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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마저 버렸다" 불황에 지친 日 충격실태

[기타] | 발행시간: 2012.11.14일 03:09
[上] 경제 상식 대반전

대출해 집 구입 때 원리금이 월세보다 작아도 집 안 사… 제로금리인데 예금만 늘어

소득 30년 전 수준으로 하락, 맞벌이 부부 비율 2배로 증가… 100엔숍·도시락점만 호황

"월세를 내기보다 대출받아 집을 구입한 뒤 원리금을 갚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도쿄 메구로(目黑)구의 한 아파트의 광고 전단에는"2980만엔을 빌려 35년간 월 8만2400엔씩(이자+원금)을 내면 월 임대료 14만엔짜리 내 집이 생긴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일본은 대출 금리가 연 1% 이하까지 떨어지면서 월 임대료보다 대출 원리금 상환액 부담이 적은 주택이 많다. 부동산 업체들은 주택을 구입해서 월세를 줄 경우 임대수익률이 연 4~7%까지 나온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 구입 수요가 많지 않아 집값은 계속 하락세다.

20년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하락)을 경험한 일본인들에게는 "집값은 계속 하락할 것이며 집은 임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국민 상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 보유가 예금과 주식보다 유리하다는 응답자 비율이 1993년 61%에서 작년에 33%까지 떨어졌다.

◇재테크 모르는 일본인

디플레이션은 1980년대 유행했던 '재테크(財テク)'라는 단어까지 사어(死語)로 만들었다. 20대는 물론 30~40대도 상당수가 재테크라는 단어의 의미 자체를 모른다. 히나리 유키오(57)씨는 "젊었을 때 재테크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투자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지면서 죽은 단어가 됐다"고 말했다.

▲ 그래픽=이철원 기자

일본의 한 포털사이트(d.hatena.ne.jp) 사전은 재테크에 대해 '1980년대 버블기에 큰 수익을 기대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했으나, 화근을 남겼다'는 식의 설명을 달고 있다. 재테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이를 대체한 단어가 '자산 운용(資産運用)'이다. 자산 운용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현금 보유는 큰 손해를 보는 만큼 이에 대비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투자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귀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본의 정기예금(3년 만기) 금리는 연 0.03~0.04%에 불과한데도 돈이 계속 몰리고 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가계 금융자산(1515조엔) 중 현금·예금이 55.7%인 반면, 주식·출자금은 6%에 불과했다. 미국의 경우 현금·예금은 14.7%인 반면, 주식·출자금의 비율이 32.6%에 달한다. 일본도 1980년대에는 주식·출자금 비중이 15%까지 치솟았지만 계속 감소세다.

주식을 보유하는 목적도 항공사의 할인권, 식품회사의 상품 선물 등 주주총회 때 주는 선물을 받기 위해서이거나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주식을 우리사주로 받은 경우가 많다. 도쿄증권거래소 가쓰오 오사무(勝尾修) 홍보팀장은 "일본에서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주식 투자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1989년 4만에 육박하던 일본 닛케이지수가 13일 현재 4분의 1토막 난 8661이다.

◇직장인 용돈 20년 만에 절반으로

2인 가족 이상인 가구의 평균 소득은 1994년 664만엔이던 것이 2010년엔 538만엔까지 떨어졌다. 30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친 것이다. 회사원들의 월평균 용돈은 3만6500엔으로 1990년 7만6000엔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직장인들은 허리를 졸라매고 또 졸라매고 있다. 중고 책 거래점인 북오프의 매출이 1조원대로 치솟고, 모든 물건을 100엔에 파는 100엔숍과 도시락 전문점 등 불황형 업종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득 하락은 맞벌이 부부를 급증시켰다. 맞벌이 부부 비율이 1980년에 26.5%에서 올해 55.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봄마다 벌어졌던 춘투(春鬪·임금 인상 투쟁)는 임금 하락 저지 투쟁으로 바뀌었으며 쟁의도 급감했다.

◇욕망을 낮춘 초식형 젊은이

디플레의 장기화는 젊은 층을 '초식계(草食系)'로 만들었다. 초식계란 연예도 취직도 소극적인 젊은이를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미즈호 종합연구소 다카타 하지메(高田創)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초식계는 디플레이션·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성숙(成熟)사회에 적합하게 진화한 형태"라고 주장했다. 높은 기대 수준은 좌절만 초래하기 때문에 아예 욕망의 수준을 낮췄다는 의미이다.

이 같은 일본의 경험이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일본처럼 장기간 경기침체 국면에 빠진 것은 아니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부동산 침체와 인구 노령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도쿄=차학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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