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물 속에서 고된 잠수를 하고 돌아와서도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습니다. 이불 하나 없이 박스를 깔고 쪽잠(사진)을 자는데도 다들 피곤해서 금방 곯아 떨어집니다.”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실종자를 찾기 위해 바지선 위에서 생활하고 있는 잠수부 A(47) 씨는 2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친 목소리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해경과 해군은 물론 민간 구조대들도 모두 지쳐 있다”며 “물 속에서 나와 추위에 떨 때는 따뜻한 국 한 그릇 먹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민간 구조업체인 언딘마린인더스트리(언딘)의 바지선 ‘리베로’에는 100여 명, 해경 3011함에는 150여 명의 잠수부들이 각각 구조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바지선에는 수면실이나 조리실과 같은 숙식을 위한 기본 시설이 전혀 없다. 바지선으로 보급품을 실어나르던 배가 기상악화로 출항하지 못하면서 잠수부들은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당초 팽목항에서 잠수부에 대한 보급품 지원을 맡고 있는 한국인명구조협회는 매일 오전 9시 30분과 오후 1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에너지바·음료·라면·도시락 등을 바지선과 현장에 있는 3011함에 제공해왔다. 하지만 27일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보급선은 출항에 실패했다. 바지선의 잠수부들은 남은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지만 이마저도 아껴 먹어야 할 상황이다.
특히 물살이 빨라지는 ‘대조기’에 접어들면서 구조환경은 악화되고 구조대원들의 체력 소모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구조활동을 벌이다 지난 26일 돌아온 잠수부 B(43) 씨는 “지금 현장은 프로 잠수부도 물에 들어가 10분을 버티기 어려운 상태”라며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서 잠수를 강행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야 한다는 마음에서 나왔지만 아직도 많은 잠수부들이 딸·자식의 주검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하는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진도 =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