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개입 의혹을 사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29)씨가 자신의 임무는 인터넷 종북 활동 적발이라며 특정 인터넷 사이트를 종북 성향으로 지목해 파문이 예상된다.
김씨는 지난 25일 경찰 소환조사 때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오유)'에 올라온 종북 성향의 글과 자신이 분석한 IP 분석자료 등을 제출했다. 김씨가 제출한 자료에는 오유에 최근 2년 동안 올라온 글 중 종북 성향이 짙은 글, 해외 IP를 이용해 추천을 많이 받은 진보 성향의 글, MB정부 비판 성향의 글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 업무는 국정원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종북 성향 사이트 감시"라면서 "오유 모니터링 업무와 종북 성향의 글을 추적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민주통합당이 제기한 "문재인 전 대선후보에 대한 비방댓글을 달며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김씨의 주장이 알려지자 오유에는 이를 반발하는 글이 빗발쳤다.
오유 회원 '제피르'는 28일 오전 "국정원녀 일병 구하기가 이런 식으로 전개되느냐"며 "국정원녀를 무죄로 밝히는 제일 쉬운 방법으로 택한 게 오유를 종북 사이트로 만드는 건가"라고 항의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네이버에 간첩이 글을 쓰면 네이버도 종북 사이트냐" "글 하나를 보고 종북 사이트라니 일반화의 오류를 크게 범하고 있다" 등의 댓글이 달리면서 오후 2시 현재 추천 798건, 조회수 4만3,076건을 기록하고 있다.
한 일간지가 종북 성향의 글이라고 예로 든 오유의 게시 글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5월 1일 게시된 '북한의 경제전략은 선군경제전략' 글이 문제가 됐다. 해당 글은 한국대학생연합을 비롯해 특정 단체가 집중적으로 추천한 것으로 IP가 파악됐지만, 오유 회원들은 일반 회원과의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수 성향의 '일간베스트(일베)' 소속 네티즌들이 조직적으로 오유에 들어와 문제의 게시물을 비롯한 종북 성향의 게시물을 추천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8대 대선에서 오유와 일베는 진보와 보수의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로 떠오르면서 관심을 받았다. '문재인 고가 의자 의혹' '박근혜 악수 거부 사진' 등 누리꾼들이 민감한 사안을 찾아내 이슈로 만들어 내며 언론에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근거 없이 상대를 깎아 내리거나 비방하는 흑색선전이 주를 이룬다는 비판도 있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국정원 직원 신분으로 친야 성향의 오유에서 대선관련 게시물에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밝혀져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김씨는 오유에서 총 16개의 아이디를 사용해 94개의 대선 관련 글에 추천 및 반대 아이콘을 클릭하는 방식으로 99차례에 걸쳐 의견을 표시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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