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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美는 이민자의 나라"… '100년 移民장벽'에 칼 빼든 오바마

[기타] | 발행시간: 2014.11.22일 03:08
[불법체류자 500만명 추방 유예… 오바마 이민개혁 의미]

美, 서부 개척기에 몰려든 中이민자 시민권 발급 차단 후

1924년엔 국가별 할당제, 1965년엔 대륙별 할당제, 9·11 이후엔 단속·탄압 강화

"100년 장벽 깰 신호탄" 평가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우리 모두는 한때 이민자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 밤 생중계 연설을 통해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의 역사와 가치'를 상기시켰다. 그는 합법적 체류자인 자녀를 둔 불법체류자 부모 등 이민자 가족을 최대 500만여명 추방 유예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자식들을 위해 힘들게 일하는 어머니들을 추방해선 안 된다"며 "그들의 자녀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며 우리와 똑같은 희망과 꿈,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에서 20세기 이래 강화돼온 이민자에 대한 장벽을 100여년 만에 무너뜨릴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1902년 서부 개척기에 몰려든 중국 이민자에 대한 시민권 발급을 차단한 이래, 국가별 이민할당제(1924년)와 대륙별 할당제(1965년)를 거쳐, 1978년엔 세계 할당제로 규제를 계속 확대해왔다. 이때까진 저임금 노동력의 범람과 아시아·히스패닉 인종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이유였다면, 2001년 9·11 테러 이후엔 이민 문제가 국가 안보 차원으로 확장되면서 단속과 탄압 위주 정책이 적용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대테러 정책을 주도하면서도 "패배하고 결함 많은 이들이 모여 만든 미국이, 우리의 삶과 법을 통해 처음의 약속을 지켜가야 한다"며 이민 규제 완화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미국은 자유와 기회를 지향하는 이민자로 건국된, 세계사에서 전례 없는 국가다. 1620년 영국에서 박해를 피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청교도들을 시작으로, 19세기까지 프랑스·독일 등 유럽에서 혁명이 실패하거나 신·구교 갈등이 생길 때마다 미국 유입 인구가 늘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진 아일랜드나 이탈리아 등에서 빈곤을 탈출해 몰려왔고, 20세기 중반까지 나치를 피한 유대인과 소련 공산독재를 피해 온 동구권 출신이 뒤를 이었다. 미국이 자유와 인권, 다원주의 같은 가치를 내세워 다른 나라를 압박할 수 있는 근거는 이런 역사적 자신감에서 나온다.

미국이란 거대한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것도 매년 유입되는 수십·수백만 명의 신규 노동자이고, 노벨상 수상자 수 1위란 저력도 각국에서 몰려온 고급 두뇌들 덕이다. 젊은 기술 인력으로 먹고사는 실리콘밸리가 오바마의 이민개혁을 적극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을 위시한 미국의 진보층은 이민 장벽을 초기 이민자 후손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따른 '도덕적 퇴행'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이번 행정명령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그는 당선 전망이 좋지 않았던 2012년 히스패닉을 향해 이민법을 개혁하겠다는 공약(公約)을 한 뒤, 이들의 압도적 지지로 재선(再選)됐다. 그러나 추방이 계속되면서 히스패닉계의 불만이 높아지자 임기 말임에도 야당과 정면 충돌하는 초강수로 이민개혁을 마무리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0일 "오바마가 지난 9개월간 국토안보부의 흑인 장관 제이 잭슨을 은밀히 불러 '(행정명령을 위한) 특명'을 내려 준비해왔다"고 전했다. 이번에 혜택을 받는 500만여명의 절대다수는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이 될 전망이다.

현상 유지를 원하는 백인들, 그리고 히스패닉 이민자의 유입 통로가 되는 남부는 지지 정당인 공화당을 통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번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제왕적 대통령의 월권"으로 비난할 뿐, 이민자 그룹에 대해선 극도로 말조심을 하고 있다.

인종·성별·계층의 편중을 극복 못해 두 번 연속 대선에서 패한 공화당은 2016년 대선에 히스패닉을 끌어안을 주자(走者) 고르기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히스패닉은 유권자만 2000만명이 넘는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의 부인도 중국계 이민자 1.5세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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