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며 성별 정정을 요구하는 아버지, "살아오면서 '여자'로 행동하는 아버지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며 이를 말려달라는 아들.
법원은 이들 중 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3일 인천지법 가사5단독 이내주 부장판사는 A모씨가 낸 성별정정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A씨 모친이 신청 취지에 동의하지 않았고 전처와 아들도 반대 의견을 밝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며 "A씨가 불복할 경우 기한 없이 항고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재판부는 고심끝에 가족의 동의를 받지 못한 성별 정정을 불허키로 했다"고 덧 붙였다.
대기업에 다니던 A씨는 아들까지 둔 유부남이었지만 화장을 하고 여성복을 입었다. 부인과 갈등 끝에 이혼했다.
이혼할 무렵 재산을 다 줄테니 어린 아들을 맡아달라고 부인에게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아버지와 같이 살게 된 아들 B씨는 자라면서 아버지가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가슴이 생기고 성기가 없어졌다. 목소리가 변하고 얼굴마저 달라졌다.
10년쯤 지난 뒤 보다 못한 B씨 어머니가 아들을 챙기려 나섰다.
B씨가 어머니와 살게 돼 이들 3사람의 삶은 안정을 찾는 듯 했다.
그러나 성년이 된 B씨에게 온 서류 한 장으로 다시 흔들렸다. 아버지 A씨가 아들에게 성별 정정에 동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법원은 A씨가 낸 성별 정정 신청에 대해 가족의 동의 여부를 물었다.
동의한 가족은 거의 없었다. 어린 시절을 불안과 공포속에서 보낸 B씨는 아버지를 말려달라고 호소했다.
B씨는 "아버지가 낯선 남자를 집으로 데려와 잠을 잤고, 저에게 집은 쉴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아니었다"며 견디기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했다.
아울러 아버지 성별이 바뀔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상 부모가 모두 여성으로 기재돼 앞으로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할것도 우려했다.
성소수자의 행복이냐 부모로서의 책임과 가족의 의사 중 어는 것을 강조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한 재판부는 힘든 어린시절을 보낸 아들의 편이 됐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