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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으로 쑥 들어온 너, 씻긴 씻었니?

[기타] | 발행시간: 2013.08.10일 10:45

[한겨레] [토요판/몸] 내시경의 세계

▶ 국내 내시경 시술은 세계 최상입니다. 국내에 내시경 시술을 전한 일본을 바짝 추격하고 있고, 유럽보다는 한 발 앞서 있습니다. 의사들은 앞으로도 내시경 시술을 지향해야 한다고 단언합니다. 환자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고도 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죠. 그만큼 깐깐한 소독이 중요합니다. 내 몸속을 들여다보는 내시경의 세계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그것은 갱으로 들어가는 광부와 닮았다. 머리에 고정한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몰아낸다. 젤을 바른 머리부터 미끄덩하고 들어가 보니 세상은 선홍빛이다. 매끈한 벽이 움직임을 감지하고 꿈틀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벽에 닿지 않게 전진하는 것이다. 머리를 들어 상하좌우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동굴 내부를 관찰한다. 불순물은 빨아들이고 벽에 새겨진 알 수 없는 자국들은 사진을 찍어 전송한다.

한국에 위내시경은 1960년대에 들어와

알려지지 않은 세계를 탐험한다. 실타래를 풀듯 구불구불하게 꼬인 몸의 동굴을 비행한다. ‘안을 보는 거울’ 내시경은 그 이름처럼 몸 안을 들여다보기 위한 호기심 때문에 태동했다. 현대식 내시경은 1805년 독일에서 양초로 불을 밝혀 거울과 금속관을 이용해 방광을 들여다보려고 만든 것에서 시작한다. 1868년 독일의 의사 아돌프 쿠스마울은 길이 47㎝, 지름 12㎜ 막대기 모양의 금속관을 만들었다. 쿠스마울은 거리에서 칼을 삼키는 공연을 하는 서커스단원을 상대로 이 금속관을 사용하려 했으나 몸 내부를 보기에는 빛이 부족했고 너무 딱딱했다.

유연성이 뛰어난 광학섬유 내시경은 1957년에야 등장한다. 우리나라에 위내시경이 들어온 것은 1960년대, 췌담도내시경은 1970년대다. 내시경 끝에 달린 거울에 비친 영상을 의사가 접안렌즈로 보면서 관찰하는 방식이었다. 세계적으로 1983년에야 전하결합소자(CCD)를 내장해 영상으로 변환할 수 있는 전자내시경을 사용했고 1990년대부터 모니터, 본체, 내시경으로 이뤄진 전자내시경 시스템이 보편화됐다. 지금은 선 없이 자유롭게 몸 안을 흐르며 사진을 찍고 무선으로 전송한 뒤 대변으로 배출되는 캡슐내시경도 있고 영상을 3D로 구현하는 내시경도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위내시경은 지름 9㎜, 길이 1m 정도, 장내시경은 지름 13㎜, 길이 1.7m 정도다.

내시경의 출현으로 배를 열지 않아도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졌다. 몸 안에 있는 조직을 바로 생검(떼어내 검사)해 진단하니 정확도는 매우 높아졌다. 용종 제거, 초기 암의 절제 등도 전신마취 없이 수면내시경을 통해 간편하게 처치할 수 있다. 몸이 그 생명력을 쉬이 잃지 않고 일상으로의 회복이 빨라진 점, 내시경이 마련한 선물이다.

최초의 내시경은 1805년

거울과 주석튜브로 만들어졌다

모니터, 본체, 내시경으로 이뤄진

전자내시경은 1990년대 보편화

개복 없는 치료가 가능해졌다

불특정 다수와 공유해야 하는

위생문제는 여전히 불편한 진실

1시간여 소독·살균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소독지침 있지만

지난해 79곳이 이를 위반했다

현대 의학에서 내시경은 청진기처럼 흔하게 쓰인다. 위와 장을 살펴보는 소화기내시경뿐 아니라 후두, 기관지, 방광, 관절, 가슴, 배 등 신체기관마다 크기와 용도가 다른 내시경이 따로 있다. 소화기내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지만 신경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에서도 쓴다. 혈관 내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스텐트(좁아진 혈관을 넓혀줘 혈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그물망 모양의 장치)를 삽입하거나 관상동맥우회술, 로봇갑상선절제술, 자궁경부암 수술, 척추내시경 수술을 할 때도 내시경이 필요하다.

국내 병원은 내시경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만큼 기술과 시술 수준이 세계적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임원인 문영수 인제대학교 해운대병원 의사가 말했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최소한의 위협만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최소 침습 시술)을 지상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내시경 사용을 권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수면내시경에 대한 통계는 따로 없다. 위내시경 70%, 대장내시경 90% 정도가 수면내시경을 실시하고 그 수는 점점 늘고 있다.

내시경 기기 생산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얼마나 선명하게 보이고 얼마나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는가’는 내시경의 능력을 측정하는 불변의 기준이다.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올림푸스타워에서 이 회사 마케팅팀 사원 최현식(28)씨가 자사의 최신형 내시경 ‘이비스 루세라 엘리트’를 소개했다. 광학전문기기 회사인 올림푸스는 국내외 내시경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국내 대학병원의 90% 이상이 올림푸스에서 만든 내시경과 부속기구를 사용한다.

최씨가 내시경을 흔들자 선단부(렌즈가 있는 머리 부분)에서 빨강, 초록, 파랑 빛의 삼원색이 부서지며 흩어졌다. 그는 의학용 고무장갑을 끼고 대장 모형에 내시경을 시연해 보이며 기계의 성능을 설명했다. 그가 버튼을 누르자 선홍빛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며 모형의 혈관이 더 도드라지게 보였다.

“의료진은 병을 진단하는 시간이 단축되기를 원해요. 혈관 모양을 보면 암인지 암 이전의 병변인지 구분할 수 있는데 이렇게 흑백으로 바꾸면 더 잘 보이죠. 또 빛의 색깔에 따라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다르게 흡수하기 때문에 혈관이 피부층에 가까우면 적색, 멀면 푸른색으로 달리 보여요. 내시경만으로 혈관의 위치까지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내시경은 몸 안에서 의사의 눈과 손을 대신하는 것 이상으로 진화중이다.

소독 기준 높지만 권고 사항에 그쳐

의술의 진보를 이끈 내시경이지만 불편한 진실이 있다. 하나의 내시경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 내시경 시술을 받은 사람(비급여대상자·건강검진 제외)만 605만1000명, 3374억1100만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전국 내시경 장비 총합은 5만8755대, 이 중 소화기내시경이 절반 수준이다.

보통 대형 종합병원은 내시경 70대, 모니터와 본체 15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본체 하나당 내시경 4~5개가 종일 회전하며 환자를 상대한다. 소화기내시경의 가격은 대당 4000만~5000만원 선으로 비싼 편이다. 모니터와 본체까지 포함해 내시경 시스템 전체가 약 1억5000만원이다. 큰 병원은 고장이 없더라도 5년 정도면 기계를 교체하는 편이지만, 작은 병원은 고장이 없다면 보통 하나의 기계를 계속 사용한다. 항상 위생이 문제다.

2010년 보건복지부 고시 ‘의료기관 사용 기구 및 물품 소독 지침’에서는 내시경은 ‘높은 수준’으로 소독하라고 제시했다. 문제는 소독 지침을 사실상 의료기관에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고가의 장비를 구입한 병원이 되도록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해진 소독 시간을 줄인다고 의심되어도 이를 적발할 방법이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정기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지만, 위반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솔직히 내부고발 외에 없다”고 인정했다. 민주당 김용익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건강검진 기관 현장점검 결과 부적정 기관 적발 현황’ 자료를 보면 내시경 세척기가 아예 없거나 소독관리 부실 등으로 걸린 병원이 79곳이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지난해 발간한 <소화관 내시경 세척 및 소독의 길잡이 핸드북>에 실린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의 보고 내용을 보면 내시경 소독을 하지 않을 경우의 감염을 경고한다. 해마다 2000만명 이상이 소화기내시경 시술을 받는 미국에서 1966년부터 1992년까지 내시경 검사에 의한 감염 사례는 모두 소독 지침을 따르지 않았을 때 발생했다. C형 바이러스, B형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성 감염과 살모넬라,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등 세균성 감염 등이었다. 보건복지부의 소독 지침은 내시경을 20℃에서 12~30분 동안 글루타르알데히드 혼합제품(소독액의 농도와 온도에 따라 최소 소독시간은 다름)에 담가 세척한 뒤 70℃에서 30분간 습식 저온 살균하는 것이다. 구멍은 솔로 직접 닦아야 한다.

건강검진을 받아본 사람들에게 내시경은 공포다. 검은 뱀처럼 긴 금속관이 입이나 항문을 통해 몸을 들락날락한다니 불쾌하다. 위내시경은 기기를 입으로 삼키고, 대장내시경은 대장의 내용물을 다 비워내기 위한 약을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부드러운 점막에 구멍이라도 날 경우 합병증 위험이 있다. 아플 때도 있다.

혹시 당신이 대장내시경 시술을 받을 때 유독 아프다면? 그래서 내시경을 떠올리기만 해도 겁이 난다면? 여성, 마른 사람, 수술한 적이 있는 사람이 좀더 속이 아플 수 있다고 내시경은 전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대장이 길고 골반 모양이 다르고, 마른 체형의 사람은 살집이 있는 사람보다 대장이 가늘고 굴곡부가 예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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