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술집 금연구역 확대 시행 첫날임에도 강남역의 한 술집에서는 손님들이 버젓이 담배를 피고 있었다.
"금연석이요? 잘 모르겠는데.. 저희 가게는 전체 흡연석입니다.
음식점 금연구역 확대 시행 첫날인 8일 밤 8시 서울 강남역 근처의 한 치킨집. 150㎡(약 45평) 이상의 음식점과 카페, 호프집 등의 흡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시행 첫날이지만 이렇게 버젓이 흡연이 가능한 가게가 강남역 주변에는 넘쳐났다. 음식점, 술집 10여곳을 방문했지만 금연령을 제대로 지키는 곳은 단 4곳에 불과했다.
강남역의 한 일본식 선술집. 영하 10도의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가게 안은 북적거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 손님이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이 곳 역시 전 좌석이 흡연이 가능했으며 흡연자들을 위해 각 테이블마다 그 위에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무려 300석이 넘는 한 대형 호프집은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이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과거 PC방이 그랬듯이 별도의 유리 칸막이도 없이 말 그대로 자리만 구분한 상태였다. 따라서 흡연석 담배연기가 고스란히 금연석 손님들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점원들도 좌석 위치에 상관없이 오는 손님들은 그대로 다 받고 있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해당 가게들은 모두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 150㎡ 이상 일반·휴게음식점의 영업주는 전체 영업장을 금연 구역으로 정하고, 필요하면 흡연실을 따로 만들고 흡연구역 표시나 안내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긴 영업주는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손님도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한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내년 6월 30일까지는 계도 위주의 단속을 하고 실제 과태료 부과는 7월 이후에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반발이 크다. 강남역 인근 건물 지하에서 200석 규모의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소연(가명)씨는 "오늘부터 금연이라서 되돌려 보내는 손님도 있는데 업주 입장에서는 난감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지하에 있는 가게는 흡연실도 별도로 만들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관계당국과 협의 중인데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흡연자들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0년 넘게 애연가라는 이창석(가명)씨는 "일반음식점은 그렇다 쳐도 술집은 미성년자가 올 수 없는 공간이 아닌가. 성인만 있는 곳에서 담배 피는데 제약을 주는 것은 흡연자를 죄인 취급하는 것 같아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반면 대학생 이명호(가명)씨는 "담배 안 피는 입장에서 솔직히 음식점이나 술집 가서 옷에 남의 담배 냄새 베는 게 정말 싫었다"면서 "기존 흡연자들이 비흡연자 생각을 조금만 해줬다면 정부가 이렇게 규제에 나섰겠냐"고 주장했다.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흡연 규제는 단계별로 확대 시행된다. 지금은 면적 150㎡ 이상의 일반·휴게음식점 7만6000여곳만이 대상이지만, 2014년 1월부터 100㎡ 이상 음식점(15만2000여곳), 2015년 1월부터는 모든 일반·휴게음식점(68만여곳)으로 그 대상을 점차 늘린다.
파이낸셜뉴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