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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200m 안에 술집-모텔 등 49곳… “등굣길 취객 마주쳐 깜짝”

[기타] | 발행시간: 2013.03.21일 03:25

■ 서울지역 중학교 주변 유해업소 실태 GIS 분석

[동아일보]

집을 나선다. 오전 8시. 왕복 2차로 도로를 따라가면 학교까지 7분이 걸린다. 중학교 2학년 김준석(가명) 군의 등굣길이다.

맑은 정신으로, 차분한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가고 싶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현란한 간판이 아른거린다. 야릇한 상상을 하다 보면 선생님 말에 집중하기 힘들다. 왜 그럴까.

○ 퇴폐업소 간판 물결

아파트 단지를 나서면 길 건너편엔 3층짜리 C모텔이 보인다. 지하 1층은 S노래주점이다. 이 건물 앞의 홍보 간판엔 ‘도우미 있음’이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모텔 바로 옆 건물에는 S마사지가 있다. 퇴폐 마사지를 전문으로 한다. 비슷한 마사지 업소와 성인전용 컴퓨터방이 옆에 줄지어 있다.

압권은 성인용품점. 간판에 이렇게 적혀 있다. ‘누구나 들어오세요.’ 김 군의 머리가 아침부터 어지러운 이유다. 이 모든 업소가 김 군의 집에서 학교로 이어지는 언덕길에 몰려 있다. PC방은 양반이다.

김 군이 다니는 학교는 서울 강동구 천호3동의 동신중. 이번 유해업소 실태조사에서 인근 200m 안에 유해업소가 49곳이 있다고 확인됐다. 서울 시내 전체 중학교 가운데 5번째다. 이 중에서 유흥업소가 26곳이나 된다.

동신중 3학년인 정모 군은 김 군보다 학교에서 멀리 산다. 오가면서 마주치는 유해업소가 많다는 얘기다.

정 군은 “아침까지 술 마시던 사람과 마주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길에서 토사물 보기도 역겹다”고 했다. 그러더니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전화(방)’라고 적힌 업소. 깜빡거리는 전광판이 보였다. “대충 어떤 곳인지 아는데…. 괜히 위축되고 불안해서 여기를 지날 때면 뛰어서 가요.”

유해업소 주인들조차 이런 현실을 걱정했다. 동신중 인근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A 씨(62)는 “하교 시간에 앞을 지나가는 학생을 많이 본다. 나도 자녀를 키우니 주변에 이런 곳이 많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진 않다”고 했다.

마포구 노고산동의 창천중 인근 단란주점 주인(53)도 생각이 비슷했다. “애들이 뭔 죄여. 우리도 먹고살자니 여기서 영업은 하지만…. 밤에 학원 간다고 여기 지나치는 애들이 야한 옷 입은 업소 언니나 비틀거리는 취객이랑 마주치면 괜히 미안해져.”

○ 한번 생기면 없애기 쉽지 않아

동신중은 학교폭력 피해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4.6%에 들어간다. 학업성취도는 밑에서부터 17% 수준이다. 학교폭력은 지난해 8∼10월 실시된 교육과학기술부의 2차 조사를, 학업성취도는 지난해 6월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학업성취도 평가를 기준으로 한다.

관련 법률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을 절대정화구역과 상대정화구역으로 나눈다. 절대정화구역은 유치원, 초중고교, 대학을 포함해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안이다. 전화방 등 44종류의 유해시설 설치가 금지돼 있다.

상대정화구역은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200m까지를 말한다. 학교환경위생 정화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유흥주점을 비롯한 26종류의 유해업소가 가능하다. 정화구역 안에도 상당수의 유해업소가 자리 잡을 수 있는 셈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전국 2만여 곳의 정화구역 안에 4만1545곳의 유해업소가 들어섰다. 학교당 2.5개꼴이다.

이 중 350여 곳은 불법이다. 하지만 일단 업소가 생기면 없애기가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정화구역 내 불법 업소에 대한 조치 권한을 갖고 있지만 업주 반발을 이유로 이전이나 폐쇄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안마방이나 키스방 같은 신종 및 변종 업소는 정화구역 안에 들어서지 못하게 하기가 힘들다. 학교보건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자유업으로 허가를 받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정화구역 안의 불법시설에 대한 행정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아동보호구역 △어린이보호구역 등 다양한 보호제도를 통합할 방침이다.

김도완 교과부 학생건강총괄과장은 “학교와 교육당국에 실질적인 행정권한이 없어 교묘하게 파고드는 유해업소를 막기가 쉽지 않다”며 “안전 문제를 중요한 국정과제로 설정한 만큼 학교 주변의 유해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신진우·김도형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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