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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륜회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11.19일 14:28
한국에 오니 만나는 조선족들마다가 부모다. 모두가 자식을 위해서 한국이란 낯선 곳에서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있다. 젊은 사람들은 자식의 장래를 위해 자식이 공부하는데 온갖 심혈을 기울이고 나이가 지긋한분들은 자식을 시집, 장가를 보내기 위해서 혹은 자식한테 집을 마련해주기 위해 살아가고있다.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애틋하지만 조선족들이 말하는 가족이란 개념에는 부모님이란 존재가 없다. 마치 자신은 고아로 살아온듯, 아니면 부모가 없이 그냥 어디선가 태여나서 자식만을 위해서 살아가는듯 착각한다.

자식을 위해서 한달에 집에 얼마씩 보내야 한다면서 투정하는 조선족들을 만날 때마다 묻는 한마디가 있다.

《부모님에게는 용돈 드리나요?》

답은 하나다.

《제가 힘들게 사는것을 아니깐 부모님들은 리해하거든요.》

판에 박은것 같은 대답, 거기서 하나 답이 더 있다면 부모님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것이다.

부모님이 계시는 사람들은 자식을 위해서 힘들게 살아가는것을 부모님이 리해한다고 생각하고 부모님을 떠나보낸이들은 타향에 있으면서 부모님의 림종을 지켜드리지 못했거나 제사를 제때에 지내지 못하는것을 후회하고있다.

마치 조선족들은 부모가 세상을 떠나야 효를 깨닫는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 후회하고 반성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허전해지는 가슴을 어쩔수 없다.

내 일거수일투족은 내 자식이 보고있고 내가 부모에게 하듯이 내 자식이 내게 할것이 아닐가? 부모의 행동을 보면서 자라는 아이들이라면 나중에 자신의 부모에게 어떻게 하리라는것은 자명한 일이다.

륜회는 생은 반복되니 악업을 쌓지 말고 선을 향하여 덕을 쌓으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나에게 있어서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아름다운것이 아니였다.

고부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런 사이에서 나는 늘 할머니켠에 서있었다. 구씨가문의 3대 외독자, 그런 외독자에 대한 할머니의 사랑은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넘어서고있었다. 그뿐이 아니였다. 할머니에게는 대답 한마디 하지 않는 어머니였지만 자식들에게는 쉽게 화를 내는 그런 신경질적인분이니 당연히 내 요구를 다 들어주는 할머니곁을 감돌았다.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바꾼것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반년전부터였다. 할머니는 바깥출입도 할수 없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집으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자리에 누워있어도 집으로 오지 않으려고 하는것은 어머니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소수레를 몰고 할머니를 모시러 갔던적이 있었다.

《늙은이가 집에 있으면 집에서 냄새가 나. 니 친구들이 냄새가 나면 싫어서 안 다니니깐. 아매는 여기서 죽을거다.》

할머니는 자리에 누워서도 손자를 걱정하고있었고 그런 할머니의 고집을 꺾을수 없었다.

할머니가 자리에 눕자 어머니는 하루에 두번씩 할머니의 끼니를 챙겨드리고 한주에 한번씩 목욕을 시켰다. 시골에서 낮이면 농사를 짓느라 해가 떨어지면 몸도 가누기 힘들건만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가끔 아버지가 대신한다고 했지만 어머니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할머니에 대한 어머니의 정성은 할머니가 저세상으로 떠나는 날까지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지속되였고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스스로를 반성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렇듯 어머니를 싫어하던 할머니도 세상을 떠나기 석달전부터는 내 손을 잡고 《세상에 니 엄마만한 사람 없다.》고 하셨고 그런 어머니에 대한 모습은 내 가슴에 그대로 각인되였다.

내 나이 19살에 할머니는 저세상 사람이 되셨지만 그때 받은 어머니에 대한 인상은 20년도 더 흐른 지금도 기억에 새롭고 그래서 늘 부모님들에게는 최선을 다하고있다. 타인에게는 달마다 부모님들에게 용돈을 챙겨드리고 최선을 했노라 하는것이 《웃기는 노릇》이 될수도 있겠지만 부모님의 림종이나 지켜드리고 부모님들이 세상을 떠나신 뒤에 요란한 장례식이나 제사를 받드는 《효자》보다 차라리 내가 드린 용돈으로 고기를 사서 맛있게 드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것이 나는 더 즐겁다.

그때 받은 어머니에 대한 모습은 나만이 아닌 녀동생에게도 깊이 뿌리를 내렸다. 녀동생 부부는 한국에 와서 있는 6년 동안 단 한달도 거르지 않고 부모님들에게 용돈을 보내드리고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있다. 특히 자식으로서 말이다.

자식이 아닌 부모로만 살아가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배우지 못한 무식한 사람과 유식한 사람의 구별이 없다. 조금 다르다면 서로의 표현력의 차이일뿐이지 결과는 똑같은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거쳐야 하는 길, 부모님을 떠나보내야 하겠지만 부모님이 내곁을 떠난다고 해도 내게는 후회나 반성은 없을것이다. 왜냐 하면 내게는 지금 부모님들이 계시고 그 부모님에게 나는 자식으로 살아가고있으니깐. 효도하고있으니깐.

/구호준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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