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이우인 기자] 지난 21일 오후 9시 55분에 첫 방송된 KBS 2TV 새 수목극 '적도의 남자'(김인영 극본, 김용수 연출)가 정통극을 향한 갈증을 호소했던 시청자들의 목을 적시는 드라마로 눈도장을 찍었다.
태국 로케이션으로 이국적인 풍취를 풍기며 막을 올린 1회에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스포츠카의 속도를 올리는 선우(엄태웅)와, 노식(김영철)을 죽이기 위해 총을 구입하는 장일(이준혁)의 모습이 교차하며 긴박감을 그려냈다.
이윽고 노식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장일과 그런 장일을 자극하는 노식, 장일을 말리기 위해 그의 총 앞에 자신을 세운 선우. 그리고 이어진 이들의 알 수 없는 대화는 어느새 시청자들을 15년 전 과거로 안내했다.
장일(임시완)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이며, 선우(이현우)는 싸움만 잘하는 문제아였다. 이 두 사람이 서로를 의식하게 된 계기는 장일의 아버지 용배(이원종)가 진 사채빚 때문이었다. 사채빚를 받아내기 위해 학교까지 쳐들어온 깡패들은 시험을 치르고 있는 장일을 끌고 가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선우는 장일을 도와 깡패들과 싸운다.
하지만 이들은 급격하게 친해지기에는 성향부터 극도로 달랐다. 장일은 자신을 도와준 대가로 선우에게 시험 답안을 몰래 보여줬지만, 선우는 다른 사람에게 빚지고는 못 견디는 장일의 자존심이 못마땅했다. 이후 또 한 차례 식당에서의 만남을 통해 선우와 장일은 친구가 됐지만, 이 둘이 가진 근본적인 성향은 어느 한 쪽에 동화되지는 않았다. 지독한 가난 때문에 받는 천대에서 벗어나려는 장일의 그릇된 생각은 잠깐 만난 선우의 영향으로는 달라질 수 없는 확고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의지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상파 3사 수목극 중 유일하게 '인간의 욕망과 복수'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은 '적도의 남자'의 첫 방송은 시청률 7.7%(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일일 기준)로 이날 같은 시간대에 첫 방송된 다른 수목극에 비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더욱이 구식의 느낌이 묻어나는 대사와 10년 전으로 돌아간 듯 다소 촌스러운 영상 편집, 드라마 곳곳 느닷없이 등장하는 어울리지 않는 BGM 등은 트렌디한 드라마에 쉽게 빠지고 쉽게 빠져나오는 요즘 시청자들의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그렇기에 복선을 깔아놨다고 해도 등장인물들의 알 수 없는 대화에 시청자들은 궁금증을 품을 수 없고, 그 결과가 시청률로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적도의 남자'가 진지하기 때문에 더 좋다는 의견도 많다. 후반부로 갈수록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전체 스토리가 퍼즐 조각처럼 맞춰질 거라며 기대하는 반응이다. 많은 시청자가 김인영 작가가 전작인 KBS 2TV '태양의 여자'에서 부린 마법이 '적도의 남자'에서도 통할 것으로 믿고 있다. KBS 2TV '부활' 이후 오랜만에 엄태웅이 연기할 '엄포스'에 대한 기대감 또한 만만치 않다. 1화에서의 짧은 등장에도 시청자들은 '엄포스' '엄배우'를 외치며 엄태웅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
1화 말미에서는 목매달고 자살한 것으로 위장된 경필(이대연)의 주검과 마주한 선우의 충격적인 모습이 전파를 탔다. 경필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하게끔 도와준 인물은 용배로, 2화에서는 그 사실을 알게 된 장일이 자신의 야망과 타협한 뒤 유일한 친구 선우에게 저지르는 악행이 그려질 예정이다.
한편 MBC TV ‘더킹 투하츠’는 16.2%로 수목극 1위를 차지했으며, SBS TV ‘옥탑방 왕세자’는 9.8%로 2위를 기록했다.
이우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