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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회담 '방 안의 코끼리'는 오바마·아베·김정은

[기타] | 발행시간: 2014.07.05일 13:22
지난 3일 한·중 정상회담 직후 4330자의 한·중 공동성명과 부속서가 나왔다. 양국 정상은 “한·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가깝다”며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이른바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방 안의 코끼리는 눈에 뻔히 보인다. 하지만 꺼림칙한 문제가 될까 성명에는 담지 않은 가리워진 외교현안을 말한다. 방 안의 코끼리가 많을수록 한국 외교의 숙제도 늘어나는 셈이다.

 ①첫 번째 코끼리 ‘회담장 밖 참여자’=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했다. 더군다나 다른 국가를 순방에 포함시키지 않은 단독 방문이다.

 한국도 이런 시 주석에게 국빈예우를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한·중의 파티에는 초대받지 않은 ‘회담장 밖의 참여자’, 미국과 북한이 있었다.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은 한·중 정상회담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지켜보며 견제구를 던져왔다. 북한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수차례 미사일을 쏘며 시위를 했고, 정상회담 사흘 전인 지난달 30일에는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자’는 내용의 ‘특별제안’으로 유화공세를 폈다. 이로 인해 북핵 문제에 대한 경고수위도 내려갔다는 분석이다.

당초 양국 외교라인에서 논의하던 ‘북한 핵’ ‘4차 핵실험’이라는 단어가 명시적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회견 문답을 통해 등장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이 참여하는 걸 외교 관례를 깨면서까지 여러 경로로 경고(본지 6월 28일자 1면)해왔다. 결국 한국은 중국 중심의 ‘아시아 신 질서(AIIB+아시아안보협력체)’에 유보적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AIIB는 부속서에서만 언급됐고, 안보협력체 문제는 공동성명에서 빠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양국) 협의 결과를 감안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AIIB의) 주요 기여국과 지배구조·자본금 등에 대해 좀 더 의견 수렴을 했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4일 밝혔다. 미국을 의식한 한국의 태도는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추가적 양보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②두 번째 코끼리 ‘일본 메시지’=지난해 양 정상은 미래비전 공동성명에 일본을 겨냥해 ‘역사 및 그로 인한 문제로 역내 국가 간 대립과 불신이 심화되는 불안정한 상황에 우려를 표명한다’는 대목을 적시했다. 하지만 올해는 일본에 대한 메시지가 사라졌다. 대신 부속서에 ‘위안부’ 사료에 대한 공동연구를 포함시켰을 뿐이다. 북한 문제에서 한·미·일 공조를 우려한 한국 측의 난색으로 ‘일본’이란 코끼리를 가린 셈이다.

 하지만 가린다고 가려질 코끼리가 아니었다. 중국은 관영 CC-TV를 통해 비공개 협의사안이었던 ‘항일전쟁 승리 및 한반도 광복 70주년 공동기념식’ 제안을 보도했다. 같은 날 중국 중앙당안국(기록보관소)도 인터넷에 ‘일본 전범이 중국인 5470명을 살해하고 조선 부녀자를 유괴해 위안부로 삼았다’는 내용의 ‘전쟁범죄 서면자백서’를 공개했다. 결국 청와대는 4일 오후 “여러 가지를 고려해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양국 정상이 ‘고노 담화 검증 등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와 자위권 확대 추진에 우려를 표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추가 설명했다.

 ③세 번째 코끼리 ‘3각 협력’=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은 한·미·일 공조에 대한 부담감에 중국이 내민 손을 꽉 부여잡지 않았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지난해 강조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지난해 양국은 미래비전 공동성명에 ‘제6차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한·미·중 전략대화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의 외교공약 중 하나지만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 직후인 7월 비공개로 1차 대화를 연 후 무소식이다. 미국이 일본과 군사·안보 측면에서 밀착하며 중국에 대한 견제 의지를 드러내 경쟁구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도 일본과 정상회담을 할 의사가 없음을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재차 드러냈다.

 ④네 번째 코끼리 ‘안보 코드’=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핵심으로 그동안 미진했던 안보협력 강화를 모색했다. 지난해 합의한 외교안보 고위전략대화의 정례화 등과 함께 ‘국방·군사관계의 양호한 발전 추세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급부상한 현안인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 문제나 서해와 남중국해에서의 공동 수색·구조 훈련 진척 상황은 명시하지 않았다. ‘한미 동맹’이란 또 하나의 코끼리 때문이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달부터 미사일방어망(MD)의 일환으로 고(高)고도방어체계(THAAD)의 한국 배치를 주장해 왔다. 중국으로선 MD나 한국의 전작권 전환시기 등이 달갑지 않은 문제지만 양자회담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한국을 배려해 준 셈이다. 하지만 한국도 중국의 양보를 반길 수만은 없다. 시 주석이 지난 5월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 연설에서 밝힌 ‘아시아를 위한 안보기구 창설’에 대한 답을 마냥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한·중 정상이 모른 체한 4마리 코끼리는 한국 외교의 현실이고 과제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이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면서 한국을 포함시키려 한 중요한 시험무대였다”며 “우리도 한반도의 전략적 상황을 고려해 선택적으로 이익계산서를 주고받았겠지만 미뤄둔 과제들은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너무 큰 문제여서 누구나 인식하고 있지만 애써 무시하거나 언급하지 않는 현상을 지칭하는 관용어구. 미국 뉴욕타임스가 1959년 금융문제를 지칭하며 ‘방 안의 코끼리를 무시할 수 없다’고 표현해 유명해졌다.

정원엽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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