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기 많아 인체에 더 유해…만주에선 백사(白砂)라 불러”
중국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이 있는 만주에는 남한 면적 1.2배(1200만㏊)에 이르는 광활한 옥수수 밭이 펼쳐져 있다. 여름에는 옥수수가 2m 이상 자라는데 추수가 끝나고 이듬해 5월까지 옥수수 밭은 맨땅이다. 바람이 불면 바싹 마른 바닥에서 흙먼지가 날아올라 한반도까지 기습적으로 퍼진다. 만주 옥수수 밭이 ‘봄철 불청객’ 황사의 또 다른 발원지로 바뀌는 것이다.
만주에서 발생해 한반도를 뒤덮는 ‘급행(急行) 황사’가 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도 4, 5월에 만주발 황사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0일 낮에도 만주발 황사가 서해안에 나타날 것으로 기상청은 29일 예보했다. 만주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24시간 내에 황사가 한반도를 덮친다. 몽골 고비사막이나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에서 발생하는 황사는 한반도까지 이틀 이상 걸린다.
29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국립기상연구소의 ‘최근 10년(2002~2011년)간 황사 발원지와 이동경로 분석자료’에 따르면 총 93건의 황사 중 고비·네이멍구에서 발생해 보하이만(발해만)을 거쳐 직접 한반도로 이동한 것이 49건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만주발 황사도 18건(19%)이나 됐다. 특히 2002~2006년에는 전체의 16%(6건)였으나 2007~2011년에는 22%(12건)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5월 14일에 만주발 황사가 가장 심했다. 이날 오전 2시 서울 관악산 기상관측소에서는 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평상시의 다섯 배인 ㎥당 25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급상승했다. 전날 오후 중국 만주지역에서 시작된 황사가 강한 북서풍을 타고 북한을 거쳐 12시간 만에 서울을 급습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만주지역 강수량은 연평균 400~500㎜에 불과하다. 서울의 3분의 1 정도다. 여름철 강수량과 겨울철 적설량이 줄면서 토양이 메마르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 인구가 1950년 4300만 명에서 2010년 1억950만 명으로 급증하면서 가축 방목으로 인한 사막화 급진전도 원인이 되고 있다.
황사먼지는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연구소 전영신 황사연구과장은 “만주발 황사에는 염분이 많이 들어 있어 인체에 더 해롭다”며 “염분 색깔 탓에 만주에서는 ‘백사(白砂, white dust)’라고 부를 정도”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