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줍거나 훔친 휴대폰 장물업자에 팔아넘겨
경찰, 밀반출 혐의 13명 구속·대학생 등 206명 입건
“스마트폰을 넘긴 사람들 대부분이 대학생이나 직장인 등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도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장물업자 박모(30)씨는 “‘중고 스마트폰을 사들인다’는 광고를 블로그에 올리면 하루 200∼300명이 전화를 걸어왔다”면서 “연령대도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박씨는 지난해까지 정상적으로 해지된 스마트폰을 해외로 수출하는 일을 하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장물 스마트폰 매입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고가의 스마트폰이 장물업자 등을 통해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스마트폰 범죄가 보편화하고 있다.
우연히 습득하거나 훔친 스마트폰을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간단한 인터넷 검색과 전화 한 통이면 현금 수십만원을 손에 쥘 수 있어 더욱 스마트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스마트폰을 매입해 해외로 밀반출한 이모(24)씨 등 13명을 구속하고 강모(30)씨 등 20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해외 총책인 이씨는 중국의 유명 국립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으로 “유학 자금을 모아 자립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밀반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중국과 한국을 15차례 오가며 스마트폰 2500여대(20억원 상당)를 중국과 필리핀 등에 밀반출한 혐의(장물취득 등)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씨에게 스마트폰 2500여대가 전해지기까지 범죄에 가담한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일반 시민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회사원, 요리사, 독립영화 감독, 간호사, 공익근무요원, 학원강사, 미용사, 택시기사, 군인 등 다양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대학생 곽모(19)씨는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원에 상담하러 온 학생으로 가장해 강의실에 보관 중인 학생 스마트폰 7대를 훔쳐 장물업자에게 넘겼다.
대리기사 김모(40)씨는 술 취한 손님들의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빼내는 수법으로 스마트폰 11대를 훔쳐 장물업자에게 팔았다.
전문가들은 마약이나 고가의 장물이 아닌 스마트폰의 경우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 죄의식 없이 일반인이 범죄에 개입한다고 설명한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결국 시민의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이에 따른 범죄가 잇따르면서 스마트폰을 훔치거나 습득해 파는 것이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며 “분실된 물건의 주인을 찾아준다는 시민의식보다 당장 돈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기대심리가 앞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도덕이나 양심이 실종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장물업자와 해외 연결망 등의 고리를 끊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