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부정·부패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던 공직자들이 돌연 잠적하는 사건이 빈발해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법제일보(法制日報)는 25일 전국 각지에서 공직 부패 척결을 주도하는 당 감찰 기구인 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 대상 공직자들이 '실종'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둥성 심천시 기율검사위는 24일 선전시 난산(南山)구 정치협상회의(정협) 전 주석인 원링(溫玲)이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조사받던 중 개인적으로 출국해 귀국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원링은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지난해 4월부터 조사를 받아왔고 이미 당적 박탈과 직위 해제 처분을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광둥성 광저우(廣州)시 기율검사위는 광저우시 화더우(花都)구 정협 주석인 왕옌웨이(王雁威)가 지난달 초 병가를 낸 뒤 현재까지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발표했다.
이런 지방 고위 간부 '실종'은 지난달에도 후난성 리링(醴陵)시와 후베이성 궁안(公安)현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신문은 공직자들이 갑자기 잠적하고 감찰 당국은 '연락이 끊겼다'는 상투적인 발표만 내놓는 데 대해 누리꾼들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공직자들의 행적을 적극적으로 추적해 '실종' 원인을 찾아내고 그 안에서 위법 사실이 발견되면 정식 조사를 벌여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처럼 사라진 공직자들의 행적은 대부분 해외 도피로 귀결된다고 전했다.
일정 직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은 평상시 외사 부문에서 맡겨 놓는 공무여권으로만 출국할 수 있지만 부정·부패와 연루된 공직자들은 개인여권을 따로 발급받거나 서류를 위조해 출국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법대학 법치정부연구원 왕징보(王敬波) 부원장은 "공직자가 휴가를 얻은 뒤 잠적하는 것은 해당 기관의 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현재 문제 공직자의 해외 도피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지만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 도피를 위해 허위 사실을 꾸며 여권 발급을 시도한 전·현직 공무원과 국영기업 관계자 등 184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