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코피아 ㅣ 지익주 기자] 지난해 해외이주를 신고한 한국인이 고작 302명에 그쳐 한국정부가 이민규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2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외 이주가 정점을 기록한 1976년 4만 6533명의 0.64%에 불과한 수치다. 더불어 해외 이민자의 대부분을 차지한 미국 이민자수도 지난해 239명을 기록해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외교통상부가 최근 밝힌 해외 이주 신고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해외 이주 신고자는 302명으로 2012년 538명보다 299명 줄었다. 이중 미국 이민자가 239명으로 가장 많았고 캐나다 23명, 호주 18명 등이었다. 미국 이민자수는 2012년 445명에서 206명 줄며 매년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주 유형별로는 연고에 따른 이주(173명)와 취업에 따른 이주(104명)가 대부분이었다. 직장과 유학 등의 이유로 해외에 거주하다가 그 나라에서 영주권 신청을 하는 '현지(해외)이주신고자'는 집계를 시작한 2002년 1만1879명에서 작년 8416명으로 줄었다.
한국 국민의 이민 급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숙련된 전문 인력을 제외한 각국의 이주 노동 수요가 줄어든 데다 선진국과의 경제·소득 격차가 크게 줄면서 이민 환경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외 이주는 처음 통계를 작성한 1962년 386명에서 매년 급증하다 1976년 최고점을 찍었다. 당시 이민 규모가 크게 늘어난 데는 외국에서 살길을 찾는 '생계형 이민'에 더해 중동 등 취업 이주(1973년 최고 1899명 기록)가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980년대부터는 투자(사업) 이주(1987년 최고치 4269명)가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연간 1만명 이상 이민하는 '코리아 엑소더스'가 지속되다가 2003년 9509명으로 처음 1만명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후 대폭 감소세로 돌아서 2007년 4127명, 2008년 2293명에서 2010년에는 1000명 선이 깨진 889명을 기록했다. 2011년 753명, 2012년 538명으로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반면 한국으로 '역이민' 오는 재외동포 영주 귀국자 수는 2003년 2962명에서 2011년 4164명으로 1.4배 늘었다. 영주 귀국 신고를 하지 않고 재외동포 비자로 한국에 체류하는 역이민자까지 따지면 '코리아 유턴' 규모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외교부는 한국내 주민등록증 말소를 피하기 위해 해외 이주를 신고하지 않고 일반 여권으로 출국해 현지 영주권 취득을 시도하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민자'들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