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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배려에 우리가 피해” … 세상의 절반 미워하는 남자들

[기타] | 발행시간: 2014.03.16일 04:10

여성에 대한 한국 남성들의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엔 남성우월주의 성향을 지닌 일부 집단만의 현상이었다면 최근에는 정치적 성향이나 연령, 집단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는 추세다. 2014년 대한민국 남과 여를 진단한다.

 “여성 차별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남성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자는 거죠.”

 대학생 김진우(26·가명)씨는 지난 한 달 동안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 여성혐오성 게시물을 26차례나 올렸다. 주로 ‘김치년(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 ‘보슬아치(여성 생식기와 벼슬아치의 합성어로 성별을 특권처럼 여기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 등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여성혐오성 게시물을 올린 이들은 대부분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남성우월주의자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지난 12일 설득 끝에 만난 김씨도 “난 여성혐오주의자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여성혐오성 글을 올리는 이유는 뭔가.

 “표현이 과격하단 걸 안다. 주변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수위를 넘었던 것 같다.”

 -남성이 겪는 불평등은 어떤 것인가.

 “군대 얘길 하면 ‘그 힘든 군대에 누나, 여동생, 아내를 보내고 싶나. 찌질한(지지리 못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2년을 국가에 봉사하고 손해를 본다면 보상해주는 게 합리적이다. 남자라면 2년쯤 손해 봐도 좋다는 논리도 정해진 성 역할을 강요하는 차별이다.”

 -군 복무 문제는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여성을 공격할 필요가 있나.

 “여성들이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데 대한 불만이다. 여성 차별을 비판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여성성을 경쟁의 무기로 삼는다. 공정하게 경쟁하자더니 결혼할 때에 비용 분담을 꺼린다. 데이트 비용을 떠넘긴다든지, 대학 조별 과제나 직장 공동업무에 무임승차하려 한다든지 수도 없이 겪는 문제다.”

 김진우씨는 지난달 휴학계를 냈다고 했다. 그는 명문사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취업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벌써 학자금 대출만 1000만원이 넘었다. 의대에 다니는 동생까지 부모님의 학비 부담이 너무 커서다. 김씨는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아직 여성혐오 문화에 대한 학문적 접근은 많지 않다. 하지만 가부장적 전통을 지키려는 보수주의나 여성에 대한 공포에서 원인을 찾는 전통적 여성혐오증(Misogyny)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부 극단적 사례 일반화해 공격

왜 한국 남성들은 ‘세상의 반’인 여성을 적으로 돌린 걸까. 대형 게시판에서 여성에 대한 공격적 표현을 키워드로 입력하면 수많은 글이 발견된다. ‘내가 소개팅에서 만난 김치년’ ‘우리 회사 보슬아치’ 식의 제목을 단 글들은 허영기가 많거나 남성 의존적이고 속물스러운 여성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다. 실제 경험인지 의심스러운 경우도 많다.

 여성들의 반감도 커졌다. 지난 1월 고려대에 등장한 ‘댁의 김치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대표적이다. 익명의 대자보 작성자는 “여성혐오는 나날이 악화돼 ‘김치녀’ ‘된장녀’라는 노골적 표현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고 꼬집었다. “성형을 했다고 해서, 못생겼다고 해서, 섹스를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여성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도 했다.

 여성에 대한 공격 성향이 늘어난 원인으론 우리 사회의 경쟁이 치열해진 점이 꼽힌다. 입시와 취업, 승진 등에서 직접적인 경쟁자지만 사회적 배려를 받고 시험성적은 뛰어난 여성들에 대해 반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안이환 교수는 “남성 중심이었던 사회의 축이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하는 쪽으로 옮겨가면서 남성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남성이 군 복무를 하는 동안 경쟁력을 키울 시간을 갖고 실제 시험성적도 더 좋은 여성들에 비해 역차별받는다는 인식도 커졌다”고 말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도 “상대적 빈곤, 즉 누군가 내가 차지해야 할 몫을 가져간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가상의 적을 만들어 투사(投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분상승의 욕구가 분출되면서 일부 여성이 남성 의존적 경향을 보일 수 있다”며 “일부 극단적 사례가 일반적인 것처럼 왜곡·과장돼 퍼지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양성평등 법·제도 훌륭 … 현실은 달라

실제 우리 사회의 실제 성 평등(Gender Equality) 수준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10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3 세계 성 격차(Gender Gap Index) 보고서’는 조사대상 136개국 가운데 한국을 111위에 올렸다. 얼핏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이 최하위권이라는 분석 같지만 실제론 허점이 있다. 아이슬란드·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필리핀(5위), 쿠바(15위) 등이 20위 이내에, 부룬디·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국가들도 30위 안에 들었다.

 이는 ‘성 격차 지표’의 특성 때문이다. 국가별 수준에 상관없이 남녀 격차만 측정하다 보니 선진국의 순위가 낮은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성경제활동 참여비율이 낮고 군 복무로 휴학 중인 남자 대학생에 비해 여대생 수가 과다 측정돼 낮은 순위를 받았다.

 반면 성 평등을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도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하는 2013년 성불평등지수(GII·Gender Inequality index) 순위에선 우리나라가 146개국 가운데 27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해 한성대 경제학과 이내찬 교수는 두 지표의 한계를 보완해 ‘OECD 국가의 성 차별 수준 국제비교’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31위로 최하위권에 그쳤다. 우리나라가 성 평등을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는 잘 돼 있지만 현실적으론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비율은 49.9%로 남성(73.3%)보다 훨씬 낮다. 기업의 이사회, 최고경영진의 여성비율도 각각 1%와 2%로 유럽(17%, 10%), 미국(15%, 14%)은 물론 중국(8%, 9%)보다도 뒤처진다.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우리 사회의 성 평등 논의는 주로 여성의 권익 향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절대적인 여성권익 수준은 아직 선진국에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부장적 사회구조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피해의식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의수 남성사회문화연구소장은 “특정 집단에 대한 적대감은 단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1등이 아니면 좌절하는 경쟁사회에서 이를 치유해 줄 전통적 가족 시스템은 붕괴됐고,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겪는 불안과 두려움이 표출되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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