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김현정의 뉴스쇼]
-숨진 아이 동생, 먹는 것조차 죄책감
-처음부터 구조작업은 존재하지 않아
-정홍원 총리, 사퇴할 자격조차 없어
-국민들에게 잊혀질까 벌써 두려워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세월호 사고로 목숨 잃은 예슬양 엄마
119 구조대원들이 20일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선체에서 수습한 시신들을 뭍으로 이송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세월호 침몰이 벌써 13일째입니다. 아직도 발견 못한 실종자가 114명인데 주말부터는 거센 바람과 파도에 비까지 내려서 작업은 더 더뎌지고 있죠. 아이들 기다리는 가족들의 고통은 그만큼 커지고 있는데요. 문제는 진도에 머무는 가족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그분들의 입장이 잘 전달이 안 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부터 연결할 분은 이미 아이의 시신을 발견해서 장례를 치렀는데 다시 진도로 돌아와서 다른 가족들을 돕고 있는 분입니다. 남은 가족들을 대신해서 꼭 전하고픈 말씀이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얘기인지 직접 연결을 해 보죠. 고 박예슬 양의 어머니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어머님 나와 계십니까?
◆ ○○○>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생이 많으십니다. 우리 예슬 양은 시신 발견해서 이미 발인까지 마쳤다고요?
◆ ○○○> 발인 마쳤습니다.
◇ 김현정> 가족 분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 ○○○> 즐겁게 웃으면서 기대에 차서 갔던 애들이 이렇게 싸늘하게 시신이 돼서 돌아와서 발인까지 한 상태에서 그건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상태죠, 마음적인 상태가.
◇ 김현정> 제가 알기로는 동생도 있다고 들었어요, 예슬이가.
◆ ○○○> 네, 여동생이 하나가 있어요.
◇ 김현정> 이 동생도 충격을 많이 받았죠?
◆ ○○○> 아마 어쩌면 엄마, 아빠인 저희보다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은 느낌을 계속 받고는 있어요. 제일 마음이 아픈 건 중학교 3학년인데 아직 어린 나이잖아요. 어린 나이인데 자기가 울거나 자기가 아프거나 그러면 엄마, 아빠가 더 아프고 더 속상할까봐 제대로 소리내서 울지도 못하고…배가 고픈데 자기가 배가 고파서 밥을 먹으면 엄마, 아빠한테 미안해서 '엄마, 나 배가 고파' 이 말을 먼저 하지를 않아요. 먹는 것조차도 애가 굉장히 미안해한다는 거를 느낄 때…너무 가슴이 아파요 사실은.
◇ 김현정> 이렇게 모든 가족들이 지금 고통을 당하고 있는 건데요. 그래도 우리 예슬이는 그나마 그나마 시신이라도 발견을 해서 어머님이 장례까지 치러줬습니다. 그럼 이제 장례 다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시간인데, 그게 아니라 어머님은 다시 진도를 찾으셨다고요, 다시 내려가셨다고요? 그건 무슨 일입니까?
◆ ○○○> 자식을 잃은 아픔은 나의 자식을 잃은 아픔만은 아니구나. 그 마음이 너무 커서 거기 있는 분들이 하나하나 빠져나갈 때 그 심정이 어떨까. 그 비워지는 공간을 보면서 얼마나 초조할까 싶은 마음이 들다 보니까, 사실은 진도에 내려가서 오히려 할 말은 없었어요. 차가워진 아이를 데리고 온 입장에서도 제가 아파하는 걸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더 미안하고 더 죄스럽고. 그래서 가서 그 아픔을 같이 한번 나누는 게 더 낫다라고 생각을 해서 다시 진도로 갔던 건 사실이에요.
◇ 김현정> 어머님, 예슬이만 살아돌아온 것도 아니고 예슬이도 말씀하신 대로 싸늘한 시신으로 어머니품에 왔는데. 그런데도 먼저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죄스럽고 미안하고 그러신 거예요?
◆ ○○○> 그럼요, 여기 지금 모든 어머님들이 내 새끼가 이렇게 돼서 왔는데도 그거를 더 미안해하고 죄스럽게 생각을 하고 걱정을 해야된다는 이 현실이 더 속이 상하고 더 마음이 미어진다라고 다들 얘기를 하세요.
◇ 김현정> 그래서…그 미안한 마음에 다시 예슬이 어머님처럼 다시 진도로 내려가는 부모님들이 적지 않이 계신다고요?
◆ ○○○> 많이 있어요, 많이 있고. 앞으로도 또 가신다는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하세요. 그게 또 예의라고 생각을 하고 그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솔직히 하죠.
◇ 김현정> 그래서 많은 분들이 다시 진도로 가서 힘을 보태시는 건데 지금 현장에서는 어떤 어려움들을 호소하고 계신가요?
◆ ○○○> 달라진 상황이 없다는 거죠. 저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저희가 맨 처음에 이 사고가 났을 때 저희는 '우리 아이는 살아 있을 거다'라는 '그래서 구조가 될 거다'라는 그런 거를 생각하고 그걸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는데…첫날부터도 민간 갈치어선을 타고 저희가 들어갔었어요. 그 현장까지.
◇ 김현정> 현장 근처까지.
◆ ○○○> 그런데 아무도 저지하는 사람도 없었고 내 새끼들, 살아 있는 새끼들을 건지기 위해서 구조를 한다는 그런 느낌을 전혀 못 받았는데.
◇ 김현정> 첫날부터….
◆ ○○○> 저희는 구조를 원했던 거지 수색을 원했던 건 아닌데, 구조라는 부분에 대해선 저희는 전혀 못 느꼈고요. 그 큰 배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잠수부들이 2명, 4명 이렇다는 게 말이 돼요? 이건 날씨 탓만은 아니라는 거죠.
◇ 김현정> 날씨만 탓하고 그렇게 살아 있을 지도 모르는 그 골든타임에 구조를 적극적으로 안 한 것 부터가 분노를 자아내게 만든 거군요.
◆ ○○○> 만약 거기에 총 책임을 하는 그 누군가의 자식이 그렇게 들어가서 있다라고 하면, 지금보다 빠르면 빨랐지 늦지는 않았을 거예요. 지금처럼 방관이 아니었고 잠수부가 2명이 들어갔던 그 배가 들어 갔을 테고 조류가 세다면 다른 방안이 대처가 됐을 테고….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가 지난 21일 오후 전남 진도항에서 구조 소식만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바다를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아이들에게 더 미안한 게 그거예요. 아이들이 어디 들어가 있는지 뻔히 알고 그 뱃머리가 보이는데 아무런 힘이 없는 엄마, 아빠가 그것만 바라보고 하염없이 울기만 하고 이름만 부르고 그냥 돌아와서 기다려야만 한다는 자체가….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내 자식이 저기 들어가 있는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그 힘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엄마, 아빠의 무능함이 너무너무 미안해졌던, 그 순간만큼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울음)
◇ 김현정> ……. 지난주에는 사실은 다이빙벨이라는 것도 계속 문제가 됐습니다. 이걸 투입을 하느냐 마느냐, 그러나 다 실종자 가족들이 강하게 요구를 하면서 투입이 됐는데. 말하자면 혁신적인 구조장비라기보다는 잠수사들 작업을 도와주는 것인데도 가족들은 왜 그렇게 절실하게 요구를 하셨을까, 이 부분도 궁금했습니다.
◆ ○○○> 지금은 저희 엄마들 입장은 다 그래요. 숨이 붙어 있는…쌔근쌔근 숨 쉬는 우리 예쁜 아이의 모습이 아니더라도…내가 내 얼굴로 우리 아이구나, 이 확인만 하고 내가 내 가슴에 안고 마지막 보내줄 수만 있으면 감사하다, 제발 그렇게만 해다오. 그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끈이 된다면 저희는 어떤 거라도 붙잡아야 되는 심정이라고 저는 당연히 말을 해요.
저희가 이 다이빙벨을 또 원하는 이유가 조류가 세서 아니면 날씨가 안 좋아서 아니면 생명줄이 엉켜서 잠수부들이 들어갈 수가 없다, 이 말이었잖아요. 그런데 다이빙벨 (투입)하면 한 사람 들어갈 수 있는 구조대원이 여러 명이 그래도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저희는 당연히 그걸 바라는 거고…. 시신이라도 더 많이 데리고 올 수는 있겠구나라는 기대심에 당연히 그걸 원할 수밖에 없죠.
◇ 김현정> 말하자면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 고통을 참는 게 더 어려운 상황인 건데요…. 국무총리가 어제 세월호 참사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해 사퇴하겠다, 의사를 발표했습니다. 가족들 함께 보셨어요?
◆ ○○○> 봤어요.
◇ 김현정> 어떠셨습니까?
◆ ○○○> 너무너무 화가 나고 너무너무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 김현정> 너무너무 화가 났다….
◆ ○○○> 왜냐하면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그 차가운 배에, 그 어두운 곳에 들어가 있는데 모든 걸 맡아서 그거를 관리하던 국무총리가, 어떤 결론이 나와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그만둔다라고 말을 한다는 건 이건 있을 수가 없어요.
지금 국무총리가 있는 상태에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상황만 만들었는데, 국무총리가 사퇴를 하게 되면 누가 어떤 방법으로 우리 아이들을 도와주고 우리 아이들을 거기서 빨리 끄집어내줄 수 있는지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그만둔다는 것은…. 어떻게 이런 사람이 국무총리가 됐나 저는 가슴이 너무 아파요. 너무 화가 나고 그리고 그 현장에서 왔을 때도 국무총리의 모습은 아이들의 부모들 그 아픔을 같이 하고자 하려고 왔던 그 모습이 전혀 아니었어요.
◇ 김현정> 많이들 지금 지쳐 계시고 분노해 계시고 그런 것들이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우리 국민들이 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게 답답합니다. 사고가 난 지 열흘하고도 3일이 더 지난 오늘 국민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 ○○○> 아직도 그 아이들을 찾기 위해서 학부형들이 아직 가슴이 타고 애가 타고 그러고 있는 심정인데…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조금씩 우리 아이들이 그 기억 속에서 잊혀져서 더 힘든 상황이 될까봐…저는 그게 사실 우려가 되고…. (울음)
그 누구한테도 소중하지 않은 아이는 없습니다. 그 어떤 아이 하나하나가…꿈이 없었던 아이는 정말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우리 아이들 정말 잊어버리지 마시고 금방 찾을 수 없는 이 상황을 만든 이 부분을 정확히 알고 같이 마음 아파해 주셨으면 하는 그 바람밖에 없어요.
◇ 김현정> 아직도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배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열 하고도 사흘 지났다고 혹은 20일 지났다고 이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세요. 마지막 한 사람이 나올 때까지 국민들이 함께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된다는 말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십니다. 어머님 힘내시고요,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인터뷰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 네, 감사합니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