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대학로 지하극장에서 작은 강연회가 있었다. 평소 절친한 지인 교수 P씨에게 언젠가 시간이 되면 좋은 얘기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그날 자리가 마련되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사모'의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였다. 다음은 그의 강연 내용이다.
"지금은 교수이지만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벌어졌을 때 저는 동아일보 기자였습니다. 서울에서 광주로 제가 가장 먼저 내려간 기자였습니다. 그곳에서 제일 오래 있었던 기자도 저였습니다. 그것 때문에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기도 하였습니다. 2년의 수감생활을 했지만 그리 나쁘지만도 않았습니다. 취재하느라 제대로 책을 보지 못했는데 그곳에서 원 없이 책을 읽었습니다.
어느 날 밖을 보는데 교도소 쇠창살에 비둘기 한 마리가 있더라구요. 남긴 밥을 떼어 비둘기에게 주었더니 그 후로 계속해서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비둘기 날개가 부러져있어 제대로 날지를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가탁(假託)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저 비둘기구나. 저게 내 신세구나.' 쓸쓸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하늘이 나에게 소명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 다도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있습니다. 법정스님 책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가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이다. 과거의 좁은 방에서 나와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 살라. 일기일회, 단 한 번의 기회, 단 한 번의 만남이니 이 고마움을 세상과 나누기 위해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얻었다고 좋을 것도 없고, 잃었다고 기죽을 것도 없다. 괴롭고 힘든 일도 그때 그곳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시련이 우리 앞에 온 것도 다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의미를 안다면 고통스럽지 않다. 모든 것이 일기일회다. 모든 순간은 생에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에 단 한 번의 인연이다. 매 순간 우리는 다음 생의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때부터 저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어떤 주제, 어떤 컨셉을 가지고 살 것인가를. 내가 어렵게 기자가 되었고, 시절이 안 좋아 이 좁은 공간에 들어와 있지만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겠구나. 기자 시험을 볼 때 작문 시험을 보았는데, 그때 썼던 제목이 '성인 대망론'이었습니다. 대대로 저의 고장에서 성인이 많이 나왔습니다. 왕인박사, 도선 국사 등. 앞으로 성인이 또 나온다면 그것이 '나'일 수도 있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최고점수를 받고 합격을 했죠.
그러면 성인은 아니더라도 어떻게 살다 가야 하는가. 사람이 살면서 보통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합니다. 반대로 널린 게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든지 찾아오는 것이 기회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기회인지 모르고 지나간다는 것. 즉 모든 순간, 모든 만남은 단 한 번의 인연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 사는 방법은 무엇인가. 일기일회(一期一會),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십시오. 말 그대로 내일 내가 없다고 생각하고 지금 만나는 사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십시오. 저는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묘심(猫心)을 갖고 살라고.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습니다. 호기심이 많으면 그만큼 지식이 늘어나고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그리고 고양이는 마음이 움직여야 행동합니다. 아무리 주인의 명령이라도 자신이 내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독입니다. 고양이는 몰려다니지 않습니다. 주위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고양이는 자신이 주인공입니다. 주인에게 꼬리는 치지만 분명한 자기 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이 주인공이 되십시오.
오늘 여러분들을 만난 것도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사람이 같은 날,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어떤 주제로 만난다는 게 일생의 단 한번 있는 일입니다. 꽃 한 송이 들꽃이 피어있어도 목숨을 다해 피어있기 때문에, 저는 그 꽃도 목숨을 다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인연이요 기회입니다."
/차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