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왼쪽)와 이근행 PD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뉴스타파-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프로젝트' 1차결과물 7차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제공, 박세연 기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한국인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자에 대한 공동취재를 진행 중인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27일 효성그룹 계열사 대주주와 전 대림산업 회장 등이 포함된 9번째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된 명단 인물들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여부는 뉴스타파가 지난 15일부터 도입한 대중들의 지식과 정보를 모아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형태의 검증 방식인 '크라우드 소싱'에 의한 제보에 의해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이날 김재훈 효성그룹 계열사 '더 클래스 효성' 2대 주주, 김병진 전 대림산업 회장, 배전갑 전 대림코퍼레이션 사장, 남용아 컨스트넷 감사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 중 김재훈 씨는 지난 2007년 10월8일 BVI에 디베스트 인베스트먼트 그룹(D-Best Investment Group Ltd)을 골드만삭스 싱가포르 지점을 통해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재훈 씨는 이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두 달 뒤, 효성그룹 계열사인 더 클래스 효성의 2대 주주가 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가 유상증자에 참여, 약 23억 원을 납부하고 더 클래스 효성 지분 31.54%를 취득했다.
뉴스타파는 이 과정에서 일반투자자는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 조건으로 김재훈 씨가 지분참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재훈 씨는 효성의 우선주를 취득하면서 상환을 요구할 경우 2개월 이내에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받았고 당시 시중 대출금리보다 높은 9%의 높은 이자까지 받을 수 있게 계약하는 한편,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뉴스타파는 "당시 더 클래스 효성의 재무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투자 조건은 특혜로 볼 수 있다는 게 회계사들의 지적"이라며 "이에 대해 효성과 김재훈 씨 측은 국내 법무법인에 의해 적법하게 진행된 투자였다는 해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병진 전 대림산업 회장과 배전갑 전 대림코퍼레이션 사장, 남용아 컨스트넷 감사가 공동으로 2003년 9월30일 BVI에 쳄빌트 인터내셔널(CHEMBUIL INTERNATIONAL INC.)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UBS AG 싱가포르의 중계를 통해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김병진 씨와 배전갑씨는 각각 대림산업 회장 및 대림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대림엔지니어링 상무 및 대림코퍼레이션 사장, 서울은행 부행장 등을 지낸 대기업 임원 출신들이다. 두 사람은 2001년 대림에서 취직한 이후 벤처기업인 컨스트넷을 운영하면서 BVI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배전감 전 사장은 뉴스타파 통해 "2000년대 초반, 인도네시아에서 투자 사업을 하면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지만 이후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더 이상 활용하지 않았다"며 "탈세 등의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