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돌미역 주산지로 유명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군도(맹골도·곽도·죽도)와 거차군도(동거차도·서거차도) 주민들이 세월호 참사 후유증으로 ‘냉가슴’을 앓고 있다.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띠 때문에 채취가 불가능하게 됐지만 세월호 추모 분위기에서 보상 요구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있는 것.
맹골도 이장 용정규(51) 씨는 14일 “맹골도와 곽도, 죽도 등 3개 섬 주민 43가구는 해초만 보고 살아왔는데, 오는 7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돌미역과 톳 등의 채취가 불가능하게 됐으니 참으로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돌미역 포자가 바위에 붙는 시기인데, 무지갯빛 기름띠에 오염된 포자가 썰물 때 햇볕에 노출되면 녹아 버린다”고 설명했다.
‘진도 돌곽(藿)’중에서도 최상품으로 치는 이들 섬의 미역은 채취가 시작되기 전에 매입자가 정해질 정도로 인기가 높고, 공동어장 관리로 균등 배분되는 가구당 소득은 연간 4000만 원에 달한다고 용 씨는 귀띔했다.
71가구 중 60가구가 천연 돌미역과 톳 채취로 생계를 이어가는 서거차도의 사정도 비슷하다. 허학무(62) 이장은 “마을 주민들이 자연산 해초 채취로 연간 12억 원의 소득을 올려 왔는데 올해는 수확이 어렵게 됐다”며 “하지만 일부 희생자의 시신도 못 찾는 상황에서 보상 얘기를 꺼낼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73가구 중 23가구가 천연 돌미역·톳 채취로 생활하고 있는 동거차도 주민들도 답답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성일(46) 이장은 “아이들 교육비는 물론 전기요금 내기도 어렵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동거차도와 서거차도에서 미역 양식을 해온 10가구는 기름띠가 어장을 덮치면서 수확을 포기, 3억3000만 원가량의 손해를 입었다.
맹골군도와 거차군도에서 채취되는 천연 돌미역은 진도군 전체의 20∼30%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 여파로 오염이 안 된 다른 지역 돌미역까지 판매 부진을 겪을까 진도군은 우려하고 있다.
진도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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