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현진 기자]
▲ 29일 오후 서울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개그투나잇 연습실 현장공개에서 박준형이 <하오앤차오>팀의 리허설에 특별출연, 이빨로 무를 갈고 있다.
ⓒ 이정민
수요일이면, 등촌동 SBS 공개홀은 돛대기 시장 같다.
카메라 리허설이 시작하는 4시전까지 코너를 맞춰보는 <개그투나잇> 출연 개그맨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 때문이다. 인기 코너 '하오앤차오'의 하오처럼 눈에 띄는 캐릭터부터 단역을 맡은 신인 개그맨까지 소품과 의상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분장실인가 하면, 의상실이고, 또 연습장이다.
SBS <개그투나잇> 연습현장이 29일 공개됐다. 형식은 없다. 기자들은 등촌동 공개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코너를 맞춰보고 있거나 분장 중인 개그맨을 자유롭게 인터뷰했다.
▲ 29일 오후 서울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개그투나잇 연습실 현장공개에서 국회를 풍자한 <투나잇 브리핑>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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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서울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개그투나잇 리허설에서 <하오앤차오>코너에 박준형이 특별출연, 차오 흉내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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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저리 2012', 집착 심한 전 여자친구 경험으로 만들었다
저기, 깡마른 체구의 조상아가 허리를 부여잡고 있다. 집착이 심한 여자가 남자를 카트 위에 태운 채 구속하는 코너 '미저리 2012' 연습 중인데 허리를 다쳤나보다. 아닌 게 아니라, 체구 좋은 김원구가 조상아를 매번 카트에 내리 꽂는 장면을 연출하니, 무리가 가지 않는다면 이상한 거다.
조상아는 카트 위에 있던 천이불을 좀 더 두툼한 극세사 이불로 교체하고 있었다. 기자가 허리를 다쳤냐고 묻자, 그는 "괜찮아요"라며 웃었다. 뒤로 조상아 몸집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김원구가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 안에 솜이라도 들었을 법한 풍채에 "안에 뭐 없죠?"라고 묻자 그는 "제 몸매 그대롭니다"라며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였다.
- 그 카트 요 앞에 홈XXX에서 가져오셨죠?
조상아 "쉿! 잠깐 빌린 거예요."
코너에서 빠질 수 없는 빨간 카트는 마트에서 100원에 무기한 렌트 했나보다. 유모차와 달리 이 카트는 남자를 향한 여자의 집착만큼 깊이가 깊다.
▲ 29일 오후 서울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개그투나잇 연습실 현장공개에서 <미저리2012>팀이 연습을 하고 있다. 연습에 열중하던 조상아가 허리가 아픈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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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서울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개그투나잇 연습실 현장공개에서 <미저리2012>팀이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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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아 "사실 이 코너는 저희 경험담으로 만들어졌어요. 저는 실제로 전 여자친구가 이틀을 방에 가둬놓은 적도 있어요."
김원구 "제 전 여자친구는 헤어지면 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했어요. 한 번은 미니홈피에 제 부모님의 집 사진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 여자친구가 산 위에 올라가 마을 전경을 파악한 후 집을 찾아온 적이 있었어요."
'미저리 2012'가 우스갯소리만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보다. 그나저나 이 남자들이 그 정도로 옴므파탈이었다니! 두 사람은 이 코너를 보고 있을 전 여자친구들에게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 29일 오후 서울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개그투나잇 연습실 공개행사에서 <하오앤차오>팀이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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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서울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개그투나잇 연습실 공개행사에서 <하오앤차오>팀이 기자들에 둘러싸인채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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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앤차오' 팀 "개사료 CF 들어올 것 같아요"
다른 한쪽에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가보니, 역시나 인기 좋은 '하오앤차오'가 있다. 특히 질문은 중국 황실의 4억 짜리 개 '차오'로 나오는 정세협에게 집중된다. 정세협은 얼마 전에 지인에게 진짜 차우차우 두 마리를 선물로 받았단다. 손민혁은 "언젠가 진짜 차우차우를 무대 위에 올리려고 하는데, 세협이네 개는 너무 말을 안 들어서 안 되겠다"고 말했다.
코너의 인기로 <런닝맨> <스타킹> 등에 출연한 멤버들은 욕심이 더 많아졌다. 서기원은 "이 코너 하면서 <동물농장> 팀에서 연락 올 줄 알았는데 안 오더라"고 토로했다. 이에 손민혁은 "CF를 찍고 싶다"는 바람을 간절하게 전했다.
손민혁 "지금 개 사료, 중국 여행사, 중국어 책, 즉석 짜장면, 대리운전 등의 CF가 이야기만 오가고 있는데 CF 꼭 한 번 찍고 싶습니다!"
지난번 <오마이스타>와 인터뷰했을 때, 부모님이 보신탕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손민혁은 "요새 아버지가 인터뷰 때 찍은 '하오앤차오' 사진을 가게 벽에다가 도배를 해놓으셨다"고 흐뭇해했다. 2008년 <웃찾사> '믿거나 말거나'에 나올 당시는 사진을 붙여놔도 손님들이 못 알아보더니, 이제야 아버지가 자존심을 세웠다는 훈훈한 소식이다.
▲ 29일 오후 서울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개그투나잇 연습실 현장공개에서 출연진들이 분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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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투나잇 하오앤차오팀의 여행가이드 역할의 김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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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앤차오'에서 등장하자마자 사라지는 그녀, 누구지?
'하오앤차오'에게 집중되는 관심 뒤로 다소곳하게 앉아 웃고 있는 한 여성이 있다. 이 코너 앞부분에만 살짝 등장하는 여행사 가이드 역할의 김진아(28)다. 김진아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이곳은 XX입니다"라고 소개하고 곧 무대 뒤로 사라지곤 한다.
김진아에게 다가가 같은 코너에 출연하는데도 분량이 적어서 섭섭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괜찮다"라고 웃어 보였다. 이제 막 등장한 신인인 줄 알았는데, 김진아는 2009년 말에 S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했단다. 2010년 막 무대에 오르려고 할 때, <웃찾사>가 폐지됐다.
그는 "공채 11기인데, 동기들이 다 떠나가고 나 혼자라 외롭다"고 말했다.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무대를 잃어버린 가장 억울하고 힘든 기수다. "그런데 왜 안 떠나고 버텼냐"고 묻자, 김진아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어요. 국가고시까지 치르고 자격증도 있어요. 근데 어느 날 <웃찾사> 녹화를 우연히 보러 왔는데, 무대의 열정이 장난 아닌 거예요. 마침 SBS에서 신인 개그맨을 모집했고, 그렇게 지원해서 개그맨이 됐어요. <웃찾사>에서 '규규이벤트'라는 코너에도 잠깐 올라갔는데 얼마 안 가 무대가 없어진 거죠. 저, 지금 코너 2개나 짜고 있어요. 조만간 선보일 건데, 꼭 지켜봐주세요!"
▲ 29일 오후 서울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개그투나잇 연습실 현장공개에서 <하오앤차오>팀이 녹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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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는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단 한 줄의 대사를 하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갔다. 공개홀 대기실에서 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동안에도, 수많은 개그맨이 무대와 대기실을 오가며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개그투나잇>의 가장 선배인 강성범과 박준형은 "많은 개그맨들이 공개 코미디가 아닌 버라이어티에서 성공하고 있지만, 기회는 여러 번 찾아오니 당장 힘들더라도 조금만 버텨라"라고 조언했다. 아니, 부탁했다. 신인부터 경력 십 년이 넘는 최고참까지 <개그투나잇> 개그맨들의 무대를 지키기 위한 열정, 이것이 수요일마다 등촌동 공개홀이 뜨거워지는 이유다.
▲ 29일 오후 서울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개그투나잇 연습실 현장공개에서 <적반하장>팀이 녹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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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서울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개그투나잇 연습실 현장공개 포토타임에서 모든 출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자'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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