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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밀집 가리봉동, 외국인 범죄 반토막 이유는?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01.25일 16:26
[[경찰청 사람들]구로서 가리봉파출소 중국동포 전담 경찰 진봉범 경위]



설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2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중국식품점에서 진봉범 경위가 가게를 운영하는 중국동포에게 불량식품 근절 계도활동을 벌이고 있다. 진 경위는 평소 자주 순찰을 다니면서 정책홍보·계도활동을 벌인다. /사진=홍봉진 기자"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려면 변화된 모습을 중국동포들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해요. 아무리 옛날 같지 않다, 변했다, 말썽도 안 부리고 싸움도 덜 한다고 홍보해도 국민들이 보고 들은 것이랑 다르면 믿지 않을 겁니다. 안전하다고 안심할 정도가 돼야죠."

국내 유일무이한 '중국동포 전담 경찰관' 진봉범(53) 경위는 누구보다 중국동포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으면서도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잃지 않았다. 많은 내국인들이 어려워하고 또 두려워하는 중국동포들의 삶 속에 들어가 살을 맞대고 근무한 지 2년. 그의 임무는 이들에게 한국의 법과 질서를 홍보·계도해 범죄를 줄이는 것이다. 이것만이 중국동포에 대한 인식 쇄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경찰이자 친구인 '중국동포 전담관'

경찰청은 2012년 2월 서울 이태원·대림·가리봉동과 안산 원곡동 등 외국인 밀집지역에 '치안 안정화 종합대책'을 시행했다. 2011년 외국인범죄가 전년 대비 19.3% 증가한 데 따른 비상 대책이었다. 당시 3년째 서울 구로경찰서 가리봉파출소에서 근무하던 진 경위는 동료들의 전폭적인 추천을 받아 하루아침에 '중국동포 전담관'으로 발령이 났다. 1989년 경찰 입문한 뒤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보직이었다.

그가 '적역'이었음은 금세 드러났다. 2012년 가리봉동의 5대 범죄 발생은 전년 대비 16%(74건), 검거는 32%(123건) 감소했다. 외국인 범죄는 전체 382건 중 156건(41%)으로 12% 줄었다. 공로를 인정받은 진 경위는 1년 뒤 전담관 업무를 연장해 2년째 일하고 있다. 지난해 5대 범죄 발생은 2012년보다 14%(55건), 검거는 26%(69건) 감소했고 외국인 범죄 비율은 2년 만에 33%로 대폭 낮아졌다. 비결은 '눈높이 스킨십'.

이 동네에서 진 경위는 경찰관이자 '친구'다. 치안뿐 아니라 동포들의 적응을 돕고 민원을 상담해주는 일까지 책임지고 있다. 초반엔 "동포들을 위해 일하는 경찰입니다"라고 눈인사를 건네며 명함 수백 장을 뿌렸지만 이제 관내 주민들 집안사정까지 속속들이 알 정도로 이곳 커뮤니티의 '토박이'가 다 됐다. 경계심을 없애기 위해 경찰복 대신 사복만 입는다.

"밤낮을 안 가리고 문자메시지랑 카톡이 와요. 며칠 전엔 새벽 2시 넘어서 한 식당 주인이 '손님이 술값도 안 내고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며 전화를 걸어왔죠. 그럴 때면 파출소에 근무 중인 직원에게 연락해 조치하고 이튿날 찾아가서 괜찮냐고 어루만져줘요. 그럼 고맙게 생각하죠. 관심을 가져주니까."

진 경위의 하루 일과는 예측 불가다. 매일 아침 파출소에 들렀다가 오전 9시부터 관내를 돌아다니며 수시로 터지는 일들을 처리한다. 중국동포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으로 달려가 당사자들을 달래가며 진술을 받아내고 수사한다. 폭행 등으로 상처를 입은 환자를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보내고 오갈 데 없어진 동포들에게 무료 안식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수요일과 금요일 밤엔 국제범죄수사대와 외사과 합동으로 술집 등 치안강화구역을 순찰·검문검색한다. 28명의 중국동포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외국인 자율방범대원'들은 한국 경찰들과 중국동포들의 소통을 도우며 치안활동을 보조하고 있다.

◇가깝고도 먼 우리 안의 '중국동포'…평화로운 공존 모색해야◇

가리봉동은 중국동포 밀집지역 중에서도 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손꼽힌다. 이곳 쪽방촌은 서울에서 월세가 제일 낮은 편에 속해 1970년대 중국동포들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정착한 곳이었다. 최근엔 형편이 나은 대림동이나 가산동 등으로 이주하는 추세다. 진 경위는 "'아직도 가리봉 사니?' 라는 말이 오갈 정도"라고 전했다.

가리봉동 전체인구 1만9500여명 중 외국인 거주자는 6700여명으로 34%를 차지한다. 이중 조선족 동포는 91.3%, 한족은 7.2%.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건물당 30~40개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월세 10~20만원짜리 쪽방에서 살고 있다. 대다수가 건설현장 노동자로 일한다.

중국동포들의 안쓰러운 일상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한국의 경찰관으로서 이들을 통제해야 하는 진 경위의 심경은 복잡했다.

"중국동포들이 기초질서를 잘 안 지키고 다혈질 기질이 강한 건 사실이에요. 오랫동안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지내다보니 피해의식도 강하죠. 한국 동포들로부터도 차별받는다고 생각해 잘 융화되지도 않고요. 그래도 먼저 다가가면 마음을 열어요.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이에요."

내국민 중엔 한국 경찰이 중국동포를 챙긴다며 '눈치' 주는 사람도 있다. 그 정도로 아직 우리 사회에서 중국동포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지 않았다. 통계상으로나 진 경위가 느끼기에 중국동포들 범죄는 줄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변화'가 전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동포들의 가장 큰 소망은 어떻게든 비자를 연장해 한국에서 오래 머무는 것이라고 진 경위는 전했다. 열악한 주거와 외로움, 고단한 노동에 힘들어도 한국에서는 중국과 비교도 되지 않는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공안보다 '무르다'는 이유로 한국 경찰을 무시하던 이들도 점차 이것이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특징임을 이해하고 따른다고 한다.

"아직도 '가리봉 가면 맞아죽는다'는 등 편견이 많아요. 전 밤낮 몇 백일을 드나들었는데 멀쩡합니다.(웃음) 물론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라야죠.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서 있는 동안만큼은 잘 적응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곧 범죄를 줄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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