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독감은 다음 달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고열 등 독감 증상이 나타나면 이틀 안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해야 오래 끌지 않고 나을 수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올 독감 환자 예년의 4배, 설 연휴부터 바이러스 기승… 3월 개학·입학으로 추가 확산
가을에 맞은 백신 효력 다해… 발열 이틀 안에 치료 시작, 열 안내리면 항생제 써야
건설업체 임원 김모(44·서울 서초구)씨는 이달 초 오한과 고열이 생겨 병원에 갔다가 독감 진단을 받았다. 회사를 결근하고 수액주사까지 맞으면서 고생하다가 1주일 이상 지나서 나았지만, 이번엔 김씨의 딸이 독감에 옮았다.
이번 겨울 독감이 늦게까지 유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9~25일까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환자가 20명으로, 지난 3년간 같은 시기 평균(1000명당 약 5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그 이후로도 독감은 계속 유행하고 있으며, 전문의들은 4월까지 독감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 연휴부터 확산… 입학·개학으로 부채질
독감은 12월~1월 초에 절정에 달했다가 1월 말~2월부터 환자 수가 줄어들고, 입학·개학 시즌인 3월 초에 다시 반짝하다가 사라진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이번 겨울 독감은 4월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습도가 20~30% 정도이면서 영하로 내려가는 춥고 건조한 날씨에 유행한다"며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 초까지는 비교적 온난하다가 1월 중순부터 강추위가 심해져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가 예년보다 늦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년이라면 독감이 가라앉았을 시기인 1월 말에 기온 급강하와 설 연휴가 겹치는 바람에 인구 이동과 함께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퍼졌고, 입학·개학 이후 아동과 학부모를 매개로 독감이 계속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 맞았어도 걸릴 수 있어
늦은 독감이 계속 퍼질 것으로 예상하는 다른 이유는 바이러스 변종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초겨울에는 A형(이번 겨울은 A형H3N2)이 유행하다가 늦겨울과 초봄에는 B형이 퍼진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이번 겨울은 독감이 늦게 유행하면서 A형이 B형으로 변하는 시기도 예년보다 늦어졌다"며 "작년 9~10월에 맞은 독감 백신의 효력은 6개월이 지난 2~3월이면 거의 끝나는 데 반해 B형 바이러스는 계속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작년에 독감 백신을 맞았어도 늦은 독감에 다시 걸릴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독감의 특징은 심한 고열이다. 해열제를 먹거나 주사를 맞아도 열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다. 이재갑 교수는 "해열제는 독감의 근본 원인인 바이러스 수를 줄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를 쓰지 않으면 고열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독감 환자는 열이 나기 시작한 때를 기준으로 이틀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항바이러스제를 써도 고열이 이어지면, 세균성 폐렴 등의 합병증이 온 상태이다. 이럴 땐 항생제를 써야 열이 내려간다.
◇항균 비누로 손가락·손톱 밑 씻어야
지금 독감 백신을 다시 맞아도 항체가 형성될 때까지는 한 달 걸리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는 "항균 비누로 손 씻기, 사람 많은 곳 피하기 등 일반적인 독감 예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영양제를 먹거나 백신을 뒤늦게 맞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감은 주로 손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90% 이상 제거할 수 있는 항균 비누로 손가락·손톱 사이를 집중적으로 닦아야 한다. 독감에 걸린 사람은 외출할 때 꼭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은 옷 소매에 코를 대고 하거나 휴지·손수건을 대고 해야 세균이 확산되지 않는다.
이미진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