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자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훈계를 듣고 화가 난 70대 남성이 자신을 훈계한 80대 남성을 때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3일 자신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말한 80대 노인을 때린 혐의(폭행)로 김모씨(70)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8시 10분쯤 낙원동의 한 실내주점에서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던 중 옆 테이블에 있던 채모씨(81)가 다가와 “왜 어른 앞에서 담배를 태우느냐”며 훈계하자 주먹으로 채씨의 얼굴과 옆구리를 수 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주점은 지난 6월부터 적용된 실내금연법에 따라 흡연이 금지된 곳이었다. 출입문과 벽에도 ‘금연’이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흡연자인 채씨는 경찰조사에서 “내가 원래 담배를 싫어하는데, 금연하도록 돼 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워 더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반면 김씨는 “담배 끄라고 좋게 말한 것도 아니고 기분나쁘게 말해서 때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채씨는 담배 연기를 맡는 것이 싫어서 훈계를 했지만, 워낙 나이가 있으신 만큼 무의식적으로 ‘어른 앞에서’란 표현이 먼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채씨는 자신을 때린 김씨에게 격분해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실내금연법이 전면 실시된 지 석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술집이나 음식점 운영자들은 손님들의 흡연 제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원동의 한 주점 운영자는 “이 동네 술집에는 아무래도 어르신들 손님이 많은데, 어르신들이 담배를 피우는 경우 말리기 쉽지 않아 그대로 두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박은하·심진용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