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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참사-오열하는 가족들>“우리 애 맞아?” “맞구나…” 식어버린 몸 주무르며…

[기타] | 발행시간: 2014.04.21일 14:33
“어미가 힘이 없어 널 지켜주지 못했다. 저 바닷속에서 얼마나 추웠니 이 어미도 같이 가자….”

21일 오전 9시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자식 잃은 어머니의 통곡 소리가 바다의 파도소리를 삼켰다. 시신확인소에 들어서자마자 딸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본 40대 어머니는 그 자리에 털썩 무너져 내렸다. 잠자듯 누워있는 딸이 금세라도 눈을 뜰 것만 같은 생각에 여성은 연신 딸의 식어버린 몸을 주물렀다. 엿새 동안 딸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렸던 어머니는 싸늘한 딸의 시신 앞에 목 놓아 울었다.

팽목항에 설치된 시신확인소에는 이날 새벽 발견된 시신이 하나둘씩 이송됐다. 팽목항 선착장에 정박한 경비정에서는 흰 천으로 싸인 시신 3구가 부교로 내려졌다. 전날까지 가림막으로 가렸지만, 이날은 아예 흰색 천막으로 교체돼 더 철저한 보안이 이뤄졌다.

폴리스라인은 시신 확인소까지 이어져 있다. 시신확인소는 남성 시신과 여성 시신 확인소가 분리돼 서로 마주 보고 있도록 설치돼 있었다. 확인소에 들어온 시신은 과학수사대(CSI)와 보건복지부 직원들에 의해 깨끗하게 닦인 뒤 시신확인소 침대에 차례대로 뉘여 졌다.

15분가량의 짧은 준비 시간 동안 플라스틱 의자 10여 개를 놓아 만든 시신확인소 옆 대기소에서는 학부모들의 격한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오랜 시간을 꿈쩍하지 않고 있던 40대 중반 여성은 시간을 멈추고 싶은 듯했다. 곧 직원이 시신의 의복과 인상착의, 신장 등을 설명하러 대기소로 나왔다. “000브랜드 시계를 착용”이라는 직원의 설명이 나오자 “맞아?”라는 가족들의 물음이 들려왔고 이어 한 여성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맞아.”

50여 명의 학부모가 신원확인을 위해 시신확인소 안으로 들어갔다. 가족들은 25평 남짓한 확인소를 돌며 시신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안도감과 자식의 생사를 아직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불안감이 섞인 탄식이 확인소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창백해진 자식의 얼굴을 확인한 부모들의 통곡소리는 깊어져만 갔다.

“내가 너를 어떻게 보내니. 미안해서 어떻게 보내니.” 아버지의 절규도 이어졌다.

딸의 시신을 확인한 뒤 한참을 울다 나온 한 40대 남성은 경찰 및 직원을 향해 “너희들도 벼락을 맞아 죽을 거다. 나라가 내 자식을 죽였다”면서 울부짖었다. 자식 잃은 부모의 절규에 현장을 지키고 있던 경찰은 마치 자신들이 죄인인 양 고개를 떨구었고, 붉어졌던 눈시울에서는 이내 눈물방울이 자갈밭으로 떨어졌다.

시신의 상태는 깨끗했다. 시신확인소에 들어갔다 나온 실종자의 부친은 “사고 당시 생긴 이마 위 상처는 아직도 선홍빛을 띠고 있었다”며 “손톱 빛깔은 파랗게 바랬지만 손과 발도 불지 않았다. 얼굴도 바다에서 5일간 갇혀있다 나온 시신이라고는 믿어질 수 없을 만큼 형태가 명확했다”면서 울먹였다.

진도 =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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