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미군에 사살된 알 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겐 부인이 여럿 있었다. 사망 당시까지 결혼 관계를 유지했던 부인은 3명으로 가장 나이든 사람은 지난 1985년 결혼한 사우디 출신의 카이리아 사바였다. 다른 둘은 1987년 결혼한 사우디 출신의 시함 사바, 2000년에 혼인 관계를 맺은 예맨 출신의 아말 아흐메드 압둘파타다. 이들 중 압둘파타만 현재 나이가 30살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앞서 카이리아와 결혼하기 전에도 빈 라덴은 두 차례 결혼한 바 있지만 모두 이혼으로 끝났다.
이 가운데 카이리아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빈 라덴과 떨어져 살아야 했다. 빈 라덴이 지명수배되면서 그 10년 간 이란에서 시집 식구들과 가택 연금을 당했기 때문이다. 겨우 가택연금이 풀리고 그가 빈 라덴의 은신처였던 파키스탄의 군사도시 아보타바드에 도착한 것은 지난해 2월. 10년간 못봤던 만큼 빈 라덴에 대한 카이리아의 애정은 뜨거웠고 2명의 부인을 제치고 침실을 함께 쓰게 됐다.
문제는 카이리아가 그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머지 부인들, 특히 가장 어린 압둘파타를 극도로 질투한 카이리아는 끊임 없이 마찰을 빚었고 결국 남편의 행방을 쫓던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협력하기에 이르렀다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8개월 간 빈 라덴 사살 사건을 조사했던 샤우카르 카디르 파키스탄 예비역 준장은 "카이리아가 매섭게 질투해 알 카에다의 지도자를 미국인에 팔아넘겼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정보부(ISI) 관계자 및 빈 라덴 아내 3명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정보를 얻은 카디르는 ISI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카이리아의 성격이 워낙 사나워 심문관들이 위협을 느꼈을 정도"라며 "결국 고문하기 직전에야 그는 조사에 협조했다"고 말했다.
빈 라덴은 이들 부인과의 사이에서 18명의 자녀와 5명의 종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까지 빈 라덴과 함께 살았던 부인 3명은 현재 파키스탄에 구금돼 있다.
[진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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