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의학의 발전으로 수명은 늘어났는데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의료비 증가와 생산성 저하를 고민하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진다. 하지만 여성에게는 그리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사망률과 출산율이 함께 떨어지면서 여성의 몸이 날씬해지고 키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고 외신이 전했다.

　　영국 더햄대의 이언 리카드 교수 연구진은 아프리카 서해안 감비아의 농촌 두 곳을 대상으로 1956년부터 2010년까지 여성 2818명의 의료 기록을 추적했다. 1974년 이곳에 현대적인 병원이 들어서면서 사망률이 급속히 감소했다. 동시에 선진국에서처럼 출산율도 줄었다.

　　진화는 환경에 적합한 특성을 가진 개체가 자연선택돼 그런 특성이 널리 퍼지는 것을 말한다. 리카드 교수는 여성의 경우 아이를 많이 낳는 쪽이 종족 보존에 유리해 자연선택된다고 봤다. 분석 결과 1974년까지는 키가 157㎝ 이하이고 체질량지수(BMI)가 21 이상인 여성들이 아이를 더 많이 낳았다.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5 이상을 과체중으로 본다. 그런데 1975년부터는 키 158㎝ 이상에 BMI가 21보다 낮은 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낳았다. 결국 55년 사이에 날씬하고 키 큰 여성이 자연선택되는 진화가 일어났다는 말이다.

　　과학자들은 보통 생물의 수명이 늘어나면 환경에 완전히 적응한 것으로 보고 더는 진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연구는 그런 상황에서도 단기간에 새로운 진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진은 자연선택이 작고 뚱뚱한 여성에서 키 크고 날씬한 여성으로 옮겨간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의료 환경이 좋아진 것도 이유일 수 있으며, 남성들이 선호하는 여성상이 바뀐 탓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25일 '셀'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