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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시대의 한 단면 - 디아스포라 세대를 넘어

[온바오] | 발행시간: 2013.12.16일 11:55
베이징(北京)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거기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녀석이 틈을 내어 인근 스자장(石家莊)시에 중국인남편과 신접살림을 차린 누님뻘되는 분을 찾아 뵈었다. 아들에겐 누님뻘되는 그는 한때 집사람의 피아노레슨 제자이기도 했던지라 한국에 있을 때부터 서로가 잘 알고 있던 사이다.

중국에 나와 살고 있는 한국인끼리 서로 내왕하며 정을 나누는 건 좋은 일이다. 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스부르크의 음악원에서 유학하던 중 지금의 중국인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부의 전공은 각각 피아노와 첼로. 유학을 마친 후 얼마 되지 않아 갓 중국에 온 그는 미처 중국어를 배우지 못한지라 한국어를 배우지 못한 남편과 주로 러시아어로 소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만에 타국에서 만난데다 신혼집에 작으나마 축하선물을 들고 방문한 자리이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건 당연한데, 세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소통에 묘한 문제가 생겼다.

부부간에 러시아어로 소통할 때 러시아어를 전혀 모르는 내 아들은 그들이 무슨 말을 나누는지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고, 아들과 그가 한국어로 얘기할 때 한국어라고는 ‘안녕하세요’ 밖에 모르는 그의 남편은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는가 하면, 또 고등학생 때부터 중국에서 한족(汉族)학교를 다닌 아들과 그의 남편이 서로 중국어로 소통한 후 방금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그에게 확인시켜 주어야만 하는 언어의 삼각관계가 발생한 것이다.

두 사람이 대화한 후 나머지 한 사람에게 방금 나눈 대화 내용을 통역해 주는 상황, 많지도 않은 세 사람이 앉아있으면서 3개국어와 3명의 통역이 동원되는 웃기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 자신도 미처 예상치 못한 일에 셋 다 깔깔치며 웃었단다.

한중 수교 이래 세월이 흐르며 중국 현지에서 한국인과 중국인이 만나 가정을 꾸리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직장 동료나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유학생활 도중언어 숙달의 편의를 위해 접촉했다가 정이 들기도 하며, 정착과정에서 현지인의 조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마음이 사랑으로 결실을 맺기도 한다.

수교 초창기 중국과 인연을 맺은 부모 슬하에서 여기서 태어나거나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상대가 소싯적 친구인 경우도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아직은 한국인 남편과 중국인 부인의 경우가 훨씬 더 많지만 그런 한편 중국인 남편과 한국인 부인의 경우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 같다. 남녀관계의 범위를 넓혀 정인(情人)을 포함하면 다문화의 영역은 드러난 것보다 적어도 몇 배는 더 많을 것이다. 이것은 인위적으로 거역할 수 없는 매우 자연스런 현상이다.

학원의 한국어과정 초급반에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학생들 대부분은 취업이나 유학을 염두에 둔 대학생 또는 사회에 갓 진출한 직장인들이지만 그중에 가끔 이들과는 연배가 좀 더 많아 보이는 기혼자가 끼어 있곤 한데, 수업이 진행되면서 친숙단계가 지나 한국어를 배우게 된 연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다문화가정의 구성원이거나 한국인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경우이다. 이들은 이질적인 언어와 문화를 극복해야 하는 현실 앞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여느 학생들보다 더 절박한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내가 거들어 줄 수 있는 건 그저 조금 더 알뜰하게 가르쳐 주는 것뿐이다.

수교 20여 년만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서 또다시 한 세대가 흘러 다음 세대가 도래하면 어떤 세태가 나타날까? 공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단기 체류하다 곧장 귀국하는, 또는 짧지 않은 기간 체류했다가도 일정한 시점에 귀국해 버리는 여느 한국인과는 달리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면서도 이곳이 ‘제 2의 고향’이 아니라 ‘원래, 또는 사실상 고향’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자못 흥미롭다.

성인이 된 후 이곳에 디아스포라(diaspora)로 온 수교 1기 세대의 사람들과는 사고며 행동양식이 분명 다를 것이다. 디아스포라는 그리스어로 ‘흩어진 사람들’을 의미하며, 우리말로는 분산, 이산으로 번역되는데, 고국, 가족,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의 처지를 말한다.

중국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뿌리를 내려 이곳을 아예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신(新) 조선족’이라고도 하는데, 그러면 이들의 다음 세대들은 ‘우신(又新) 조선족’이라 불러야 할까? 그들은 국적을 떠나 사실상 넓은 범위의 조선족이면서도 시대적으로나 성장한 가정환경상의 차이로 인해 본국의 한국인은 물론 지금의 중국 조선족이나 이른바 ‘신(新) 조선족’을 자처하는 한국인 부모와도 다른 행동규범과 행동반경을 가지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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