을 숨기기 위해 헬멧도 벗지 않았다. 물론 인터뷰 장소도 헬멧을 쓴 채로 왔다. 간단한 질문은 김장군의 휴대전화 문자로 대신했다. ‘핑크레이디’는 끝까지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다.)
양승준 (krank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